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페이스북)의 디엠(리브라)과 비교해 보자
글 쓰는 형식을 조금 바꿔볼까 합니다.
어떻게든 글을 말하듯이(구어체)로 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글은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글로 적는 것보다 말로 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라디오 등 방송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여기저기 방송에서 얘기한 원고를 조금 살려서 이곳 브런치에 옮겨 볼까 합니다.
대화 형식으로 말이죠.
오늘은 CBDC,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한 얘깁니다. 이걸 방송에서 얘기 한 건 한참 전인데 때마침 오늘 중국에서 CBDC를 지역으로 확대한 다는 소식이 들여왔거든요.
자 그럼 시작해볼게요.
오늘은 어떤 얘기해주시나요?
CBDC 그러니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해서 얘기해드릴까 합니다.
쇼트트랙 판정 논란 등으로 눈 뜨고 코베이징이라는 웃푼 패러니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은 스포츠 말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또 하나 시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입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이 CBDC 개발과 발행에 대해 연구도 하고 고민들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CBDC에 관련된 다양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디지털 화폐라고 하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CBDC는 이것들과 다른 거죠?
실물이 존재하지 않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결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들은 가치를 평가하기가 힘들잖아요. 가치를 보장해 주는 곳도 없고요. 하지만 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DBC는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하는 다시 말해 법정화폐와 동일한 지위를 갖는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실물 지폐가 디지털 지갑 안으로 들어간 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제일 좋습니다.
그럼 중국이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게 했다는 거죠?
외국인들도 사용이 가능한가요?
중국은 2014년부터 이 디지털 위안화 다시 말해 CBDC의 개발을 시작해서 베이징을 비롯해 주요 4개 도시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왔습니다.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외국인들도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깔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한번 써봐라 우리는 이런 것도 한다 약간 이런 과시용이라고 봐도 됩니다. 다만 중국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외국인들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만약 중국 휴대폰 번호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내려받고 돈을 충전한 후 식당이나 편의점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 데뷔 무대로 삼고 있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이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나요?
QR 결제도 하고 무슨 무슨 페이다 이런 거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결제가 가능한데요.
사실 결제 용도로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심지어 신용카드를 내미나 스마트폰을 꺼내서 결제하나 현금을 내지 않고 결제한다는 면에선 똑같거든요. 물론 신용카드는 결제하고 실제 내 계좌에서 돈이 나가는 건 한 달 정도 뒤라는 점이 차이가 있지만요.
하지만 은행들 입장에서. 특히 금융시스템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화폐의 등장과 사용은 천지개벽 같은 변화를 예고하는 겁니다. 일종의 화폐개혁 혹은 화폐의 패러다임의 변화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금과 은을 화폐로 사용하던 시대에서 지폐를 사용하는 시대로 건너온 상황이나 금태환을 포기하며 중앙은행이 마음껏 돈을 찍어내는 시대로 넘어왔을 때의 변화처럼 말이죠.
당장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조폐공사의 존립 문제가 생길 테고요. 결제가 순간적으로 바로 일어나기 때문에... 중세시대 이후 결제 기간의 차이로 만들어진 어음거래 시장은 사라질 겁니다. 당연히 이 중간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금융결제원 같은 곳도 사실상 존재 이유가 없어지죠.
더구나 어떤 나라든 이 디지털 화폐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현재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서의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중국이 서둘러 이렇게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국제무대에서 실제 사용을 자랑하는 것도 위안화의 기축통화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거죠.
그래도 어쨌든 지금의 금융시스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위상이 있는데..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에 나선다고 그게 쉽게 무너질까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2014년도부터 CBDC 개발에 나선다고 하고 주요 대도시에서 시범서비스를 하고 해도 미국은 우리는 디지털 달러 별로 관심 없다 약간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중국도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로서의 디지털 위안화를 노리기보다는 알리페이, 위챗 페이 등 민간 기업들이 내놓은 전자결제 서비스들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는 차원의 목적도 있죠. 실제 중국에서 일어나는 결제액의 10% 이상을 이들 민간기업들의 전자결제가 담당을 하고 있거든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금융시스템의 주도권이 민간에게 일정 부분 넘어갔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런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들의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이 중국 정부로서는 용납하기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꺼내 들고 이들을 압박하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디지털 화폐 발행을 선언하면서 CBDC를 바라보고 고민하던 시장 상황이 확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페이스북 회사명도 메타로 바뀌었고 이 디지털 화폐 이름도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바뀌었습니다만... 처음 이들이 제시했던 리브라라는 디지털 화폐가 일종의 글로벌 단일 통화 같은 거였거든요.
