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할머니는 저의 삶 속에서 항상 한없이 사랑으로 가득하고,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전혀 아프시지 않았던 할머니가 갑자기 암 말기 선고를 받고, 한 달 후에 돌아가셨던 때, 저는 태어나서 가장 큰 상실감을 경험했습니다.
항상 보드랍고 따뜻했던 할머니의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지고, 미소 가득했던 얼굴이 황달로 노랗게 변해버린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미지로 가슴에 박혔습니다. 자꾸만 꿈에 영안실에서의 할머니의 모습이 나와서 그 모습을 지우려고 할머니의 웃는 사진을 몇 번이나 꺼내보고 눈물지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을 상실했을 때의 처절한 아픔이, 이후의 어떤 날 저를 살리게 될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약을 털어 넣으려고 했을 때,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할머니가 차갑게 변해 영안실에 누워계셨던 모습에 오열했던 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나를 포기한다면 영안실에 있는 나의 모습이 남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로 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약을 몇 번이나 바꾸면서 부작용이 제일 적은 약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는데 부작용이 줄기는커녕 평생에 서너 번 겪었던 지독하게 깊은 울이 또 왔다는 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 병이 조울증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습니다. 부작용을 피하려고 다른 걸 선택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기존의 부작용을 밀어내고 제 일상을 장악해버리는 악순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포기하고 다 그만두겠다고 하면 일단 멈추지 않는 구토가 계속될 것이 무서웠습니다. 일단 다른 것보다 구토를 멈출 수 있다면, 조울증을 치료하는 건 천천히 생각해도 될 거 같았습니다.
-1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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