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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Aug 06. 2021

공모가는 어떻게 정하나요?

크래프톤 사례로 배우는 공모가 산정방식

앞서 작성한 IPO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같이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욕심을 조금 더 부리면 기업들은 상장을 왜 하나요? 까지 말이죠. 아래 글은 7월2일 탱고픽 위클리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시점을 참고해 읽어부시길 바랍니다. 


요즘 IPO 시장에선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이슈입니다. 사실 출발은 하이브(상장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입니다. 상장 후 주가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자 공모가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쏟아졌거든요. 다행히 주가가 많이 회복되며 이 얘기는 최근 쏙 들어갔습니다. 최근에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가 이 공모가 거품 논란의 바통을 이어받았죠.  다른 점이라면 하이브는 상장 이후 나왔던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이들은 상장 전부터 등장했다는 겁니다. 덕분에(?)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를 5만 원가량 낮춰 40만 원~49만 8000원으로 , 1000만 주가 넘던 공모 주식수도 865만 주로 조정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가격 5만 원 낮추고 공모 주식 수 좀 줄인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회사(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이번 공모를 통해 회사로 조달할 수 있는 투자금이 4조 원이나 줄어드는 상황이랍니다.

공모가는 어떻게 정하나요?

공모가 거품 논란을 보면서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상장하는 기업들의 공모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말이죠. 사실 '공모가는 이렇게 산정해'라는 법이나 규정은 따로 없어요.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쓰는 방법을 크게 2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절대평가법 다른 하나는 상대가치평가법 입니다. 시장에서는 상대가치 평가법을 대부분 사용하죠.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A라는 사람이 귀농을 해서 수박을 키웁니다. 한 여름 커다란 수박을 수확해 시장에 내다 팔려합니다. 가격을 어떻게 정할까요? 시장에 나가서 다른 수박들이 얼마에 팔리는지를 보는 거죠. 2만 원 정도에 팔리는 걸 확인하고 그들보다 자신이 수확한 수박의 크기가 더 크니 2만 1천 원에 판매하자 가격을 정합니다. 이게 상대가치 평가법입니다. 반대로 수확한 수박의 무게를 달고 당도를 측정합니다. 최상품으로 측정됐으니 조금 비싸게 받아야지라고 생각하고 2만 5천 원이라는 가격을 정합니다. 이건 절대평가법입니다. 

이해가 좀 되시나요? 다만 그해 날이 좋아서 수박 농사가 매우 풍작입니다. 이럴 경우 시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절대평가법으로 가격을 정해 나온 수박은 시장에서 잘 필릴까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기업의 내재가치가 높다고 한들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비슷한 회사들의 주가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평가법으로 공모가를 정해서 들어오면 흥행에 참패해 자금조달에 실패할 수도 있죠. 그래서 대부분 주식시장에서 공모가 산정 시 상대가치평가법을 사용합니다.


공모가 산정에서 키는 PER(주가수익비율)

자 그럼 실전으로 들어가 봅시다. 말이 좋아 상대가치 비교지. 기업들이 수박처럼 상품이 동일한 것도 아니고 하는 일들도 조금씩 다르고 규모도 다 다른데 어떻게 비교를 할까요? 그 핵심에는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이 있습니다. 아, 이게 약간 수학공식 같은 거라  조금 어렵다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냥 개념을 이해하는 정도로만 알아두자는 마음으로 따라와 주세요. 보통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서 구합니다. 이건 바꿔 말하면 주가는 주당순이익 X PER이라는 얘기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죠? 이 단순한 공식으로 새로 상장할 기업의 공모가를 계산해 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감귤을 상장하려 합니다. 이미 시장에는 오렌지와 한라봉이 상장돼 있습니다. 자 그럼 공모주관사는 비슷한 회사인 오렌지와 한라봉의  PER을 살핍니다. 오렌지는 10, 한라봉은 20이라고 가정하면 그냥 평균을 내서 PER 15가 감귤이 상장할 때 받을 적정 PER이라고 보는 거죠. PER은 구했으니 앞에 공식을 생각하면 감귤의 주당순이익을 알면 상장을 준비하는 감귤의 적정 주가를 구할 수 있습니다.  감귤은 지난해 1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상장 때 주식 5만 주를 발행하기로 했죠. 그럼 주식수로 순이익을 나눈 게 주당순이익이니 2000원입니다. 답이 나왔네요. 감귤의 적정공모가는 업계 평균 PER 15에 주당순이익인 2000원을 곱한 3만 원이 나옵니다.


비교기업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공모가

이번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거품 논란도 사실은 비교 기업을 어디로 했느냐에서 나옵니다. 가장 이슈가 됐던 게 크래프톤의 공모가 산정 시 비교한 기업 중에 디즈니가 있었다는 거죠. 우리는 단순한 게임회사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고 게임 IP 등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거야 뭐 이런 논리인데, 시장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봤던 거죠. 카카오뱅크 역시 비슷합니다. 카카오뱅크도 공모가 산정의 비교기업을 대부분 해외의 금융 플랫폼 회사들로 잡았습니다. 국내 은행들하고 큰 차이 없이 대출해 주고 이자 마진 챙기는 장사 하면서 공모가 산정 시 비교기업은 플랫폼 기업인 것처럼 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공모가를 높게 받고 싶어 PER이 높은 기업들을 비교 대상 기업으로 삼았다는 거죠.


공모가 산정 후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진행

공모가 버블 논란은 사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비싸다 거품이다 라고 했지만 막상 시장에 들어와서 팔려나갈 때 날개 돋친 듯 팔리면 이런 논란은 바로 사라집니다. 그걸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게 수요예측이죠. 앞서 설명한 대로  적정 공모가를 계산해 내면 보통 10~30% 정도 서 할인을 한 후 위아래로 범위를 넓혀 희망 공모가라는 걸 정합니다. 감귤의 경우 3만 원이 나왔으니 20% 할인해 24000원, 그리고 위아래로 범위를 정해 공모희망가를 2만 원~2만 8000원 뭐 이렇게 정하는 겁니다. 그런 이후 이 정도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면 정말 잘 팔릴까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해 보는 게 수요예측입니다. 


수요예측에 들어가면 기관투자자들은 공모희망가를 기준으로 사고 싶은 가격과 물량을 써냅니다. 꼭 공모희망가 범위가 아니더라도 다른 가격을 쓸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종합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는 거죠. 그래서 공모 관련 기사에 수요예측 후 최종 공모가가 확정됐다는 내용이 나오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크래프톤이 수요예측도 하기 전에 공모희망가 밴드를 낮춘 건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공모하는 기업 입장에서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는 게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공모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

공모시장도 결국은 수요와 공급입니다. 가격이 거품이 있다면 너무 비싸니 수요가 줄테고 기업 가치 대비 공모가가 싸게 보인다면 수요예측부터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 같은 것들이 나오겠죠. 다만 요즘 공모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이런 것들은 따지지 않고 일단 상장 첫날은 따상이 나온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마구 공모시장으로 뛰어드는 게 문제죠


공모기업 투자도 결국은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이고 단기에 투자에서 승부를 내려고 하면 그만큼 위험을 헷지 할 시간은 줄어든 다는 것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7월 2주 차 탱고픽 위클리 리포트 (https://bit.ly/3qO4C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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