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우리가 울고 싶은 날엔, 시
글과 그림 : 김표고 (인스타그램 : @kimpyogo)
한때는 친구를 불러내 고통을 핑계 삼아 술을 마시고 평소에 못하던 것들을 했다. 술김에 팥빙수를 세 그릇씩 먹는다든지 길거리에서 개춤을 춘다든지, 감정이 더 격해지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전화해 그때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따졌다.
당연히 다음 날에는 더 괴로웠고 그래서 어쩔 줄 몰랐다.
그 어쩔 줄 모르던 어떤 날에, 시가 찾아왔다.
보통 사람에게 시라는 건 그렇게 찾아온다. 바빠 죽겠는 우리들이 제 발로 찾아가 음미해줄 만큼 시는 간편하거나 가깝지 않다. 다만 진통제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조용히 찾아온다.
나는 그 뒤로 물리치료를 받듯 시집을 샀다. 응급실 수준으로 마음이 고될 때는 인터넷으로 다급하게 시를 찾아 읽었다. 감정이 깊게 패여 입원이라도 할 판이다 싶으면 사랑하는 시들을 손으로 받아 적는다. 그리고 예외없이 위로를 받는다. 원래 인생은 고되기도 한 거지, 하고.
이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감정의 격한 파고를 견딘 시인의 마음보다야 나는 지금 제법 평온하지 않은가, 하고.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 속에서 위로 받는다면 오갈 데 없는 분노나 실망들이 적어질 거라 믿는다. 시는 도무지 가르치는 법이 없고 꼿꼿하게 내려보는 일이 없으며 한없이 사소한 감정에도 든든한 지지를 보내니까. 하다 못해 그래도 나는 좀 낫네, 라는 오만함도 마음껏 허용하니까.
그래서 괴로운 어느 날에 나도 써본 한 편의 시.
습지에 앉아
인해일
비가 쏟아져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부수는 수압에 놀라 나는,
얼어붙었다
개울에 물이 불면 한사코 울다가 자취를 감추는 파충류
빗물에 살림이 부유해
여전히 석불가난한
나이 많은 구직자
생의 긴 협곡을
문장 몇 개로 압축하여
작디 작은 자간에
남모를 수고를
욱여넣고 나는
조금은 기대했었다
면접장은 습하다
나이가 흐음,
돌아가는 길에
바지가 젖어
남몰래 방죽에 앉아 턱을 불린다
파리 한 마리 볼 일 없지만
오늘도 고인 물에 알을 낳는
나는,
두꺼비
글 : 김추추 (writer05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