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괴수를 무찌르는 거대 로봇군단의 귀환
퍼시픽 림: 업라이징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13년 개봉한 <퍼시픽 림>을 잇는 시리즈물로, 감독은 스티븐 S. 드나이트가 맡았지만 제작에 이전 시리즈의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가 참여하여 전작과 스토리나 연출적으로 연결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실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까지 감독이 기예르모 델 토로인 줄 알아서, 곳곳에 "이 감독이 이런 연출을 했다고?"하고 의아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5년 만에 나온 이 시리즈물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었다. 전작은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봤기에 거대 괴수가 출몰하고 괴수만큼 큰 로봇이 나와 싸우는 장면들을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로봇이 나와 괴수와 싸우는 것은 유명한 전대물인 파워레인저 단계에서 이미 다들 끝났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그런 전대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설마 하니 퀄리티가 있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또 꽤 흥행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이 영화를 꽤 즐겼다는 것도 놀라웠다.
아무튼 시리즈로 이어지게 된 <퍼시픽 림: 업라이징>을 기다리다 개봉하자마자 보려 했으나, 하루 늦은 어제 보게 되었다.
전작의 스토리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전작을 보지 않으면 이해를 못하는 것 아닐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작을 알고 있다는 것은 영화를 즐기기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긴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니까. 다만 몇몇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나와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몇몇 단어들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조금 있긴 하지만 영화 감상을 방해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이야기는 전작에서 괴수들이 출현하는 '브리치'를 닫은 후, 10년이 지난 세상에서 시작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얼추 복구가 완료되었지만 괴수들과 로봇이 격전을 벌인 해안가 부근은 여전히 폐허에 무법지이다. 이 곳에서 '제이크'와 '아마라'는 달갑지 않은 인연으로 만나고, 거대 로봇을 조종하는 파일럿 분대로 들어가게 된다. 제이크는 빨리 복무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지만, 아마라는 더 열심히 하여 로봇을 타는 파일럿이 되고자 한다.
그 와중에 중국의 거대 자본, '샤오 사'의 드론 탑재 로봇이 등장하여 예거 파일럿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가 하는 기로에 선다. 이미 거대 괴수 '카이주'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고 생각을 했지만, 뜻밖에도 바다에서 나타난 미등록 로봇에 속수무책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사실 진화된 카이주의 또 다른 형태였고, 드론이 탑재된 샤오 사의 로봇은 모두 '카이주' 화 되며 다시금 브리치를 열고자 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 브리치가 닫히기 전에 이미 지상에 올라온 세 마리의 카이주가 '합체'하여 더 거대한 한 마리가 된다. 우리의 로봇군단은 왜 변신합체 기능이 없는 거야, 하며 안타까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갖가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지나가고 결국 카이주를 물리치고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뻔한 결말을 맞이하긴 하지만, 영화 자체는 정말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었다.
극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샤오 사'의 회장인 '리웬 샤오'가 등장할 때는 매우 놀랐다. 판빙빙인 줄 알았기 때문이긴 한데, 다시 검색해보니까 '경첨'이라는 배우였다.
물론 내용상 중국의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척척 해내는 것이 조금 억지스럽고 무리가 있는 부분인 것 같았지만,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가볍고 즐겁게 보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예쁘고 똑똑해서 중요한 활약을 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회사의 중역으로 있던 사람이 악의를 갖고 일을 망쳤지만, 어찌할 줄 몰라 전전긍긍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리웬 샤오'의 모습이라던가, 전작에서 주인공에 의해 구출이 되어 군대의 훌륭한 인재로 자리매김한 '마코'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무법지에서 홀로 자랐지만 예거 로봇을 스스로 만들고 직접 탑승하여 조종하는 능력을 보여주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주인공 '아마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묘미였다. 물론 다소 뻔한 성장 스토리 라인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간 남성 주, 조연급 캐릭터에만 한정되어 있던 역할이 여성 캐릭터에게도 부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극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허먼 가틀립'이 등장할 때마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봤는데 하다가 찾아보았더니 배우 이름은 '번 고먼'이고 내가 매우 재미있게 봤던 영국 드라마 '토치우드'에서 오웬 역할을 한 그 배우였다. '토치우드'는 영국 BBC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후'의 스핀오프 드라마이다.
IMAX로 봤다면 화면에 압도당해 굉장히 몰입해서 봤을 만한 재미있는 오락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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