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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량 Jul 17. 2024

사랑의 온도

- 이불 한 겹의 온도


 7살 아들과 엄마는 자주 한 침대에서 잔다. 여름밤의 에어컨 바람은 아이에게는 쾌적함을 엄마에게는 약간의 쾌적함과 그것을 뛰어넘는 냉기를 안겨 준다. 엄마는 겨울 잠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그것도 모자라 두툼한 이불을 준비한다. 그리고는 아이가 시원할 것 같으면서도 본인이 견딜 수 있을만한 온도의 어느 지점을 찾고 있다.


”삑삑삑 "


23도.


 엄마는 여전히 23이라는 숫자가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땀 방울이 송송했던 아이의 이마가 잔잔히 식어가는 것을 보며 이 지점에서 만족하기로 하고는 잠이 든다.


  밤새 엄마는 춥다. 춥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김없이 이불을 끌어다가 아이에게 덮어준다. 밤새 너무나 자주 춥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이는 너무나 자주 이불속에 파묻힌다.


 포근한 이불에 쌓여 잠든 평온한 아이 모습은 춥던 엄마를 왠지 따뜻하게 만든다. 방이 무척이나 어두운데도 그 새근새근 잠든 얼굴이 보인다. 여전히 23도 아니, 여름밤의 에어컨은 눈치 없이 더 낮은 온도를 만들어내고 있겠지만 엄마는 그 순간만큼은 따뜻하다고 느낀다.


 그러한 만족감에 엄마가 다시 잠에 빠질 때즈음 아이는, 꼭, 때마침 그때, 뒤척이기 시작한다.


  조만간 다시 깬 엄마는 아이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고 또 잠이 든다. 엄마와 이불, 아이의 뒤척임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마는 알지 못한다. 계속 두꺼운 이불을 찾으며 생각할 뿐이다.


“역시 23도는 너무 추워. "


 뒤척이는 아이는 발길질을 하며 이불을 걷어찬다. 엄마는 너무나 자주 이불을 끌어다가 놓기 때문에 아이는 밤새 수없는 발길질을 해야 했다.


 침대인지 축구장인지 모를 공간에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올 때 즈음, 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밤새 너무 더웠어."



  엄마는 이불장에 이불을 가지런히 넣으며 생각한다.



 이불 한 겹만큼의 사랑은 뺐어야 했다고.


 그것이 우리 사이에 적당한 사랑의 온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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