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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롬콤 Jun 17. 2024

그토록 사랑하는 책 소개가 어려운 이유


사실 한 줄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하고픈 말이 너.무.나, 정말 너무나 많다는 거다.


글을 쓸 때 비집고 나오는 완벽주의 성향이 묻은 강박증도 강박증이지만,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자 특기(?)이자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심심할 때나 바쁠 때도 내 손에서 놓지 못했던 거의 유일한 존재는 ‘책’일 것이다.

당장 누군가가 넌 뭐를 제일 좋아해?(사람 제외)라고 묻는다면, 파박 하고 떠오르는 건 책, 오틀리 라떼, 파스타, 빈티지, 여행, 옷.. 정도?

사랑하는 만큼 차례대로 찬찬히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이다.

그런데 그 대단한 마음만큼 내가 만족할 수 있도록 표현력이 따라줄지 알기 어려워, 100프로 제대로 적어내지 못할 거라면 시작하기가 아주 어렵다.


하지만 몇 장 읽자마자 '아 이건 내가 두고두고 읽겠구나'했던 책에서 아래 글을 보고, 조금 부족하고 서툴러도 일단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내면의 창고는 언젠가 가장 좋은 순간에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항상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더 멋진 열쇠가 생기지 않는다. 열쇠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고, 지금 여기에서 열기 시작한 사람이 언제나 앞서가는 것이다.
나중에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쓰기에 관해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한 뒤에는 또 다른 열쇠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 열쇠가 우월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계속 써나가면서 깊이를 더해간 사람의 열쇠가 더 깊은 창고를 열어젖힌다. 계속 쓰면 더 깊고, 더 아름답고, 더 멋진 창고의 열쇠가 주어진다.
_<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첫째로, 내가 여기서 말하는 책은 인문학, 에세이, 자기계발서보다는 ‘소설’이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이렇게 흥미롭고 벅차고 가끔은 눈물도 나게 하고, 여러모로 특별한 장르가 없다고 생각해서.

인스타에서는 조금씩 도서 리뷰를 하고 있는데, 모두 소설이 아닌 그 외 장르다.

예를 들어 에세이나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는 사실 소설처럼 현실과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 다양한 등장인물과 플롯이 담긴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사실에 기반한 글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내용을 특정하기 쉽다.


하지만 나에게 ‘그 소설 어디가 좋았어?’라고 묻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일 것이기 때문에, 몇 줄의 문장이나 몇 장의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일단 소설을 제외하고 그 외 장르에서 감명받았던 책을 차례대로 리뷰해보고 있지만, 솔직히 가장 어려우면서 제일로 쓰고 싶은 건 그 소설들에 대해서다.


두 번째로, 내가 말하는 책은 무조건 ‘종이 책’이다.

한 5년 전쯤 ebook에 도전해보려고 했었는데,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편리하기는 한데.. 텍스트를 읽고 있지, 손에 잡히는 물성이 없으니 몰입이 잘 안됐다.


종이 책은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전자책에 비해 가격이 나간다.

일일이 세어본 적은 없지만, 회사를 다녀서 바쁜 와중에도 1년에 최소 50권의 책은 읽었으니 한 권에 대략 15000원이라고 하면 1년에 75만 원..

그래서 이전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제한 도서 지원이었다.

초반에는 제한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생겨서 아쉬웠지만.

일반 소설은 주문 불가여서 그 외 장르에서만 주문했는데도 약 120권 정도를..회사 돈으로 샀다. 흐뭇해.


지금은 도서 지원해 줄 회사가 (아직)없는 상태지만.

그치만 자꾸 새로운 책은 읽고 싶으니, 사고 싶은 책들은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하나씩 소중히 주문한다.

최근에 나온 책이 아니거나 여러 번 읽을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책들은 알라딘 중고서점을 애용 中.

상태가 중, 하 급인 도서들은 꽤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깨끗한 책이 더 읽고픈 마음이 들게 하기도 하고 찝찝한 건 싫기 때문에 무조건 ‘최상’ 상태로 주문하긴 한다.


이번 생일 때는 선물로 책을 많이 받기도 했다!

원하는 책을 그때그때 직접 골라 사는 편이라 생일 선물로 받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사고 싶은 책이 워낙 많이 쌓인 터라..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들도 한 묶음 받았고, 언니는 민음사 북클럽 가입하라고 멋있게 돈도 보내줬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29년을 살면서, 책에 관련해서는 공백이 없었다.

