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의 냄새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관리하는 관계

by 김삼월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는 자리에서 이상한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외모가 닮은 게 아니다.(물론 닮았을 경우에도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살아온 배경이 유사성을 띄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나눈 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심지어 대화를 섞지 않았음에도 내 안의 본능이 이렇게 외치는 경우가 있다.


’어? 이 사람, 나랑 같은가?‘


이 세상에서 나라는 파편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파편은 어떠한 냄새를 풍기는 데, 이것이 바로 ‘동족의 냄새’. 이것은 시각적 감각과는 다르다. 철저히 후각적 감각이다. 굳이 ‘냄새’라고 표현한 것은 그것이 거칠고 야생적인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만큼 힘이 아주 세다.


이러한 냄새는 타인에게서 나의 조각을 발견했을 때 발생한다. 바람을 타고 혈관 깊숙이 스며드는 이 느낌. 아주 강렬한 연결감을 느낀다. 이것은 단순히 취향이 비슷하거나 성격이 잘 맞는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어떠한 ‘확신’과도 같다.



나의 메커니즘과 상대의 메커니즘이 일치한다는 확신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이나, 남들은 지나치는 지점에서 느끼는 예민함, 혹은 겉으로는 유순해 보이지만 속에는 단단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고집 같은 것들. 남들에게는 철저히 숨겨왔던 나의 가장 내밀한 무기를 상대방에게서 발견하는 순간, 그 무기는 공격성을 잃는다.


‘이 사람. 조금만 더 다듬어진다면 아주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상대에게서 어떤 잠재성이 느껴지면, 그 다음은 관계의 ‘급진전’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말 안해도 느낌 아니까~"라는 짧은 한마디면 충분하다. 남들이 오해할까 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이 사람 앞에서는 안전하게 해체된다. 이 사람은 나를 판단하지 않을 거니까.


‘생각하지 마. 그냥 느끼는 거야.’


가장 큰 축복은 '언어의 경제성'이다. 구구절절한 배경 설명, 감정의 빌드업, 타당성 입증. 이 모든 비효율적인 절차가 생략된다. 주어와 서술어만 있어도 대화가 통하고, 때로는 침묵조차도 완벽한 문장이 된다. 세상에 내 말을 통역 없이 알아듣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피로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시작은 발견, 끝은 관리



이 관계의 진짜 묘미는 '서로를 관리한다'는 지점에 있다. 나와 닮은 사람은 나의 가장 훌륭한 이해자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감시자가 된다. 이들은 나의 합리화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나의 변명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내가 언제 도망치려 하는지를 정확히 꿰뚫어 본다. 왜냐하면 그 패턴은 그 자신이 수도 없이 반복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족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적당히 포장하려 들면 그는 씩 웃으며 눈으로 말할 것이다.


"에이, 왜 그래? 그거 아니잖아."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준다는 것은 꽤나 피곤하면서도 도파민 터지는 일이다. 나의 밑바닥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며 내 것을 소모시키지 않아도, 서로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적당한 궤도를 유지해 주며 힘을 실어준다.


"지금 하는 생각? 당장 멈춰. 별로니까."


이런 조언은 세상 그 어떤 현자의 말보다 강력하게 박힌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라, 같은 DNA를 가진 존재들 사이의 처절한 임상 실험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그 거울을 깨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상대의 단점에서 나의 가장 치졸했던 순간이 적나라하게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나태함, 나의 비겁함, 나의 오만함이 그들에게서 발견될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밀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불쾌함'이 서로를 관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니까.


당신이 누군가에게서 '동족의 냄새'를 맡았다면, 그것은 아주 큰 행운이다. 광활하고 외로운 세상에서 내 영혼의 쌍둥이를 만난 것이니까. 그 냄새를 따라가라. 그리고 기꺼이 서로의 관리자가 되어주라. 나를 가장 잘 아는 타인은, 나를 가장 잘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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