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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n 12. 2024

유대인은 어떻게 금융을 꽉 잡았나?

캉탱 마시 '환전상과 그의 아내'

화가 캉탱 마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환전상과 그의 아내'라는 그의 그림은 꽤 유명하다. 이 그림은 과거에도 유대인들이 금융업에 많이 종사했다는 예를 들 때 종종 등장하는 그림이다. 캉탱 마시는 종교적 소재를 주로 다뤘으며 그의 그림은 세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캉탱 마시 '환전상과 그의 아내'

네덜란드 폴랑드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캉탱 마시는 특이하게도 대장장이 출신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탓에 대장장이 일을 지속하지 못했고 미술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종종 인쇄물에 그림을 그렸고 그게 화가로 발을 들인 계기를 만들었다. 그의 그림은 요즘 표현으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실제 '환전상과 아내'라는 작품 역시 그림 속 인물들의 옷부터 선반과 책상 위의 물건까지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이다. 특히 책상 위에 놓인 둥근 거울엔 반사된 창 밖 풍경이 그려져 있고 환전상의 아내가 펼친 책에는 조금 과장하면 돋보기를 사용하면 읽어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글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캉탱 마시의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그가 종종 그림 속의 물건 배치나 인물의 표정으로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을 풍자했다 점이다. 이 그림에는 테이블 위의 돈과 책(성경), 그리고 손으론 성경을 펼치고 있지만 눈은 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환전상 아내의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당시 환전상은 지금으로 치면 전당포나 대부업자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값나가는 물건을 담보로 잡거나 높은 이자를 받아 돈을 빌려줬으니 주변 사람들의 미움을 많이 샀다. 더구나 그들은 대부분 유대인으로 이방인 중에서도 핍박받는 사람들이었다.    


"너희는 동족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꾸어줘서는 안 된다"

구약성경의 두 번째 책인 탈출기(출애굽기) 22장 24절엔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가 나의 백성에게, 너희 곁에 사는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는 안되고, 이자를 물려서도 안된다."


한발 더 나아가 신명기 23장 20절엔 이런 구절도 나온다.

"너희는 동족에게 이자를 받고 꾸어 주어서는 안 된다. 돈에 대한 이자든 곡식에 대한 이자든, 그 밖에 이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

캉탱 마시가 환전상(대부업자)을 그린 그림에 성경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환전상들에 대한 그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유대인은 왜 금융에 강할까?

이코노미 조선 기사 일부

유대인에겐 금융의 DNA가 있는 것일까? 캉탱 마시가 그린 환전상은 물론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고리대금 업자 역시 유대인이다. 비단 역사 속 이런 돈 놀이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현시대 금융업을 좌지우지하는 요직에서 유대인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버핏이 유대인이고, 전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미국의 연준 의장들이 대부분 유대인이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라고 불린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그리고 재닛 앨런까지 근 40년간 연준 의장은 유대인 몫이었다. 현 제롬파월 의장이 지명됐을 때 언론들이 유대인 관행이 깨졌다며 호들갑을 떨 정도였으니 말이다.  


유대인이 이처럼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유대인은 머리가 좋고 어린 시절부터 돈 관리를 배워 숫자에 능하다 거나 이들이 선천적으로 돈을 만지는 일을 좋아해서 라는 근거 없는 속설로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은 돈 만지는 일 말고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라는 해석이다.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보자. 앞서 언급한 신명기 23장 20절의 "동족에게 이자를 받고 꾸어줘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장을 뒤집으면 동족이 아니면 돈을 꾸어주는 일을 해도 괜찮다는 의미가 된다. 신명기 23장 21절에는 친절하게도 "이방인에게는 이자를 받고 꾸어주어도 되지만..."이란 구절까지 나온다. 결국 종교가 세상을 지배한 그 시절 필요하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일, 바로 이자 놀이를 하는 대부업(금융)은 유대인에게 맡겨졌다. 


돈 줄을 쥐는 것은 권력과 정보를 쥐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던 중세시대엔 돈 줄을 쥔다는 게 지금 보다 훨씬 중요했다. 사실 돈은 당시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고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지방의 제후나 왕은 물론 종교 지도자들까지 움직일 수 있는 힘이었다. 결국 돈 줄을 쥐는 건 권력을 잡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냈고 그들과 교류한다는 건 정보를 독점하는 효과를 낳았다. 권력자들은 돈을 주무를 수 있는 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 했고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실제 권력을 갖거나 권력을 이용해 더 큰 부를 이뤘다. 가장 대표적인 가문이 그 유명한 로스차일드이다. 초창기 로스차일드 가문은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게토(유대인 보호지역)에서 환전과 골동품업을 하던 유대인 가문이었다. 


장인과 사위의 이름을 딴 골드만 삭스

금융을 잘 몰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글로벌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 골드만 삭스라는 사명은 유대인인 마르쿠스 골드먼과 그의 사위 샘 삭스(유대인)의 이름 딴 것이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행상으로 시작해 어음 중개회사로 회사를 키운 마르쿠스 골드만이 사업 파트너로 만난 사위 샘 삭스와 함께 키운 회사다. 골드만삭스는 다양한 유대인 사업가들을 금융으로 지원하며 키워내는 역할을 했고 월가의 끈끈한 유대인 네트워크의 핵심이었다. 



그림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ssysm_Quentin_%E2%80%94_The_Moneylender_and_his_Wife_%E2%80%94_1514.jpg?uselang=en#Lice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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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tsandculture.google.com/entity/%EC%BA%A5%ED%83%B1-%EB%A7%88%EC%8B%9C/m0mf02?categoryId=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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