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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an 31. 2022

스톡옵션은 먹튀인가?

카카오 사례로 스톡옵션 이해하기 part1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임원진들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와 지분 매각이 큰 이슈입니다. 이들이 내다 판 주식량이 44만 주, 가격으로 치면 880억 원이나 되거든요. 카카오페이의 거래량이 상장 초기 200만 주가 넘은 적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20~40만 주 정도였으니 이들이 판 물량은 적지 않은 규모죠. 사적 권리이니 이걸 행사하든 말든 자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걸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 거라 이슈가 좀 커지는 것 같습니다. 또 남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심리도 작용을 하는 것 같고요.   


오늘은 카카오페이 사례로(카카오뱅크도...) 스톡옵션에 대한 이해를 좀 높여보겠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일이 없으란 법도 없으니까 말이죠.

거참 나도 세금 낼 테니 싼 값에 스톡옵션 행사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공짜로 주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스톡옵션을 회사에서 싸게 주식을 주는 걸로 아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주긴 주는데 돈을 받고 줍니다. 대신 좀 싸게 주는 거죠. 스톡옵션은 특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일정 조건을 채웠을 때가 전제됩니다.) 자 그럼 이번 카카오페이의 류영준 대표의 예를 가지고 살펴볼까요?

카카오페이 투자설명서 일부

표가 보이시죠?

류영준 대표는 주식매수선택권 다시 말해 스톡옵션을 71만 2030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걸 2019년 8월 26일 류 대표에게 부여했고요. 행사 가격은 5000원입니다. 이걸 좀 풀어서 써볼게요.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이후 5년 안에 카카오페이 주식을 1주 당 5000원에 71만 2030주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됩니다.  다시 말해 주당 5000원에 살 수 있다는 거지. 공짜로 5000원짜리 주식을 회사가 준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상장할 당시 공모가가 9만 원이었고 증시에 올라오자마자 18만 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니 이 권리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죠.  


사실 모든 스톡옵션이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가격보다 주가가 지속해서 낮게 유지되면 아무 의미 없는 권리가 이기도 하고 또, 행사가와 주가가 웬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세금 문제로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스톡옵션을 비상장 시절에 받고 상장의 허들을 넘어선 후 행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죠.  


우리가 모르는 스톡옵션 2가지

스톡옵션은 종류가 크게 3가집니다.

앞서 설명드린 건 신주발행형 스톡옵션이라고 하고 자기주식 교부형과 차액보상형 이렇게 2가지가 더 있습니다. 앞서 류 대표가 72만여 주의 스톡옵션 중 23만 주를 행사한 건 신주 발행형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톡옵션이 바로 이 신주 발행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스톡옵션 권리를 보유한 사람이 권리 행사에 나서면 신주 발행형 스톡옵션은 회사가 주식을 새로 발행해서 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스톡옵션을 보유한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는 시점에 행사가와 맞는 주식을 구할 수가 없거든요.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주식 가격이 많이 올라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냥 신주를 찍어서 당초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정한 행사 가격만 받고 주는 겁니다.


다른 주주들 입장에선 어떻습니까? 이거 완전 특혜라고 생각되죠. 시장에서 20만 원에 거래되는 주식을 5000원에 살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어요? 그래서 주주들에게 이런 논란을 막기 위해 스톡옵션 부여 내용은 물론 행사 가격, 행사된 물량, 남은 잔량 등을 투자설명서나 사업보고서에 다 공개해 놓습니다. 또 상법에 회사 전체 주식 발행량에서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량이 제한돼 있고 부여 시에도 행사 가격을 정하는 기준 및 주총 등에서의 승인 등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부여 현황(투자설명서 일부)


자기 주식교부형과 차액 보상형 스톡옵션

자기 주식형 교부형 스톡옵션부터 볼게요.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한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형이든 자기 주식형이든 동일합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정해진 가격에 돈을 주고 회사로부터 주식을 사 오는 거죠. 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차기가 있습니다. 앞서 신주 발행형은 5000원짜리 주식을 어디서 가져올 수 없으니 신주를 발행해서 준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자기 주식형 교부형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 회사 주식 즉 자사주에서 내주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자사주가 회사에 있을 때 가능한 얘깁니다. 또 신주를 발행하는 건 그냥 찍어서 주기로 한 가격에 회사가 돈을 받고 주는 거지만 자기 주식형은 회사가 이 주식을 얼마에 샀든 정해진 가격(행사가)을 받고 줘야 하기 때문에 회사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회계처리에서도 신주 발행형은 스톡옵션 행사자로부터 받은 돈이 투자금에 해당되니 자본금으로 처리해 자본금이 늘어나지만 자기 주식형은 회사가 원래 샀던 가격과 스톡옵션을 행사한 사람에게 판 가격하고의 차이를 자사주 매각 손실로 처리해서 반영합니다. 그 차이가 심하다면 손실 금액이 늘어난다는 얘깁니다.

