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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Dec 06. 2020

악덕아빠는 오늘도 고민중 #1

아이들과 계약서를 쓰다

김큐입니다.

브런치로는 며칠 전에 데뷔했으니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죠.
라디오 방송에서 경제 뉴스 큐레이터로 활동해서 사람들이 제 성을 따서 김큐라고 합니다.
검색하지 마세요. 그리 유명하지 않아요ㅠㅠ

저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아...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셋째가 엄마의 뱃속에 있습니다. ^^;  
첫째는 딸(초딩 4년), 둘째는 아들(초딩 3년), 셋째도 아들(복중 태아)이라고 하네요...
일단 셋째는 좀 빼놓고 얘기하죠. 따봉아(셋째 태명입니다), 서운해하지 말아라.


평소 틈만 나면 아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워낙 아이들이 질문이 많기도 하지만 저 역시 수다(?)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에...
뭐든 틈이 생기면 연결 지어서 아이들에게 고민할 거리,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려고 하죠.


오늘은 아이들과 계약서를 각각 1장씩 쓴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딸과 맺은 목도리 구매 계약

요즘 딸이 뜨개질을 조금 배워서 열심히 뭔가를 뜹니다.

얼마 전 지나가는 말로 목도리 든 뭐든 아빠 걸 떠주면 10만 원에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나름 계약서라는 걸 만들어서 들고 왔더군요.


OK 하고 사인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참에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어 몇 가지를 고치고 새로운 내용을 적어서 계약(?)을 했죠. 위에 있는 사진이 딸과 맺은 계약섭니다.


사실 핵심은 재료비 그러니까 뭔가를 생산했을 때 원가라는 게 있다는 개념을 생각케 해주고 싶었습니다.

악덕 아빠의 계약변경

아빠가 10만 원에 사준다니 집에 있는 털실로 뜨기만 하면 10만 원이 고스란히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ㅋㅋ 악덕 아빠는 여기서 두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1. 털실은 구매자(아빠)가 고른다

2. 재료(털실)비는 구매자가 50%만 부담한다.


뭔가를 생산할 때 재료비(원가)가 있다는 걸 알려줘야 했으니까요.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재료비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바로 캐치하더군요.  

원가의 중요성


딸이 바로 "털실 가격이 3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넣을걸 요구했습니다. ㅋㅋ


하지만 제가 받아들이지 않았죠.

사실 저도 털실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또 제 목도리를 짜는 동안 얼마나 들지 가늠은 안됩니다. 설마 아빠가 딸이 손실 보게야 하겠습니까? ^^


어쨌든 딸에게는 자신이 파는 물건(목도리)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아빠가 최대한 싼 털실을 고르게 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누나가 뭔가를 팔아서 돈을 번다고 하니 욕심 많은 동생이 가만있을 리 없죠.

바로 자신도 계약서를 하나 만들어서 옵니다. 제 아들은 뜨개질을 못 합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뜨개질 기계(장난감)을 사용해 목도리를 떠 주겠다는 계약섭니다.

 

아들과 맺은 목도리 구매 계약서

둘 다 A/S는 해준다고 하네요 ^^


아들은 이미 수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싼 가격의 구매를 요구해 왔습니다.

실뜨기 기계로 하는 거니 그냥 1만 원에 구매하라는 거죠.

인건비(시간+노력)가 최종 가격에 포함돼야 한다는 개념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재료비는 구매자가 부담하지만 하자가 있으면 구매하지 않고 재료비 마저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를 했습니다. 여기에 숨겨진 뜻은 아직 모르는 듯합니다.

환불규정의 중요성

아들 성격상 매우 급하게 대충 만들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매자인 악덕 아빠가 제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아들은 재료비를 악덕 아빠에게 내놓아야 합니다.


판매도 못했는데 재료비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아들 입장에서는 바로 손실을 보게 되죠.

아들은 이걸 언제쯤 눈치챌 수 있을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생활 속 경제개념 알아가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앞으로 종종 저희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이렇게 글로 남겨 보겠습니다.


오늘은 경제 뉴스 큐레이터가 아닌 악덕아빠 김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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