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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Oct 30. 2021

흠슬라(HMM)로 이번엔 영구채를 배워보자

영구채는 자본일까 부채일까?

오늘은 영구채(consol bond, perpetal bond)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HMM의 영구채의 주식전환이 이슈니까요? 얼마 전 산은이 전환사채를 한차례 주식으로 전환해 매물 부담이 큰 상황에 해진공도 한다니 주가가 더 빠질까 걱정인 거죠.

 

그간 브런치의 글들, 특히 매거진과 브런치 북으로 엮은 글은 다른 곳에 이미 기고했던 걸 옮겨 놓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브런치에선 새글로 발행하면서도 "한두 달 전에 작성한 겁니다. 고려해서 읽어주세요."라는 말을 적었습니다. 마치 리퍼 제품 파는 것처럼 좀 죄송한 마음이 있었고 최근 구독자가 늘면서 마음에 부담이 좀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최신 이슈로 재사용이 아닌  진짜 새글로 독자님들과 만나려 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흠슬라(HMM) 이번엔 영구채?

출처: HMM 전자공시

전자공시(DART) 사이트에 퍼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헷갈립니다.

분명 언론이나 뉴스에서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공시를 들여다보니 영구채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영구채가 아니라 '전환사채(CB)'라고 돼 있어요.

왜 그럴까요?
영구채는 전환사채의 일종입니다. 다만 그 성격이 좀 달라서 따로 떼어내 영구채라고 부릅니다. 
HMM의 경우는 정확히 얘기하면 영구전환사채입니다. 또 은행들이 종종 발행하는 영구채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이라고 돼 있고 이 또한 전환사채의 일종입니다.


그럼, 전환사채 중 어떤 걸 영구채라고 부를까요?

일단 오늘은 HMM의 경우를 주로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영구전환새채말이죠. 먼저 만기가 아주 길어야 해요. 보통 30년입니다. 일반적인 전환사채들이 보통 2년, 길면 3~5년이 만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길죠. 여기에 영구채는 만기 때 계속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도 붙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진짜 대박인 거죠. 돈을 빌려서 갚아야 하는 만기가 30년으로 아주 긴데 만기가 되면 연장하자고 하면 연장된다는 얘깁니다. 원금상환 부담 없이 이자만 내고 쓰면 된다는 거죠. 사채임에도 사실상 영구적으로 돈을 빌린 거나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영구채라고 부릅니다. 더불어 이전에는 이런 게 없었는데 새롭게 만들어진 자본조달 방식이라는 뜻으로 신종자본증권이라고 부르죠.

 

영구채는 어떤 기업들이 발행하나요?

만기 없이 빌려서 이자만 내고 큰돈을 쓸 수 있다면 누군들 사용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요즘 주택 관련 대출들이 난리인데 만약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대출이 이런 조건이라면 은행 창구가 아주 북새통을 이룰 겁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집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려면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발행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이런 좋은 기회를 모두에게 주진 않겠죠. 은행에서 대출할 때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을 들이대며 빌릴 사람의 갚을 능력을 고려하는 것처럼 말이죠.


영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아이러니하게도 부도 위기 등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입니다. 빌릴 사람의 갚을 능력을 고려한다고 했는데 말이죠. 이유는 있습니다. 파산으로 가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공적자금이라도 넣어서 억지로 살려야 할 때 영구채가 활용됩니다. HMM이 대표적인 사례죠. 아시겠지만 한진해운 등이 파산하는 과정 등 국내 해운사들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현대상선이 HMM이 됐잖아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영구채가 활용됐습니다.


두 번째는 금융사들과 신용도가 받쳐주는 대기업들이 활용합니다. 영구채는 발행자(기업)에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의 자금조달 수단이기 때문에 돈을 투자(빌려)하는 측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이왕이면 튼튼한 회사를 찾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기업 그리고 금융사들이 주로 대상이 됩니다.


만기가 없는데 원금은 어떻게 회수하나?

영구채가 만기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전환사채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전환 조건을 활용해 원금 또는 원금 이상의 회수가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관건이죠. 더불어 보통 영구채를 발행할 때 발행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겁니다. 그리고 5년 후 발행사(회사)가 조기상환을 하지 않으면 이자를 순차적으로 더 올려가는 방식을 씁니다. 원금 회수가 오래 걸리는 만큼 이자를 더 받는 거죠.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합니다. 그런 면에서 은행 등이 발행하는 영구채는 나름 인기가 있습니다.


해진공의 영구채 주식전환은 욕먹을 일인가?

HMM 최근 6개월 주가 흐름

HMM주주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가가 6개월 사이 30% 넘게 빠졌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산은의 CB 주식전환으로 시작한 매물 부담, 이른바 오버행 이슈도 한몫을 했습니다. 여기에 해진공까지 6000억 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그것도 7천 원 대에 주식으로 전환한다니 반대할 만도 합니다.

다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HMM이 회생의 기로에 섰을 때 만기 없는 돈을 넣어 준 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봅시다. 그들에게 상환 청구해서 빌려 준 돈만 받아가라고 하는 건 '구덩이에 빠진 호랑이 건져줬던니 잡아먹겠다'라고 하는 꼴이죠. 다만 해진공이나 산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이후 이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매각하느냐는 또 다른 이슈죠. 특히 해진공은 말 그대로 조선업부터 해운업까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짆아요. 회사(주주들)에 큰 피해가 안 가면서 자신들은 최대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결국 대량의 지분을 받아 갈 투자자를 찾아 블록딜을 해야 할 텐데 이는 곧 주인이 바뀌는 문제 하고도 연결되거든요. 현재 HMM의 최대주주는 산은으로 71.68%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해진공이 영구채 60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19.69%를 보유한 2대 주주 지위에 오릅니다. 사실 그래서 전환하지마가 아니라 주주들은 산은과 해진공에게 대충 아무렇게나 팔지 마라고 요구를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매각이 이뤄지면 주가 전망은 더 긍정적이 될 겁니다.  


영구채의 또 다른 이슈, 자본인가 부채인가?

기본적으로 채권은 갚아야 할 돈이니 부채잖아요. 그런데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으니 갚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그럼 부채가 아니라 자본인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죠. 실제 회계처리를 할 때 영구채는 자본으로 봅니다. 그래서 금융사들이 이 영구채 활용합니다. 들어보셨겠지만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해서죠. 자기 자본 비율이 떨어지면 은행들은 여러 가지 제약을 받습니다. 이런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 회사채처럼 발행하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구채를 찾는 겁니다. 기업들도 비슷합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오거나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면 부채가 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문제가 생기죠. 이럴 때 활용되는 게 영구채입니다. 자본으로 분류되니 부채비율 걱정 안 해도 되고 주식전환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주식이 희석되진 않거든요. 그래서 영구채를 신종자본증권이라 부릅니다.


제 이전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제가 HMM으로 전환사채와 리픽싱 등을 설명한 이전 글이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가능하다면 이번 글과 곁들여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하나 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블록딜에 대한 글도 한번 읽어보세요. 


흠슬라로 전환사채 배우기(https://brunch.co.kr/@kimq/43)


흠슬라로 리픽싱 이해하기( https://brunch.co.kr/@kimq/44)


블록딜 이해하기(https://brunch.co.kr/@kimq/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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