 

출처: 아시아경제


그럼 마지막으로 차액보상형 스톡옵션을 설명해 드릴게요. 이번에 카카오 뱅크의 윤호영 대표가 지난해 스톡옵션을 행사했는데 차액 보상형이었다 이런 뉴스가 나왔잖아요. 사실 이게 가장 심플합니다. 쉽게 말해 '했다 치고' 같은 겁니다. 누군가가 스톡옵션을 행사했는데 차액보상형이라는 건 그 사람이 부여받은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받았고 이걸 바로 시장에서 팔아서 차익을 남겼다고 계산을 하는 거죠. 회사가 줄 돈과 받을 돈을 다 계산해 바로 현금으로 내주는 겁니다. 행사자 입장에서 굉장히 편하죠. 물론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은 다른 거라. 사람에 따라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보유하면서 차후 더 높은 가격에 매각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거지만 말이죠.


회사 입장에서도 일처리가 더 쉽습니다. 주식 새로 발행해 주고 행사자에게 돈 받고 싼 주식이 발행됐으니 전체 회사 주식 발행량 수정하고 공시해야 하고 뭐 이런 거 안 해되 되거든요. 다만 차액보상형은 회삿돈을 내줘야 하잖아요. 신주발행형과 자기주식 교부형은 어쨌든 전부 또는 일부라도 회사에 돈이 들어오지만 차액보상형은 들어오는 돈 없이 전액 회사 돈을 내줘야 합니다. 만약 카카오페이의 류 대표가 차액보상형이었다면 카카오페이는 420억이나 되는 돈을 회사 대표에게 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아주 잘 나가는 기업 또는 스톡옵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에만 차액보상형을 하는 경우가 많아죠.


스톡옵션 종류를 개인이 고를 수 있나요?

사적인 계약이니 계약하기 나름이겠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회사에 요구해서 난 차액보상형으로 해주세요. 뭐 이런 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회사가 대부분 정합니다. 열에 아홉은 신주 발행형인 경우가 많아요. 회삿돈 안주고도 회사는 생색 날 수 있거든요. 카카오 뱅크의 스톡옵션 부여 내용을 살펴보면 하단에 3가지 스톡옵션 종류 중 회사가 택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상황 따라 회사가 알아서 하겠다는 의미죠.


상장사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는 먹튀인가?

냉정하게 얘기해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니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래도 회사의 임원이라면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판단을 해야겠죠. 그런 관점에서는 욕먹을 만합니다. 그래서 주주들의 비난 또는 회사 직원들의 비난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언론들이 나서서 마치 스톡옵션 행사가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기사를 쏟아내는 건 스톡옵션에 대한 이해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조금만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사실 카카오페이의 류 대표를 비롯한 임원 8명은 자신들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확보한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했습니다.(블록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s://brunch.co.kr/@kimq/56) 이걸 시장에서 그냥 매매했을 경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더구나 블록딜은 시장가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대량의 물건을 구매하면 할인을 해주는 것과 비슷한 논리죠. 할인율은 보통 7~10%입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페이 임원진들의 스톡옵션 매각은 할인이 아니라 할증된 가격으로 이뤄졌어요. 지분을 매입한 측에서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는 의미기도 하고 이들 외 매수하려는 경쟁자들이 꽤 있었다는 해석도 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8명이 아주 생각 없이 지분을 던진 건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이들을 옹호하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했다면 주식 유통량을 늘려준 긍정적 행위라는 해석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모든 일이 자신이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는 않죠. 주가는 이들의 매각 행위가 일어난 이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지분 매각은 생각보다 큰 이슈가 돼 부메랑처럼 돌아왔죠. 그것도 매우 부정적 여론을 일으키면서 말이죠. 이들이 놓친 건 무슨 일을 벌일 때 꼭 고려해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이해 관계자들(주주와 직원)과의 소통일 겁니다.  


결국 주주들의 판단이 중요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 공모 물량 100%를 균등배정으로 내놓은 매우 특이한 케이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매우 높은 회사죠. 더구나 요즘 공모주에 투자하는 개인은 장기 보유 성격의 주주라기보다는 이른바 따상을 노린 단기에 수익을 올리려는 성향의 주주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번 스톡옵션 문제는 많은 주주들에게 이른바 배신감 같은 걸 느끼게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주주들의 힘이 세졌다는 게 카카오가 결국 계열사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에 대한 내부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주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답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제도적으로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 우회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차액보상형이 늘거나 그냥 인센티브로 회사의 이익을 특정 임원에게 몰아줘 버리면 주주들의 이익이 더 침해받을 수도 있죠. 결국 그 회사를 애정 하는 만큼 주주들의 나서야 하는 문제입니다.  주주들을 배려하지 않는 경영진이 운영하는 회사는 과감히 손절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주주 운동을 벌여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적극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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