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사례로 본 증자와 감자의 이해득실
지난 5월에 삼성중공업이 감자를 발표했었죠. 뒤에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만 감자는 덜다는 의미의 감(減
)을 사용해 자본금을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자본금이라는 게 회사의 금고에 쌓아두는 일종의 현금 같은 거라 이게 줄어서 제로(0)되거나 그 밑으로 내려가 마이너스가 되면 이른바 자본잠식이 돼 좋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감자를 삼성중공업은 감자를 발표했을까요?
그리고 최근 불과 6개월 여만에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합니다. 이건 감자와는 반대로 외부에서 돈을 가져다가 아까 말한 회사 금고에 넣겠다는 의밉니다. 아니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럴까 싶으시죠? 아래 글을 통해 증자와 감자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세요. 이 글은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 5월 1주 차에 기고된 글입니다. 시점을 고려해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삼성중공업이 감자도 하고 유상증자도 한답니다. 감자는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내리는 액면 감자이고 유상증자는 1조 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다음 달(6월) 22일 감자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감자와 증자는 기업의 자본금을 줄이고 늘리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들으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리고 왜 하는 건지 또 하고 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고 궁금하시잖아요.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감자는 유상이 좋고 증자는 무상이 좋다.
앞서 기업의 자본금을 줄이는 것은 감자 반대로 늘리는 것은 증자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들 감자와 증자는 다시 유상과 무상으로 나뉩니다. 그럼 주주들에게는 뭐가 좋고 나쁠까요? 감자라면 유상이 좋습니다. 유상감자는 기업이 자본금 다시 말해 회사에 보관할 돈의 규모를 줄이고 남는 돈을 주주들에게 나눠 주겠다는 의미니 가만히 앉아 회사가 주는 돈을 받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증자는 무상증자가 좋습니다. 무상증자는 회사가 이익이 난 돈으로 주식을 찍어 공짜 주식을 주겠다는 얘기입니다. 상장사들은 이익의 일부를 배당을 통해 돈으로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회사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거래 주식 수도 늘리기 위해 이렇게 무상증자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가만히 앉아서 현금을 받거나 공짜 주식을 받는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문제는 반대의 경우들입니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입니다. 특히 무상감자는 주주들에겐 치명적인데요. 보통 회사의 적자가 지속돼 장부상 자본금보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돈이 적을 때 하게 되죠. 그걸 좀 어려운 말로 자본잠식이라고 하는데요. 주식 수를 줄여버리거나(주식병합) 액면가를 낮추는(액면가 감액) 방식으로 진행되죠. 이럴 경우 회사는 자본잠식 우려에서 벗어 날 수 있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가지고 있던 주식이 반으로 혹은 1/10로 줄거나 주식 수는 그대로지만 주식의 값어치가 뚝 떨어지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은행에 5만 원짜리 지폐 10장 예금했는데 어느 날 이게 1장으로 바뀌어 있는 거고 또는 5만 원짜리 지폐를 여전히 10장 가지고 있지만 정부가 다음날부터 5만 원 지폐를 5천 원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한 것과 같습니다.
유상증자도 주주들에게 독인 건 비슷합니다. 회사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겠다는 얘기니까요.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진한 아메리카노에 물을 붓는 것처럼 주가의 희석 문제를 낳습니다. 당연히 증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 그렇겠죠. 다만 증자의 경우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회사가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주가의 반응은 달라지곤 합니다. 단순히 앞서 감자를 진행한 것처럼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한 재무개선 용도라면 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이겠지만 미래 성장성이 큰 신규 사업 추진이나 사업이 너무 잘 돼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면 주가 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엔 무슨 일이... 무상감자에 유상증자라니
그런데 어떡하죠? 이번 삼성중공업은 무상감자에 대규모(1조 원 대) 유상증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식이 전해진 날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사실 삼성중공업은 7년째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조선업황이 좋아서 수주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런 수주 효과는 내년쯤 가서야 반영이 됩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액이 6조 9000억 원이지만 영업손실이 7600억 원으로 작년보다 더 커질 것이란 경영계획을 이미 내놨습니다. 당장 올해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결국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낮추는 액면가 감액 방식의 무상감자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상황에서 여기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1조 원의 신규자금을 더 채워 넣으면 내년이나 내 후년 업황이 지금처럼 유지만 돼 주면 회사가 정상 아니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미래를 볼 것이냐 지금 위험을 회피할 것이냐
주식투자자의 영원한 고민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의 상황을 본다면 굳이 투자에 나설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무상감자와 유상증자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조선업 사이클도 때마침 잘 맞아떨어진다면 이럴 때 투자해야 향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겠죠.
앞서 점검한 대로 삼성중공업이 발표한 무상감자와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겐 달갑지 않은 이슈들입니다. 다만 이 상태로 삼성중공업을 둘 것이냐라고 하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비슷할 겁니다. 일단 감자가 진행되는 상황 그리고 대규모 유상증자가 시행되는 과정에 주가 흐름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유상증자는 대략적인 규모만 나왔을 뿐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이 나오지 않았거든요.(이번에 유상증자 공시가 됐습니다) 물론 주주배정 방식이라는 건 나와있지만 대량의 실권(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물량)이 발생할 경우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대주주가 이 물량을 다 책임진다고 하면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집니다.(이번 공시를 보면 실권주를 주관 증권사들이 모두 인수키로 했어요) 증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해지는 신주 발행 가격도 주주들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요소죠. 낮게 책정되면 보유하던 주식의 희석 요인이 더 커지니까요.
반면 증자 과정을 투자의 기회로 보는 분들이라면 신주 발행가가 낮아지는 게 더 반가울 수도 있죠.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실권주를 대주주가 다 받을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아!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금호전기란 회사가 2019년 액면가 감액으로 감자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금호전기는 대주주가 도와줄 상황이 전혀 아니었던 터라 감자를 하고도 적자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결국 그해 말에 신주 홀딩스라는 곳으로 매각이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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