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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Jul 23. 2021

기업들은 상장을 왜 하나요?

IPO와 구주매출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쿠팡의 미국 상장으로 한참 시끄러웠던 3월에 작성된 글입니다.(21년 3월 19일)

요즘도 IPO시장은 뜨겁죠. 다만 이슈가 되는 것들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3월엔 상장을 하면서 김법석 의장이 지분을 일부 판 게 이슈가 됐었죠. 요즘은 공모가 거품이 이슈인 것 같고요. 이번 글은 기업공개라고 부르는 IPO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비즈니스 와치 기사서 발췌


쿠팡이 미국으로 날아가 성공적인 상장을 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주가를 인정받아 상장 당일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넘기도 했죠. 시가총액은 발행한 주식의 가격을 다 더한 값, 다시 말해 내가 그 회사의 주식을 전부 사고 싶을 때 내야 하는 돈을 말합니다. 주가가 하루하루 변한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쿠팡의 시가총액은 더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수도 첫 데뷔 무대가 중요하듯이 기업들도 상장 첫날 주식시장에서 정식으로 거래된 첫 가격은 나름의 상징성이 있습니다. 더구나 쿠팡은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사업은 크게 확장됐지만 5년째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었고 사업은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장의 중심인 미국 주식시장에서 예상보다 높은 공모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김범석 의장, 상장하자마자 주식 120만 주 매각?

상장사의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행위는 꽤 민감한 이슈입니다. 더구나 상장하자마자 팔다니요? 이건 뭐 먹튀? 이런 느낌까지 확 들잖아요. 하지만 이번 김범석 쿠팡 의장의 지분 매각 뉴스는 오보에 가깝습니다. 김 의장은 이번 쿠팡의 상장 과정에 구주매출이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았는데요. 이게 마치 상장되자마자 차익을 올리기 위해 지분을 판 것처럼 알려진 겁니다. "어쨌든 지분 팔아 돈 챙겼다는 거잖아!"라고 하신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매도의 시점, 즉 타이밍이 수익이냐 손실이냐를 가르고 더 나아가 범죄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결정적 변수이기 때문에 같은 매각이지만 매우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슬슬 궁금해지시나요? 그럼 본격적으로 기업 상장(IPO)과 구주매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조선비즈 21.03.03 기사서 발췌


기업은 왜 IPO(상장)를 할까?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좋다니 무작정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항상 왜?라는 의문을 품고 근본부터 알아가려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전 후자가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이긴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분들 그리고 IPO 시장이 핫하다니 앞뒤 안 보고 청약을 하시는 분들 중 IPO(기업공개)가 뭐고 왜 기업들은 상장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실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기업이 IPO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에 있습니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은행에서 빌려올 수도 있고 채권(회사채)을 발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은 이자를 줘야 하고 만기 때 돈도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이자도 원금도 갚아야 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자금조달 비용이 제로가 되죠. 더구나 IPO를 하게 되면 신주를 대규모를 발행할 수 있어 몇 백억에서 몇 조원까지 이렇게 이자도 안 내고 원금을 갚아야 할 의무도 없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거든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업이 증권시장에 들어오기 때문에 상장된다고 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조건을 갖춘 후 회사 내용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가치 평가를 통해 대량의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기업공개를 통해 발행된 새로운 주식은 아파트 청약하듯 일반인들의 청약 과정을 거쳐 나눠주니 공개 모집하는 주식이라고 해서 공모주라고 부릅니다.


그럼 구주매출은 뭔가요?

