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지영이에게..
나의 하루를 너의 부고로 시작하는 날이 올 것을 나는 한 순간도 예감한 적이 없었어. 물리적 거리감이 나에겐 어떤 안전장치라도 된 모양인지, 처음에는 너무 현실감이 없더라. 우리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던 게, 내가 캐나다 오기 전 2019년 5월, 정원이랑 셋이 통영에서 1박 2일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날이었지. 그리고 마침 너의 부고를 듣기 하루 전날에 너의 이름이 들어간 소설을 써서 월간지를 송고한 참이었어. 송고하자마자 컴퓨터를 끄는 바람에 미처 보내지지 못하고 반송되어온 것을 보지 못했는데, 그걸 확인했다면 너의 부고를 조금 더 일찍 알았을까?
지영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소설을 쓸 때마다, 그 소설속의 지영이 너와는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는, 혹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어도, 나는 늘 지영이 너를 생각했어. 지영이라는 이름이 그렇듯이 참 흔하고 편안한 소설이 나오곤 했는데, 우리 지영이가 딱 그랬던거 같아.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편안한 너. 너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내 월간지 구독 요청이었고 흔쾌히 구독 신청을 해주었던 건데, 카톡 상태 메세지는 늘 답장이 늦다는 말이라 말 걸기를 참 많이 주저했던 기억이 자꾸 나.
너의 부고를 듣고서도 나의 일상은 변함이 없이 흘렀어. 매주 하던 독서모임도 하고, 아참, 재외국민 투표를 하느라 혼자 고속도로 운전을 해서 차로 40분 떨어진 투표소도 잘 다녀왔지. 친구도 만나 같이 떡볶이도 먹었어. 짝지가 부탁한 스시도 포장해서 귀가도 아주 잘 했거든. 근데 그 사이사이에 울음이 채워졌어.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내게,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누군갈 잃었나요?"하고 묻는데, 지영이를 잃었다는 게 다시 실감이 나서 또 엉엉 울고 말앗지 뭐야. 스시를 포장한 식당에서도 화장실에서 울어버렸고, 집에 도착해서 차 시동을 끄고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막 울음이 터져나와버려고. 부고를 들은 직후에는 정말 괜찮았거든? 독서모임도 잘 했는데, 끝나고서 너의 흔적을 찾으며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재간이 없더라.
가기 전에 준비를 정말 많이 한 모양이더라. 포스타입에 올렸던 너의 만화들도 모두 지우고, 소셜미디어 계정도 흔적도 없이 다 지워버리고. 블로그도 지워버렸지. 나는 지영이의 블로그 글 참 좋아했는데.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증거들을 모두 가지고 간 것 같아서, 야속하기도 하면서 너답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나는 우리가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다시 살피면서, 이것을 지워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간직해도 되는지 고민이 들었던 거 같아. 너라면, 괜찮아요, 언니가 하고싶은대로 해요, 라고 경상도 억양이 가득한 말씨로 배시시 웃으며 말해줬겠지. 아직도 귓가에 네 목소리가 너무 생생한데 네가 더는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도 안 나고. 근데 아무리 찾아도 정말 네가 없어서 나는 또 자꾸 울게 돼.
이렇게까지 준비하고 떠난 넌데, 그러면 너의 끝은 네가 바라던 결말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남겨진 우리는 너를 추억하면서 자꾸 운다.
다같이 가평인가 여행갔을 적에 찍은 사진을 봤어. 네가 가운데 있고 나와 정원이가 양 옆에서 너를 바라보는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에서 우리가 지영이를 정말 많이 사랑했다는 것, 지영이도 우리를 아주 많이 사랑해줬다는 것을 볼 수 있었어. 너는 참 사랑이 많았지. 그런 너를 사랑하지 못하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고 말야. 그렇게 사랑의 기억만 간직하고 떠났기를 바라.
자꾸만 너의 마지막이 어땠을까를 생각해. 어떤 마음으로 정리를 했을까, 어떤 생각으로 결심을 했을까. 그걸 내가 말린다고 막을 수는 있었을까? 자신은 귀가 얇다며 사람들이 하는 말에 쉽게 동조해주던 네 모습을 떠올리면, 누구라도 너의 곁에서 떠나지 말라고 붙잡았으면 너는 떠나지 못했을 것만 같아. 그래서 아무에게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준비해 떠난 것이겠지. 옆에서 말리면 귀가 얇은 너는 속절없이 머물러줬을 테니. 나의 욕심으로 네가 이 세상에 좀 더 머무르길 바랐지만, 너의 삶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나는 떠나지 못했을 너를 어떻게 안아줘야할지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지영아. 너의 짧은 생은 내게 아주 빛이 났어.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 순간을 나는 기억해. 너를 안아주었던 감촉, 내게 안겨있던 너의 감촉, 목소리, 향기와 웃음, 그리고 네가 했던 말들과 표정 하나하나.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매년 이맘때면 너를 생각하며 또 울겠지.
떠나는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남겨진 너의 가족에게 작은 마음을 보탰어. 슬픔은 남겨진 사람의 몫이니까, 너는 행복만 가득한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웃고 있으면 좋겠어.
아마 나는 주소록에서 너의 이메일을 영원히 지우지 못할 것 같아. 매달 반송되는 메일을 받으며 지영이가 나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거라고 믿을래. 어디선가 네가 읽고서 답장을 보내주는 거라 믿고 싶어.
나의 친구가 되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아직도 많이 사랑해.
지영이를 사랑하는 희연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