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포경선'
향유고래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작업은 정말 야만적이었다.
고래의 몸에서 가죽을 비롯한 갖가지 값나가는 부위를 떼어내는 일이 끝나자, 드디어 머리의 밑동을 자르는 일이 시작됐다. 고래의 정수리 위로 밧줄을 타고 내려가 분수공 주위의 부드러운 기름층에 구멍을 하나 뚫었다. 그는 로프의 길이에 맞춰 그 구멍 아래로 양동이를 넣었다. 그리고 잠시 이곳저곳 살피다가 릴에 감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양동이가 밖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하얀 액체가 거품을 일으키며 철철 넘쳐흘렀다. 동료들은 그 귀중한 액체를 통 속에 쏟아부었다. 이 작업은 일렬로 놓인 통들이 모두 꽉 찰 때까지 백번 가까이 반복됐다. 이 액체가 바로 모든 고래기름 중에 가장 순도가 높다는 경뇌유였다... 향유고래의 머리에는 보통 수백 배럴의 경뇌유가 들어있다.
허먼 멜빌 '모비 딕'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