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Daum에 제 브런치 글이 걸리면서 조회수가 급증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새로 구독을 하신 분들이 계시네요. 반갑습니다.
또 하나는 브런치 출판 브로젝트에 응모해 보려고 그간 글을 모아서 브런치북으로 발간했습니다.
몰랐는데 매거진 글을 묶어서 브런치 북으로 발간하면 매거진에서 자동으로 해당 글이 빠지더군요. 그래서 80% 정도의 글이 브런치 북으로 옮겨졌습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이전 글을 읽으시려면 브런치 북으로 읽어주세요.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카카오페이가 다시 상장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25~26일) 청약이 진행됩니다. 중복청약이 안 되는 것과 특이하게 카카오페이는 균등배정방식으로 청약에 들어온 투자자들에게 공모주를 나눠준다는 게 이전과 큰 차이입니다. 상장과 관련해서는 이미 3차례 정도 글을 쓴 적이 있어서 기본적인 상장 관련 내용은 이전 글(https://brunch.co.kr/@kimq/31)들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오늘은 상장 이후 종종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써보려 합니다.
아시겠지만 제 글은 한두 달 전에 작성해 탱고픽 위클리 매거진이라는 곳에 기고된 걸 제가 이곳으로 옮긴 것들입니다. 그래서 시의성이 좀 떨어지는 맛(?)이 있어요. 이해해주세요.
얼마 전 카카오뱅크 주가를 급락시켰던 '블록딜'에 대한 내용입니다. 블록딜은 상장 후 보호예수가 풀리는 기업들 뿐 아니라 많은 상장사들의 M&A 혹은 자사주 매각 등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슈입니다.
최근 잘 나가던 카카오뱅크 주가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블록딜 부담인데요. 실제로 지난 2일 우정사업본부가 보유 중이던 카카오뱅크 지분이 블록딜로 거래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주가가 이 소식이 알려지곤 7% 넘게 빠졌거든요.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추가적인 블록딜 부담을 안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카카오뱅크 사례를 가지고 블록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겠습니다.
단일 가격으로 한방에 블록으로
블록딜은 말 그대로 블록(block) 그러니까 덩어리째로 거래(deal)하는 걸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부르는 가격, 다시 말해 호가가 형성되고 이게 서로 맞아떨어지면 거래가가 형성됩니다. 당연히 호가마다 매수 매도 잔량이 존재하죠. 그래서 A주식을 내가 1만 원에 100주를 사고 싶어도 팔고자 하는 사람 즉 매도 호가가 1만 원에 형성되지 않으면 거래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 1만 원에 매도 잔량이 50주만 걸려있다면 50주만 거래되는 거죠. 50주를 더 사서 A주식의 보유량을 100주로 만들고 싶다면 매도 잔량이 남아있는 호가에 맞게 매수 호가를 높여야 체결이 이뤄집니다.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단순히 100주 1000주가 아니라 사고 싶은 주식이 100만 주 또는 팔고 싶은 주식이 1000만 주라면 어떨까요? 해당 주식의 일평균 거래량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주식을 일반 주식거래처럼 매수매도 호가를 봐가며 거래한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기 이를 데 없을 겁니다. 심지어 스스로 주가를 올리며 사게 되거나 스스로 주가를 떨어뜨리며 팔게 되겠죠. 보통 이걸 호가를 잡아먹고 산다 또는 판다 뭐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큰 변동성을 방어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로 블록딜입니다. 일반 유통시장에서 본다면 일종의 도매 거래 같은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단일 가격에 많은 물량의 주식을 한꺼번에 도매상 같은 곳에 넘기는 거죠. 도매상엔 좀 싸게 넘기잖아요. 블록딜도 마찬가집니다. 거래하는 주식이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가 좋냐 또는 해당 주식의 장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서 할인율은 좀 달라집니다만 보통은 10% 내외의 할인이 이뤄져 거래됩니다. 카카오뱅크 예를 볼까요?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 지분 2.9%, 주식수로 무려 1,368만 383주를 한꺼번에 팔았습니다. 단일가 거래라고 했으니 그럼 얼마에 팔았을까요? 거래가 이뤄진 날의 하루 전 카카오뱅크의 종가(8만 8천 원)를 기준으로 9.9% 할인 된 가격에 팔렸습니다.
블록딜이 일어나면 무조건 주가가 빠지나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만 대체로 주가가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앞서 설명드린 대로 블록딜은 보통 할인 거래를 하기 때문이죠. 단순합니다. 물량을 많이 사는 대신 물건을 10%나 싸게 샀으니 매수자는 다음날 이걸 판다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블록딜로 해당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일단 매수한 주식 중 일부를 빠른 시일 안에 매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미래를 아무리 좋게 본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일부 수익은 챙겨 마진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으로 추가 수익을 노리는 거죠.
반면 할인율이 높지 않게 거래되는 블록딜의 경우는 주가가 도리어 오르기도 합니다. 시장은 도매상이 가격 할인을 거의 안 받고 물량을 받아 갔다는 사실을 긍정적 지표로 해석합니다. 도매상이 마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물건을 내다 팔지 않을 테니 단기 물량 부담도 없고 가격도 그래서 더 오를 거라고 보는 거고요.
보호예수와 연관성이 높은 블록딜
출처:서울경제신문
사실 블록딜은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일 수 있습니다. 만약 우정사업본부가 1300만 주가 넘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시장에서 며칠 동안 줄줄이 팔았다면 주가는 어땠을까요? 아마 카카오뱅크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연일 하락해 7%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을 겁니다. 그래서 상장기업들은 주요 주주들이 지분 매각 의사를 보이면 서둘러 이 지분을 사갈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서 블록딜을 성사시키려 노력합니다. 주가가 기업 내용과 상관없이 망가지는 걸 막기 위해서죠.
블록딜이 일어나는 경우는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M&A일 테고요. 그 외에는 신규상장 종목들이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 구주를 많이 보유한 초기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하는 경우, 공모주 청약 당시 보호예수를 걸었던 기간이 종료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더불어 상장 기업들 중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도 종종 블록딜을 통해 자사주를 매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카카오뱅크 사례는 상장 전 투자를 통해 구주를 보유하던 우정사업본부가 차익실현에 나선 경우죠. 2015년 120억을 투자한 우정사업본부가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1조 원이 넘는 투자 수익을 이번 거래를 통해 챙긴 겁니다. 다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 카카오뱅크 투자자들에겐 걱정입니다. 넷마블, 예스24 등 구주를 들고 있는 초기 투자자들도 있고 상장 당시 3개월, 6개월 보호예수를 걸었던 투자자들 물량도 대기 중이거든요.
블록딜은 기업 내용과는 관련 없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블록딜은 주가 거래와 관련된 큰 이벤트일 뿐 기업의 사업 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이 블록딜이 M&A와 관련이 있다면 얘기는 다르지만요. 일반적인 블록딜로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는다면 매수를 고려하라는 분석도 그래서 등장하는 거죠. 다시 말해 기업의 밸류는 변화가 없다는 얘깁니다. 다만 이런 블록딜이 일어날 때 해당 기업의 주주라면 해당 기업이 얼마나 자기 역할을 하는지 (주주를 챙기는지) 또 블록딜 때 할인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