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없어서 행복해요(2)

제가 낳은 건 아니지만 04 |

by 킴프로

(...이어서...)


슬그머니 진오(가명)의 말을 멈추고 화제를 돌려보려고 시도하자마자 눈치 빠른 진오는 별안간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응? 침대 밑으로 숨는 것은 내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나는 침대 밑에 들어간 사람을 꺼내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그래, 다시 원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나는 거의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상체를 굽히며 몸을 폴더 폰처럼 접었다. 그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옆으로 돌린 채 진오와 눈을 맞추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진~짜! 끝내 줄게.”

어린이들에게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 침대 밖으로 겨우 꺼낸 진오와 보낸 나머지의 시간은 대체로 “싫어요. 재미없을 것 같아요. 게임 말고는 다 싫어요. 안 해요. 안 궁금해요.”로 가득 찼다.


마침내 진오를 나로부터 해방시켜 주고는 미처 펼쳐 보지도 못한 맥북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이대로 거실로 나가면 어머니를 마주해야 한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아니,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아마 그때 내가 기대했던 말은 “선생님 괜찮으시겠어요?”였을 테다. 그러면 나는 믿고 맡겨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무래도 제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버거울 것 같네요.’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그런 생각에 닿을 때쯤 어머니의 표정을 읽은 나는 내 슬픈 예감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진오가 선생님을 마음에 들어 하네요.”


…네?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판단하신 건지 따져 묻고 싶었지만 내 생각을 이미 눈치채시기라도 한 듯 서둘러 말을 이어가셨다.


“진오가 병원에서 상담 선생님이랑은 30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이 말은… 내일 또 보자는 뜻인 게 분명하다.

확신에 찬 그 얼굴 앞에서 나는 이 집에 들어와 단 한 번도 당황한 적 없다는 듯 연기했고, 다음을 기약한 후, 왔던 길을 되돌아 자전거와 킥보드와 웨건 사이를 헤집고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내뱉었다.


“아들이 없어서 행복해!”




정신 차려보니 나는 가챠샵 동전 교환기 앞에 서 있었다. 아들이 없어서 행복하다는 사람이 올 곳은 아니었을 텐데. 한 손 가득 동전을 쥐고 누가 봐도 이곳이 처음인 사람처럼 한참을 헤맸다. 마침내 발견한 뽑기 머신 안에는 수십 마리의 사슴벌레가 머리, 가슴, 배, 다리, 턱이 해체된 채 각자의 구 안에 갇혀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동전 몇 개를 넣고 레버를 돌렸다. 덜컥. 동전이 걸려버렸다. 그래, 한 번에 뭐가 된 적이 없지.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관리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걸렸던 동전을 꺼내고 다시 한번 레버를 쥐었다.


마침내 사슴벌레 두 마리가 내 손 안으로 굴러들어 왔다.


네 번의 계절이 한 번씩 다녀갔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계절이 다시 돌아온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수업이 끝나자 진오는 ”안녕히 가세요~!” 하고 웬일로 내게 작별 인사를 다 하고는 용수철처럼 방에서 튕겨져 나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혼자 남겨진 방에서 외투를 챙겨 입으며 마땅히 눈을 둘 곳이 없어 책장을 둘러보았다. 벽 한가득 채워진 책들 사이를 훑던 눈길이 책장 한 칸에 멈췄다. 나도 모르게 “풉.”하고 웃음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간 그곳에 가만히 눈길을 두었다. 그 안에는 아래의 책들이 차곡히 꽂혀 있었다.


천재보고서

최민준의 아들코칭 백과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엄마의 말하기 연습

오늘부터 훈육을 그만둡니다.

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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