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관성을 끊어내는 연습
나는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한다. 여기에는 나만의 확고한 철칙이 하나 있다. 바로 '같은 착장을 이틀 연속으로 입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똑같은 옷은 나에게 '끝나지 않은 어제의 연속'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제의 옷을 그대로 입으면, 어제의 피로와 미해결 된 감정까지 오늘의 나에게 묻어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옷을 갈아입음으로써 어제와 작별하고, 오늘을 위한 산뜻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
그렇기에 나의 옷 입기는 매일매일 명확한 테마와 컨셉이 존재한다.
그날의 컨셉에 맞춰 아이템을 정하고 조합을 계산하는 과정. 이것은 나에게 완벽한 합을 찾는 과정이자, 하나의 정교한 수식을 완성하는 의식과도 같다.
이 계산은 단순히 가격표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을 패션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최적의 균형점.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이다.
나의 코디네이션 수식에는 '상수(Constant)'와 '변수(Variable)'가 존재한다.
상수(Constant): 흔들리지 않는 클래식
수식의 베이스가 되는 상수는 '심플함'이다. 나는 주로 단단한 짜임과 기본에 충실한 '폴로 랄프 로렌'을 베이스로 삼는다. 차분한 무채색이나 네이비 톤의 폴로는 전체적인 룩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옷의 격을 살려준다. 이 든든한 상수가 받쳐주어야 비로소 변수가 빛을 발할 수 있다.
변수(Variable): 감각을 깨우는 한 방(Kick)
계산의 핵심은 바로 이 '변수'다. 변수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가 결정된다. 나는 이 변수를 주로 가방과 안경에 할당한다.
특히 내가 애정하는 '프라이탁' 가방들은 나의 기분과 에너지를 조율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차분한 이성이 필요한 날에는 블랙과 블루, 마음이 가라앉아 환기가 필요한 날에는 옐로우, 그리고 에너지가 필요한 날에는 과감한 레드.
나는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나의 부족한 에너지를 보완해 줄 컬러를 계산해 배치한다. 안경 역시 나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마침표: 보이지 않는 컬러, 향기
시각적인 계산이 끝났다면, 마지막으로 후각적인 요소를 더한다. 시각이 '형태'라면 후각은 그 사람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나는 30대 남성에게서 으레 기대하는 묵직하고 중후한 스킨 향을 거부한다. 대신 싱그러운 초록빛이 연상되는 산뜻한 허브 향을 입는다. 예상을 깨는 향이 날 때, 상대방은 나를 조금 더 감각적인 사람으로 기억한다. 이것 역시 철저한 계산의 결괏값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옷 입기에 굳이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계산을 해야 하냐고.
하지만 교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존중하라"라고 가르치는 내가, 정작 나 자신을 아무렇게나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컬러는, 나의 스타일은 결코 무작위로 선택된 것이 아니다.
오늘은 차분하게, 오늘은 활기차게, 그리고 오늘은 날카롭게.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나를 위한 최적의 수식을 푼다. 이 치열한 계산 끝에 얻어지는 값,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을 사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