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감자 Sep 29. 2022

욕먹는 게 무서워서

인풋을 쌓는 건 쉽다. 아웃풋을 내는 건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인풋만 쌓고 있는 것 같다. 의견을 듣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정보와 지식을 얻고.


다음 네트워킹 파티 언제 여나요?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의 방향성을 오프라인 모임 쪽으로 잡았고, 많이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왜 첫 모임을 연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두 번째 모임은 모집조차 못하고 있을까. 시간도 있고, 공간도 있는데 무엇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을까. 오늘 친구랑 이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깨달았다. 멈춰있는 이유는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두려움은 훨씬 크다는 것. 


첫 모임을 진행하고 나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참여인원은 약 60명, 그중 연락처를 확보한 38분께 만족도 조사 요청을 드렸고, 18개의 응답이 도착했다. 대체적으로 만족하신 분이 많은 건 사실이나, 한 두 개의 부정적 피드백에 자꾸 마음이 쓰였다.


전체 만족도

좋았던 점

별로였던 점

이번 파티는 입장료 무료로 진행되었고, 별도로 마련한 예산을 통해 케이터링을 준비했었다. 무료로 제공된 음식이 부실하다는 피드백이 있어 당황스러웠다. 다음 파티에서도 입장료를 안 받아야 하나? 어느 정도의 음식을 준비해야 만족할까? 생각이 한차례 더 많아졌다.


인사이트와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이 없었다는 피드백... 어느 모임이건 누군가는 1을 얻어갈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100을 얻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1을 얻어가는 누군가에게도 100을 얻어가는 사람만큼의 참여 동인을 만들어주려면 어떤 장치를 사용해야 할까? 


참여자 분들에 대한 피드백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친구들... 이 단어가 가슴에 콕 박혔다. 내 계정의 팔로워 분들 중에는 아직 성장 중인 분들과 어느 정도 성장을 한 분들이 섞여있다. 아직 성장 중인 누군가는 '그냥 스타트업 놀이를 하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구나. 이 모임에 불만족한 당사자에게도 미안했고, 괜히 이 모임에 참여해서 누군가에게 미성숙하게 비쳐야 했던 당사자들에게도 미안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모두가 만족하고 돌아가면 좋겠는 걸.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욕먹는 것을 참 싫어해왔다. 대학에서 팀플을 할 때는 항상 피피티를 만드는 역할을 자처했다. 발표 공포증이 있었기에 발표하겠다고는 못하고, 그렇다고 자료 조사를 하겠다고 하면 제일 쉬운 일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니 욕을 먹을까 봐. 피피티를 잘 만들지도 못하면서 아무도 탐내지 않는 역할을 자진해서 한 거다. 연애할 때도 늘 최선을 다했다. 할 만큼 하고 헤어졌으니까 이전 관계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없다. 일할 때도 욕을 먹는 게 싫어서 열심히 했나 보다. 그래서인지 크게 욕을 먹었던 기억이 없다. 안 먹을 만큼 열심히 한 것도 있겠지만, 안 먹을 정도로만 일을 벌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리더를 하는 것도 싫어했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제일 먼저 욕을 먹으니까.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다는 것이 싫고, 피하고 싶고, 무섭다. 그래서 지금 나는 욕을 먹을 기회조차 만들지 않고 있는 거다. 회사를 나와 스스로 일을 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니, 이 약점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 버렸다.


답은 나도 알고 있다. 욕먹을 각오하고 그냥 저질러 버리는 것...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그냥 저지를 수 있게 누군가 뻥 차 주면 좋겠다. 누가 저 좀 차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나 홀로 행사 기획하기 (上)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