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의 든든함은 사랑입니다
소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고요하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인증샷을 올리고 오픈런의 무용담이 넘쳐나던 두바이 쫀득 쿠키의 유행도 이제 완연한 끝물에 접어들었다. 남들이 열광할 때는 짐짓 무심한 척 뒷짐을 지고 있다가, 작품의 간판이 내려갈 즈음에야 슬그머니 “아직 내리지 마쇼!”하며 유행에 탑승하는 것은 나의 묘한 반골기질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그 묘함이 기어이 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사실 두쫀쿠를 처음 먹어본 건 아니었다. 이전에 두 번정도 먹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강렬하긴 했었던거 같은데 그 기억이 너무 흐릿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정리해두려고 두존쿠를 샀다.
두쫀쿠로 말할 것 같으면 뭐랄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중동으로 바캉스를 떠난다면, 필시 오후의 티타임에 꺼내놓고 즐겼을 것 같은 느낌? 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디저트는 이미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렇다면 나도 매료될 준비가 되었으니, 한번 드가볼까?
이 작디작은, 뭉툭한 모양의 쿠키는 몸값이 무려 8,000원을 훌쩍 넘긴다. 그러니까 대략 0.8국밥 정도 될 것이다. 아주 든든하고 배부른 밥 한 끼와 맞먹는다. 이 오만한 가격 앞에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돈을 주고 먹는게 맞아? 그리고 생각했다. 이 가격은 단순히 마시멜로, 버터등의 원가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입장료’다.
“맛보고 싶지? 그럼 입장료를 내.”
결국 나는 그 오만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비장한 마음으로 포장을 벗기고 한 입 베어 문다.
“쿰~척”
무는 순간, 뇌하수체를 직접 타격하는 듯한 폭력적인 단맛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혀끝이 아리다 못해 마비될 것 같은 극강의 달콤함. 그리고 씹었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내 입 안에서 요동쳤다. ‘카다이프’였다. 버터에 바싹 그을린 이 중동의 얇은 국수는 마치 미치광이 장인이 밤새워 엮어낸 황금빛 유리실 같았다. 이 크런키함은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였다.
다시 한번 베어 물었다. 두 번째로 나의 치아가 겉면의 쫀득하고 육중한 마시멜로 도우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다시 한번 수천 가닥의 카다이프가 치아 사이에서 경쾌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바작바작. 씹을 때마다 모래사막 위로 크리스탈 조각들이 바스라지듯 산산조각 나는데, 그것이 두개골을 울렸다. 무척이나 키치하고 불량스러운, 동시에 소름 돋게 섬세한 식감이었다.
혀끝에 닿자마자 눅진하게 휘감기는 고소함이 뾰족하게 부서진 카다이프 조각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입안을 순식간에 호화로운 두바이의 궁전으로 탈바꿈시켰다.
쿠키의 쫀득함과 카다이프의 바삭함, 그리고 스프레드의 꾸덕함. 이 세 가지 이질적인 물성이 입안에서 뒤엉키며 만들어내는 삼중주는 진짜 놀라웠다.
확실히 돈값은 하는, 강렬하고도 사치스러운 미각의 테마파크였다. 하지만 유행의 끝자락에서 이 파괴적인 단맛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나니, 나의 확고한 취향 윤리관은 하나의 명료한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중동의 황금빛 유리실을 정성스레 엮어 놔도, 역시 내 영혼을 위로하는 건 뜨끈하고 든든한 1.0국밥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나에게 두쫀쿠의 환상적인 맛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우아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빵이 없으면 두쫀쿠를 먹으라고? 아니, 난 그냥 그 8,000원 아껴서 순대국밥 '특'으로 먹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