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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Apr 04. 2024

화가의 발명품 가로등

미셸 들라크루아와 얀 반 데르 헤이덴

파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그림으로 담은 미셸 들라크루아.

얼마 전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됐다.  

15만 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으니 엄청난 흥행이다.

알록달록 하면서도 아기자기 한 소품 같은 그의 그림은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행복감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묘한 힘이 있다.

미셸 들라크루아 전시 티켓


그는 파리의 곳곳을 그림으로 담았다.

현재의 모습이 아닌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의 모습으로 재구성해서 말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시기, 자신의 유년시절을 그는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억하고 있다.

이 전시의 소제목이 파리의 벨 에포크, 프랑스어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이유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 전까지 1900년대 초반 유럽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로등에 불 붙이는 사람

미셸 들라크루아 도록 캡처

1900년대 초반 유럽의 가로등은 가스에 불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전력망이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았고 비용면에서도 가스나 값싼 기름을 사용하는 게 경제적이었던 시기다.

도심의 거리를 다니며 가로등에 불을 붙여 어둠을 쫓고 또 동트는 아침에는  불을 꺼 새날을 맞이하는 사람이라니, 노동의 고됨을 떠나 낭만이 가득했던 시대다.


사실 가로등만큼 그림과 연관이 깊은 물건도 없다. 가로등이 네덜란드의 화가에 의해 고안됐기 때문이다. 바로 네덜란드의 얀 반 데르 헤이덴(Jan van der Heyden, 1637년 3월 5일~1712년 3월 28)이라 화가이다. 암스테르담 출신인 그는 주로 도시 풍경을 그렸던 사람이다. 91살의 미셸 들라크루아가 파리의 이곳저곳을 그리 듯, 그는 암스테르담과 네덜란드의 이곳저곳을 그림으로 남겼다.


재밌는 것은 얀 반 데르 헤이덴이 가로등과 함께 도심의 화재를 신속히 진화하기 위한 소방시스템 개발에도 기여했다는 점이다. 매일 같이 도시의 거리를 살피고 그려내던 그로서는 도심의 이곳저곳을 비추는 빛이 소중하고 절실했고, 아름다운 도시가 순간의 실수로 화마에 휩싸여 사리지는 게 안타까웠던 것 같다.

 

가로등을 생각해 낸 화가, 얀 반 데르 헤이덴

얀 반 데르 헤이덴( 출처:위키피디아)

얀 반 데르 헤이덴은 네덜란드 바로크 시대 도시풍경을 전문으로 한 최초의 네덜란드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유채기름에 목화 심지를 담가 등을 만들고 그걸 높은 곳에 매다는 방법으로 가로등을 고안했다. 1669년 그가 설계한 암스테르담의 가로등 계획은 1840년까지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암스테르담의 가로등은 다른 많은 도시로 확산됐다. 그는 또 수력공학자였던 그의 형 니콜라스와 함께 소방호스를 개량하고 그 호스를 활용한 수동 소방차를 설계하는 등 현대 소방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방 장비 공장을 운영했고 매우 부유한 생활을 했다고도 알려진다.


얀 반 데르헤이덴 그림(출처:아트&컬처)


가로등은 인류 에너지패러다임의 역사

유채기름으로 시작된 가로등은 19세기 들어 가스를 주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천연가스가 아닌 석탄가스가 출발이다. 1600년대 초반 벨기에 화학자들이 석탄에서 가스를 추출하는데 성공하고, 1709년 스코틀랜드에선 이 가스를 금속파이프관을 통해 집안으로 끌어들여 조명을 밝혔다. 영국은 1812년  '런던 앤드 웨스트민스터 가스라이트 앤드 코크스'라는 다소 긴 사명의 회사를 설립한다. 가로등에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이다. 이후 20여년간 영국엔 200개가 넘는 가스회사가 설립됐다. 가스를 연료로 한 가로등은 유채기름 등을 사용하던 과거보다 훨씬 밝은 밤거리를 선물해 줬다. 하지만 가스 유출로 인한 화재와 폭발은 종종 사회 문제가 됐다.


가로등의 연료는 석유의 발견과 함께 값싼 등유가 활용되기도 했지만 대세는 전기로 굳어졌다. 공급과 관리의 효율성 여기에 경제성을 따졌을 때 다른 에너지 원들이 전기를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가로등을 밝히는 이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는 지가 더 관심인 세상이됐다. 또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도 큰 관심거리이다. 가로등의 전구가 LED로 바뀌고 태양광 패널이 달린 가로등이 활용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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