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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Aug 27. 2021

흠슬라(HMM)로 배우는 전환사채

오버행, 리픽싱까지 덤으로 이해하기

흠슬라로 불리는 HMM은 지금도 이슈군요.

이번엔 노조 파업으로 시끌합니다. 노조의 주장도 이해가 가고 회사 측 반론도 이해가 갑니다. 이럴 때면 수출로 먹고사는 사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해운사들을 줄줄이 파산시켜버린 게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나마 살려둔 HMM이 버티곤 있는데, 홀로 남아 있으니 이런저런 이슈도 많고 문제도 많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게 산업은행이 들고 있던 3000억 원 규모의 HMM의 전환사채 만기가 얼마 안 남았던 지난 5월 중순이었습니다. 시장의 우려보다는 큰 영향 없이  6월 말을 넘겼고 산은은 만기가 돌아온 전환사채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아무튼 시점을 고려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HMM이 이래저래 이슈입니다. 지난해 3월 한때 주당 2,12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얼마 전 5만 원까지 올랐죠. 지금도 4만 원 대를 유지하고 있으니, 1년 여간 주가가 무려 2000% 가깝게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HMM을 테슬라에 빗대, 흠슬라라 부르기까지 합니다. 코로나19로 죽어있던 글로벌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이로 인해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실어 나를 선박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박운임은 고공행진입니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최근 3100선까지 오르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죠.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한두 달 사이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당분간 이런 양상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고요. 또 다른 HMM의 이슈는 어려울 때 발행한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입니다. 당장 다음 달(6월) 말에 만기가 다가오는 3000억 원 규모의 190회 차 전환사채가 주가에 얼마나 부담을 줄 것이냐가 관심 꺼립니다.


난 주식투자자인데 왜 전환사채에 관심을 가져야 해?

전환사채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정말 짜증 나는 존재입니다. 채권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주식으로 전환돼 어느 순간 엄청난 물량으로 주가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이죠. 이른바 오버행 이슈의 주범입니다.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주가가 힘을 잃고 주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꺼번에 나오지 않더라도 오를만할 때마다 매물화되면 주가가 잘 오르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히거나 횡보를 하게 됩니다. HMM 경우도 다음 달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3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혹시나 전량 매물화되지는 않을까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겁니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의 만기와 미전환 물량을 꼼꼼히 체크해 보는 것은 필수입니다. 자! 그럼 오늘은 HMM사례로 전환사채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합시다.


전환사채는 잘 안 팔리는 물건에 보너스를 붙여주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게 은행에서 빌려오는 겁니다. 차입이죠. 신용도가 좋은 기업들은 은행에서 저금리의 자금을 비교적 쉽게 빌립니다. 두 번째는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겁니다. 사채나 주식을 발행하는 거죠. 이 역시 튼튼한 기업들은 어렵지 않습니다. 일정 이자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만기가 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이전 걸 갚기도 하죠. 주주배정이든 공모든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도 주주들만 설득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이 어렵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이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전환사채입니다. 이자만으론 회사채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원하면 일정 기간 뒤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붙여서 자금을 유치하는 거죠. 이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만기 때까지 채권처럼 이자를 받다 원금을 회수해도 되고 회사가 상황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면 사채 발행 때 정한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전환해 큰 차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실제 HMM의 190회 전환사채의 경우 2016년 12월 19일 발행됐는데, 당시 상황이 안 좋던 HMM(현대상선)에 산업은행이 3000억 원을 투자한 형태입니다. HMM의 190회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격은 5,000원입니다. HMM 주가가 최근 주당 4만 원을 넘었지만 그냥 4만 원이라고 가정해보면 산은은 3000억 원을 모두 5천 원짜리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하면 2조 4천억 원을 법니다. 3000억 원의 원금을 빼더라도 2조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거죠. 다만 산업은행이 전환한 주식을 모두 매각할지 아니면 보유하면서 상황에 따라 처분할지는 미지숩니다. 어쨌든 주식으로 전환될 물량이 6천만 주나 되고 지분율로 20%가량입니다. 말 그대로 매물로 출회될 잠재물량이 커진, 오버행 이슈가 HMM은 커졌습니다.


전환사채 물량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상장사들은 자금조달 상황을 공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금감원의 전자공시 사이트에 들어가면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특히 분기나 반기보고서의 자본금 변동 내역을 확인하면 됩니다.

이 표는  HMM의 분기 보고서 중 자본금 변동 내역의 일부입니다. 회차별로 사채 발행 내역은 물론 발행시기, 만기 그리고 전환청구 가능 시기와 전환 조건까지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기일과 전환청구 가능 기간을 눈여겨봐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전환사채는 발행 후 1년 뒤부터 주식 전환이 가능합니다. HMM처럼 주가가 이렇게 올랐음에도 만기까지 주식전환이 한주도 없는 경우는 드뭅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관계로 매각차익보다 HMM의 회생에 투자 목적이 있기 때문이죠. 어쨌든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 회수의 가능성도 있어서 재무적으로 불안한 회사라면 원금 상환과 맞물려 회사의 자금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 대규모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오버행 이슈로 주가의 발목이 잡힙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 전환 가능 잠재물량과 시기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MM 사업보고서 일부


전환사채 주식 전환가격은 고무줄

투자자들이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전환사채의 또 다른 복병인 전환가격의 조정입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대부분 전환가격 조정 조건이 들어갑니다. 특히 자금조달이 어려운 회사일 수록 전환가격 조정 조건이 매우 후합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주가가 주식 전환 가격보다 밑으로 내려가면 전환가격을 더 낮게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걸 리픽싱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리픽싱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주가의 평균 가격으로 전환가를 조정합니다. 보통 최초 전환가의 70~80%까지 조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A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주식 전환 가격이 1000원으로 정했는데, 발행 후 주가가 계속 흘러내렸다면 리픽싱 조항에 의해 주식 전환가가 800원으로 또 500원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건 전환사채로 조달한 원금은 변함이 없는데 전환 단가가 낮아지니 전환 주식 물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다시 말해 자칫 전환 물량이 너무 많아지면 대주주의 지분이 위협받거나 실제로 이것 때문에 대주주가 바뀌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전환사채 발행 많은 바이오 테크 회사들

사실 전환사채는 바이오 테크 회사들이 많이 활용합니다. 바이오 테크 회사들은 이른바 파이프라인이라 불리는 신약 후보물질들을 찾거나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약이 개발되거나 기술 판매인 라이선스 아웃이 일어나기 전까지 매출이나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임상 등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지속해서 필요하죠. 이 경우 전환사채를 활용해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가 많이 일어납니다. 재무 상태나 신용도가 떨어지니 다른 방법으론 자금 조달이 용이치 않으니 신약개발 가능성 이른바 대박의 확률을 걸고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거죠. 투자자들은 여의치 않을 경우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 되고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지금 연구하는 파이프라인이 임상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주식 전환으로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투자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바이오 테크 기업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전환사채 물량은 체크해야 합니다. 또 투자하고 있는 회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하면 발행 조건 등을 잘 체크하고 그 주식을 지속해서 보유할지 아니면 갈아탈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글은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 5월 3주차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https://bit.ly/3hvZN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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