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조가 오면 상태가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by 김표고


저는 울이 깊게 오고 또 자주 오는 2형 조울증이기 때문에 조가 잦은 편은 아닙니다. 조가 오면 잠시 흥분상태가 되었다가 넘어가는 정도의 가벼운 조상태일때가 많아서 괜찮지만, 그 후에 반드시 극울이 따라오기 때문에 내가 조 상태인지 아닌지 잘 살피는 것은 극울로 들어가기 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와 같은 상태가 되면 다가올 극울을 대비 하여 미리 약의 용량을 조절한다거나 스트레스가 되는 환경에 가는 것을 피하는 방법 등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조증상 첫 번째 : 말이 많아지고 흥분 상태가 지속된다.








조증상이 왔을 때 흔히 나타나는 양상은 말이 많아지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것처럼 흥분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않는 저로서는 모임이 생기면 몹시 긴장하곤 하는데요. 그 긴장과 불안이 조를 불러오는 트리거가 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모임 자체를 피하거나 잠시만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등으로 긴장으로 인한 조가 폭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입니다. 결혼식과 같이 너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 스트레스를 받는 모임이 가장 힘든데요, 다녀와서 며칠씩 앓거나 심할 때는 깊은 울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너무 흥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최대한 빨리 그 장소를 벗어나서 안정을 취하는 방법으로 상태 악화를 막습니다.








조증상 두 번째, 잠이 줄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과도하게 많은 계획을 세워 무리한 일정을 보낸다.










울기에는 보통 무기력하고 자기혐오, 좌절감 등에 시달리는데 조가 오면 갑자기 그런 감정이 싹 사라지고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가 됩니다. 게다가 울기에는 신경통과 같은 통증이 동반되는 반면, 조증일 때는 신체적인 상태도 좋아지기 때문에 평소에 하고 싶었다가도 못했던 것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등의 무리한 일정을 잡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상태가 길게는 몇 주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며칠 지속되다가 갑자기 팍 깊은 울로 떨어지면서 몸의 상태가 전보다 더 안 좋아지는데요, 그러면 잠깐의 괜찮았던 것이 사라진 것에 대한 박탈감으로 굉장히 큰 자기혐오와 좌절감이 찾아옵니다. 게다가 조 상태일 때 잡아놓은 약속이나 세워놓은 계획을 울로 들어가면 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대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한 이후에는 어쩌다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고 몸이 안 아프더라도 평소보다 무리한 일정을 잡거나 과도한 계획을 세우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며, 필요할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조 상태임을 알려 진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조증상 세 번째,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행동이나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에 회사를 다니던 시절, 유난히 기억력이 떨어지고 업무능력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 때가 가끔 있었는데요. 저는 단지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자괴감을 느끼곤 했는데, 사실 조증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였다는 걸 조울증이라는 걸 알고 나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꾸준히 못하는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여러 인지 기능 중에서 저는 특히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 이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행동이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지능력이 좀 떨어졌다 싶은 시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최소화해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증상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조증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울증과 달리 조울증은 울과 조가 번갈아 오는 것이 주요 특징이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진받지 않으려면 조가 오는지 아닌지를 잘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업되고 흥분되는 증상이 주기적으로 있다면, 꼭 병원에서 조울증이 아닌지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18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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