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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Sep 24. 2021

헝다그룹 파산설 해석하기

제2의 리만브라더스 사태가 될까?

추석 연휴 전인 9월 19일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시점을 고려해 읽어주세요.


중국의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헝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회사입니다. 1997년 설립돼 한때 창업자인 쉬자인 회장이 중국 부호 1위(2017년)에 오르기도 했죠. 회사명은 한자 그대로 보면 항상 항(恒)에 큰 대(大 )를 사용해 항상 거대하다 뭐 이런 뜻이 됩니다. 영문 회사명도 그래서 evergrande 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항상 큰 꿈을 품은 헝다그룹이 이번에 사고도 크게 치게 생겼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흔드는 헝다 파산설

기업들은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자기 돈만 가지고 사업하는 사람이 어딨냐?” 이런 말 들어 보셨죠? 실제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남의 돈을 잘 활용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금융기관에서 빌려서 사용할 수도 있고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을 수도 있죠. 다만 빌려 온 돈은 이자도 주고 만기엔 원금도 갚아야 하잖아요. 이걸 지키지 못하면 기업은 채무불이행, 즉 부도가 나고 악화되면 파산하죠. 헝다그룹에 파산설이 돈다는 것은 회사가 빌린 돈의 이자도 못 갚을 상황이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헝다그룹이 오는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이자 8,350만 달러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헝다그룹의 신용등급도 CC로 하향했습니다. CC등급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등급으로 상환 불가능 직면을 뜻하는 C등급의 바로 윗등급이며 상환 불이행을 의미하는 D등급의 두 단계 위 등급입니다.

피치 신용등급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개발 규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르니 이걸 잡겠다며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시작됐죠. 수요를 잡기 위한 겁니다. 은행에서 싼 이자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으니 거주 목적의 실수요가 아닌 투자, 투기 수요가 늘어 집값이 올랐다는 거죠. 중국도 비슷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빈부격차 문제에 우리보다 더 민감하거든요. 다만 우리와 다른 건 부동산 개발사들에 대한 규제도 같이 시행하고 있다는 거죠. 코로나19로 중국 역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해줬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과도하게 부채비율을 높인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도리어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 작용을 할 것을 우려해 규제에 나선 겁니다. 헝다그룹은 이런 규제의 영향을 받으며 조달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헝다그룹의 총부채 규모는 1조 950억 위안 우리 돈으로 350조 원이나 됩니다.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 될까?

출처: 삼성증권 보고서

헝다그룹은 이런 내용이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자 공식 성명을 내고 파산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다만 전례 없는 어려움에 닥쳐 있다는 표현을 써, 사실상 자금 문제가 있음은 시인했죠. 중국의 주요 부동산 개발회사가 파산을 하든 말든 이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워낙 덩치가 큰 회사이고 중국에서만 자금을 조달한 게 아니라 홍콩시장을 통해서 30조 원이 넘는 규모의 달러채권을 발행한 상태라 진짜 파산에 이른다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미국의 리먼브라더스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실제 우리 돈으로 350조 원이 넘는 부채가 있다는 것은 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있다는 의미이고 파산 즉 헝다가 이 돈을 갚지 못하면 해당 금융사들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중국 금융 시장 전체 리스크로 커질 수 있는 것이죠. 미국의 금융위기로 경험했듯 글로벌 G2 중 하나인 중국에 금융리스크가 온다면 글로벌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테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어서 가능성 낮다

증권가의 분석을 보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파산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집니다. 첫 번째는 대마불사라는 거죠. 덩치가 너무 커서 헝다를 파산시킬 경우 그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려낼 거다라는 얘깁니다. 이건 사실 중국을 떠나 어느 나라나 마찬가집니다. 두 번째는 사회주의라는 시스템과 현재 중국이 처해 있는 환경 때문에 헝다를 쉽게 파산시키기 어렵다는 겁니다. 자본주의 체제라면 시장의 논리대로 파산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사회주의 환경인 중국은 정부의 통제 영역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중국은 내년 2월 동계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고 가을엔 최고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으로도 헝다의 파산은 쉽지 않다는 해석입니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는 방향에서 중국 정부의 통제하에 순차적으로 해결할 거란 얘깁니다.


그래도 불안한 시한폭탄

최악의 파산 시나리오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지만 헝다는 여전히 불안한 시한폭탄입니다. 당장 고비는 연말까지 내야 할 6.1억 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입니다. 더불어 이 산을 넘는다 하더라도 지속해서 이런 이자 지급, 채권 만기가 이어질 테니까요. 이 때문에 결국 정부 통제하에 헝다그룹의 해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계열사들과 유휴 부동산의 매각 등을 통해 부채를 해소하는 방안입니다. 만약 잘 팔리지 않는다면 중국의 특성상 지방정부가 재매입하는 방식을 써써라도 충격을 최소 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얘깁니다. 어쨌든 증권사들은 올 연말까지 헝다그룹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삼성증권 보고서)


다만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중국 정책 당국의 지준율 인하를 비롯한 통화 완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이는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를 아주 악재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투자의 재료로 활용해 보자는 얘기인데요. 헝다그룹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중국의 부동산 개발사들의 신용위기 상황 때문에 중국의 금융당국이 쉽사리 금리를 높이지 못할 거라는 거죠. 반대로 지준율 인하 등 통화완화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시장에선 일반적으로 이렇게 금리를 낮추는 상황이라면 시크리컬, 이른바 경기 민감주와 성장주에겐 호재라고 해석합니다. (메리츠증권 보고서) 최근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중국 주식시장이 조정을 좀 받았죠. 그래서 다시 중국 시장을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시장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런 해석도 투자에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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