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질(Antifragile)의 미학

그 어떤 고통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

by 김삼월


“나의 영혼의 밀도를 가장 촘촘하게 빚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강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강철로 주조하려 애쓴다. 빈틈없는 원칙, 흔들리지 않는 표정, 그리고 단단하게 굳힌 자아. 그러나 지나치게 단단한 것은 강해 보일지언정 부러지기 쉽다. 외부의 충격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휘어질 줄 모르는 강철은 필연적으로 파멸을 맞이한다. 이는 결코 우아한 강함이라 할 수 없다.



희로애락을 기록하는 일



지난 7년간 매일같이 일기를 쓰며 무언가를 기록해 온 것은, 어쩌면 그 ‘단단함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음을 고백한다. 일기장 속의 나는 자주 비겁했고, 수시로 흔들렸으며, 한없이 유약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매일의 흔들림이 켜켜이 쌓여, 이제는 어떤 풍랑에도 깨지지 않는 유연한 중심축을 갖게 되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흉터는 아름답다



내가 아끼는 트럭 타프 가방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고속도로 수만 킬로미터를 질주했을 트럭의 덮개 천. 비바람과 태양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그 시간들이 내 눈앞에 존재한다. 무수한 흠집과 얼룩은 흉터가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늬가 되었다. 도로 위의 먼지와 압박을 피하지 않고 제 몸에 새겨버린 그 상처들이, 매끄러운 새 가죽 제품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인간의 영혼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감정적 소모와 고뇌는 자아를 완성하는 가장 귀한 재료가 된다.


적당한 압력은 ‘고유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향수도 그렇다. 향수가 하루의 고단한 열기와 섞이고, 체온이라는 압력을 통과할 때 비로소 본연의 향이 피어오른다. 만약 우리 삶에 어떤 자극도 열기도 없었다면, 나의 향기는 그저 표면을 겉돌다 허무하게 증발해 버렸을 것이다.



나만의 유니버스(Universe)



누군가 나에게 건넨 말이 떠오른다.


"너는 너만의 세계 안에서, 다른 중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그 말은 내게 최고의 찬사였다. 세상의 보편적인 법칙에 순응하며 깎여 나가는 대신, 나만의 궤도를 돌며 외부의 충격을 나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증거일 테니까.



상선약수(上善若水).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했다.



물은 흐르며, 담기는 그릇에 따라 기꺼이 형태를 바꾼다. 압박은 물을 부러뜨리지 못한다. 오히려 거센 물살이 되어 생명력을 얻는다.


나는 더 이상 단단하게 굳어 부러지기를 기다리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시련이라는 망치질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내 안의 불순물을 태워버릴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가장 촘촘한 밀도를 지닌, 깨지지 않는 영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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