미국 연준부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이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을 연일 비난하고 심지어 미국에서는 청문회에 불러내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포기하라고 종용하기도 했죠. 페이스북이 글로벌 중앙은행이 되려 한다고 말이죠. 그러면서부터 연준도 지역적으로 한계가 있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CBDC)가 무서운 게 아니라 이미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빅 테크 기업의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이 신경 쓰이는 거죠. 결국 이에 자극을 받아서 미국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들도 "CBDC에 대해 관심이 있다" "고민 중이다"라는 자세로 바뀐 겁니다.
페이스북 아니 지금은 메타니까... 메타라는 기업이 발행하겠다고 한 리브라가 어떤 것이길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렇게까지 한건 가요?
앞서 저희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들과 CBDC의 차이를 좀 살폈잖아요. 가장 큰 차이가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그리고 법정 통화와 1대 1로 교환되는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거죠.
리브라가 속해있는 가상자산 세계에서는 이런 개념의 코인들을 스태블 코인이라고 하는데요. 스태블 코인은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을 말합니다. 리브라 역시 스태블 코인입니다. 그럼 리브라는 어떤 화폐와 가치를 고정했느냐. 이게 참 저커버그란 사람이 대단한 게 미국 달러 (50%), 유로 (18%),
일본 엔 (14%), 영국 파운드 (11%), 싱가포르 달러 (7%)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고정시켰습니다. 전 세계에서 주로 쓰이는 화폐들을 섞어서 리브라 가치를 고정시킴으로써 일종의 글로벌 단일 통화를 만들어 버린 것이죠.
더구나 이 리브라 프로젝트에는 마스타카드, 비자, 우버, 스포티파이, 페이팔 등 전 세계 28개 회사가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사실상 글로벌 국경이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페이스북 사용자 20억 명. 그리고 인스타그램, 왓츠앱 사용자까지, 달러를 위협할 만한 글로벌 통화의 등장을 예고한 사건이었던 거죠.
중앙은행들이 놀랄만했네요.
글로벌 금융의 주도권을 일개 민간 기업이 가져갈 만한 사건이었으니까요. 그럼 메타는 이 리브라를 포기한 건가요?
일부 포기했습니다. 워낙 압박이 심했거든요. 중간에 28개 파트너사들의 이탈도 좀 있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며 프로젝트 이름도 결국 디엠으로 바꿉니다. 여기에 통화바스켓으로 글로벌 단일 통화로 발행하려던 것 마저 포기하고 달러 디엠, 유로 디엠 이런 식으로 각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국 내 디지털 화폐로 발행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죠.
어쨌든 메타의 이런 도전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또 다른 빅 테크 업체들의 이런 시도가 앞으로도 없으리란 보장이 없고.. 시대가 이렇게 바뀐다고 하면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 오늘 IMF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전 세계 100개국이 이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조만간 디지털 화폐의 도입이 많이 늘어날까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앞서 화폐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는 문제다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단순히 지폐가 디지털 화폐로 바뀌는 게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바뀌는 문제이거든요. 우리는 물건을 사는 과정만 바라보지만 지폐 발행부터 결제 시스템 등 이 모든 게 바뀌어야 하거든요.
더욱이 이런 금융시스템의 변화는 안정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더불어 접근성의 문제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디지털 화폐가 상용화되려면 모든 국민의 손에 스마트폰 같은 게 들려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소외계층이 발생할 문제 등이 있으니까요.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화폐로 바뀌면 모든 금융거래가 다 드러납니다. 누가 얼마를 어디에 가지고 있는지... 물론 이런 투명성이 가져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모든 게 유리알처럼 드러나는 이런 세상은 통제가 더 쉬워지고 이걸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유혹이 늘기 마련이거든요. 특히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매우 큰 이슈잖아요. 디지털 화폐의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디오로 들으시려면 여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