다시 쿠팡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 내용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물론 미국 사이트 들어가서 보면 저희도 볼 수는 있어요. 다만 영어라....^^;) 그 내용을 보면 'IPO를 통해 1억 2000만 주의 주식을 1주당 27~30달러에 팔 계획이다. 1억 주는 신규 발행이고 2000만 주는 기존 주주의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이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감이 오십니까? 구주매출기업들이 상장하는 과정에 신주와 함께 기존 주주의 주식을 공모주로 내놓고 파는 걸 말합니다. 신주를 얼마나 발행하고 구주매출 비중을 얼마로 할지는 기업이 결정합니다. 다만 구주매출 비중이 커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조달자금이 줄어듭니다. 생각해 보세요. 신주를 팔면 새로운 주주가 생기고 그 돈은 회사로 들어와 자본금으로 쌓이지만 구주는 주식의 주인만 바뀔 뿐입니다. 싼값의 주식(구주)을 비싸게 새로운 주주가 가져가는 상황이니 실제 투자금은 회사가 아닌 구주에 투자했던 사람의 주머니로 가는 거죠. 회사와 주주의 입장에서는 구주매출 비중이 적어야 회사가 투자금을 많이 확보해 미래의 회사 가치를 높이는데 쓸 수 있으니 더 좋습니다. 


그럼에도 왜 기업 공개하는 가정에 기업들은 쿠팡처럼 구주매출을 섞는 걸까요? 이 답은 매우 명료합니다. 과거 회사가 조그맣고 미래도 잘 안 보일 때 가능성을 보고 위험을 같이 감수해 준 투자자들에게 차익실현 이른바 엑시트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겁니다. 특히 비상장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들의 경우 대부분 기업에 투자할 때 상장 시 엑시트(구주매출)를 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투자를 하곤 합니다. 쿠팡 역시도 블랙록, 리드 인베스트먼트 등 구주매출을 하는 주주로 언급된 기관 투자자들의 그런 의무 조항을 들어줬을 겁니다.


대주주가 구주매출을 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언론에 상장 직후 지분을 판 것으로 잘 못 알려지고 있는 쿠팡의 김범석 의장의 120만 주는 구주매출입니다. 공모 과정에 예정돼 있던 매각 물량이니 상장 후 주가가 크게 오른 다음 주식을 내다 팔았다는 건 틀린 얘깁니다. 김 의장은 공모가로 결정된 35달러에 120만 주를 매각했습니다. 매각 금액이 470억 원이 넘으니 정말 큰 금액입니다. 


하지만 쿠팡 주식에 투자했는데 대주주가 뒤통수를 치듯 지분을 팔았다고 하면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이미 상장 과정에 다 공개된 얘기였고 그런 내용까지 다 알고 파악 후 투자 결정을 했다고 봐야 하니까요. 난 몰랐어 그런 줄 알았으면 투자 안 했지 라고 하셔도 시장에선 인정해 드리지 않습니다. 


사실 대주주들의 물량이 상장 과정에 구주매출로 나오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 번째는 대주주가 상장 전 기업의 주식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을 때입니다. 상장 후 주식거래가 활발히 일어나야 투자자들이 쉽게 해당 기업 주식에 접근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상장 전 대주주가 100% 주식을 전부 소유하고 있다면 발행 주식을 크게 늘려 기존 주식과 섞어 대주주 지분율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주식 발행량이 너무 많아지면 공모시장에서 흥행이 쉽지 않습니다. 공급이 너무 많아지니까요. 이럴 경우 대주주 지분을 내놓고 신주 물량을 줄여 일정 규모를 맞추는 거죠. 두 번째는 창업자들이 그간의 고생한 몫을 챙기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매우 흔한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상장하면서 구주매출 등으로 창업자가 돈을 벌면 한방 챙겼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네요. 좀 아쉽습니다. 과거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가지고 많은 혁신을 해내지 않겠습니까? 사실 기업이 상장되고 나면 대주주들은 경영권 방어도 해야 하고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 추가 투자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진짜 회사를 팔아넘기는 M&A를 하기 전까지 자신의 지분을 팔기가 쉽지 않습니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도 이런 두 가지 이유를 다 고려해 상장 전략을 짰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400억 원이 넘는 돈을 번 김 의장이 많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비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 돈으로 또 다른 많은 도전과 혁신을 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 글은 탱고픽 위클리리포트 3월 3주차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bit.ly/3tta4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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