재미있는 책은 계속, 끊임없이 나오거든.


종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보편적인 매력은 잘 모르겠는데,


나에게는 책책마다 다른 향긋하고 중독적인 책 냄새, 바스락거리는 종이의 질감을 만지면서 읽을 때의 만족감, 내가 사는 현실과는 다른 차원인 듯하면서 어딘가 이어진 듯한 단단한 끈,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나에게 굉장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
눈에 보이는 것은 종이로 된 책뿐인데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들의 모습과 상황, 한 번 만나는 것으로는 두근거림이 가라앉지 않아 자꾸만 생각나는 스토리, 위안과 감동과 인생을 선사하는 글자들, 현실에서 쉽게 이룰 수 없는 온갖 낭만을 만날 수 있는 공간, 나이가 들어가는 나와 관계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내 친구들이다.
_출처는 나의 맘 속


가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너 책 지인짜 지독하게 많이 읽는다..하면서 신기하게 바라본다.

말 그대로 ‘다독’의 의미도 있겠지만, 나는 책 한 권을 정말 여러 번 읽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한 번 읽어서 마음에 깊이 남은 책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머릿속 수면에 떠오른다.

그럼 ‘아 이제 또 읽어줄 때가 왔네’하고 펼쳐드는 것이다.

책장을 만지작거리면서 읽는 습관, 그리고 좋아하는 책은 최소 네다섯 번씩 읽는 습관이 더해져 그 책들은 금방 쭈글쭈글해진다.

가끔 표지가 리뉴얼돼서 더 예뻐진 책들을 보면 소장 욕구가 올라올 때도 있지만, 오리지널의 매력도 있고, 내 손때와 추억이 깃든 책에 좀 더 소중한 마음이 든다.



내가 소설을 파고드는 과정은 이렇다.

두근거리는 책 발견 → 괜찮네, 재미있다! 정도가 아니라 다 읽은 책장을 덮고도 짙은 여운이 남아있다면 나의 검증은 완료다. 그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검색 → 차례대로 구입 → 몇 년에 걸쳐 읽고 또 읽기 → 읽고 또 읽기


낮은 확률로, 같은 작가인데도 굉장히 평이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책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살짝 실망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 작가의 성장 과정에 함께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또 같은 작가이기 때문에, 모든 책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질린 적은 없다.




이제 내가 책을 사랑해 마지않는 이유를 조금은 전달했으려나?

다양한 sns, 유튜브 등을 활발하게 이용하면서 독서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책 대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꽤 보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매체가 더해진 것일 뿐, 절대 독서라는 습관을 대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다.



이런 문장들이 내가 쓰는 이 글에 참 적절할 것 같다.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텍스트의 매력은 ‘각자를 오직 자기 자신만 접속할 수 있는 세계로 데려간다는 것’이고, 이것이 내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멈추거나 역행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삶을 멈추거나 역행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글쓰기가 갖는 특별한 지점이 생긴다.(이는 사실 글쓰기 뿐만이 아니라 ’독서‘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고 내 생각 덧붙이기)
나를 휩쓸어가던 현실로부터 살짝 벗어나고, 삶에서 누락됐던 어떤 측면에 몰입하게 만든다.
_<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그래서 정말 찬찬히, 내가 꼭 소개하고픈 소중한 책들을 한 권씩 소개해 보려고 한다.

쓰다가 내 글 솜씨에 셀프 답답할 수도, 너무 깊게 생각해서 오히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부담은 내려놓고 시작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이제 겨우 서론을 끝냈다.

앞으로 조심스레, 책 소개를 시작해보겠다.




ps.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만 모아둔 ‘서재의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이것 또한 내 수많은 로망 중 하나다.


지금은 정말 자주 읽고 좋아하는 시리즈를 방의 책장에 꽉꽉 채워 넣고(그나마 시리즈가 너무 많은 해리포터라던가 요런 것들은 거실에 보관 중)도 모자라, 책상 위에도, 화장대 위에도 책들이 즐비하다.

가족들이 깔끔하게 정리해두라고 가끔 말하는데, 거실 책장으로 옮겨 두기에는 내 눈에 두고 싶은 많은 책들..


누가 1년에 책 사라고 100만 원씩 주면 소원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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