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김표고




조울증 진단 받기 전, 지속되는 울을 겪을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출구없는 굴 속에 갇혀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거라고요. 이상향을 꿈꾸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나도 자주 아팠고,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 희망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이라는 오진으로 더 깊이 내려갔다가 드디어 제대로 진단을 받았을 때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고통은 끝났고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요. 하지만 나아지는 속도는 너무나 더디고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부작용은 끔찍했습니다. 치료하기 전보다 나아지는게 맞냐는 의구심이 들만큼요.



6년을 치료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 병은 출구없는 동굴이 아니라 길고 짧은 터널을 계속 지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터널을 나가면 때로는 찬란한 햇살이 빛나는 곳을 만나기도 하고 그저 밝을 뿐 아무것도 없는 황야같은 곳을 만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터널이 너무나도 잦고 길어서 동굴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성실하게 치료를 받고 나니, 이제는 밝은 곳에 있는 시간이 꽤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터널을 지나는 때가 와도 훨씬 씩씩하게 마주합니다.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아니까요.



저의 투병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투병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 관리하며 가야하겠지요. 사실 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까지 꽤 오래 망설였습니다. 고통을 전시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쓰는 것을 결심했던 것은, 단 한 분이라도 제 글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위로를 받았다고, 용기를 얻었다고 해주신 댓글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용기내서 쓰기를 잘했다고요. 위로를 드리고 싶었는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제가 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너무나 길고 어두운 터널을 만날때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고백해주신 말씀을 기억하고 조금 덜 외롭게 견뎌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여러분의 외로운 싸움에도 제 글이 작은 힘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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