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상은 계속되고 그걸 견뎌야 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픈 날이 너무나도 오래 지속이 되자 어느 순간 괜찮은 척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그러다 보면 점점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워졌습니다. 매일 아픈 내가 나도 이렇게 지겨운데 타인은 내가 얼마나 지겹고 혐오스러울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너무 아팠지만 오늘은 또 괜찮아서 내일 일정을 잡으면 다시 아파져서 취소하는 것은 만성 신경통을 앓고 있는 제게 흔한 일상이었습니다. 아픈 걸 억지로 참고 나가더라도 체력이 말도 안 되게 떨어진 상태에다가 대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만나는 것이 민폐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면 갑자기 아픈 것이 반복되고, 만나도 오히려 상처를 받는 일이 계속되자 약속을 하는 것을 아예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괜찮아질 때까지는 스스로를 돌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아픈 것에 집중하다 보면 좀처럼 웃기도, 좋은 내일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걸 오랜 시간 겪고 난 후, 저는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딱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고. 오늘 한 번이라도 더 웃고 웃길 수 있다면 좋은 거라고. 오늘 계획한 일 중 일부라도 해낸 나를 대견해하면서요. 아픈 건 종종 너무나도 고독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그런 나를 돌보고 응원할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은 것. 그것이 내내 관리하면서 가야 하는 병을 가진 제게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저는 책상 앞에 앉아서 감사 일기를 썼습니다.
꾸준히 일기를 쓰다 보니 고통으로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삶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빨리 나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다가도 그것은 그냥 바람으로 두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낸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또 내일을 살아낼 용기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17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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