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30 12:42
어제는 분명 속도에 대해 쓸 말이 이따금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훌훌 날아가 버렸다.
아침에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생각의 흔적을 헤집다가
이제서야 어슴푸레. 좀 적을게 생겼다.
음, 언제나 속도를 의식한다.
산에서의 속도, 업무에서의 속도.
빠릿빠릿함, 느긋함. 그 어떤 것들.
줄곧 빠름, 신속함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나와 비즈니스로 대면하면
의심의 시선을 쏘아대기 때문이다.
(소소한 피해의식이다.)
체구가 작아서, 겉으로 어려 보여서.
1인분은 커녕, 얼 타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아니야?
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시선 속에
항상 보란 듯이 나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했다.
남들과 비슷한 성과는 겨우 본전이었다.
증명하려면 나의 다름을 보여줘야만 했고.
그게 나에겐 속도였던 것 같다.
작은 몸으로 다람쥐처럼 쏘다니며 일을 해결하면
그제야 그들은 눈빛을 바꾸며 말을 건넸다.
"생각보다 일머리가 좋으시네요"
그 말이 귓구멍에 닿아야만 겨우 몸에 힘을 풀었다.
나를 기쁘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런 증명의 습관은 내게 문신처럼 남아
어느 분야에서든 속도를 의식하게끔 한다.
산에서 나는 제법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가?
'적어도' 평균의 속도로는 가고 있는가?
SNS의 성장 속도는 이렇게 더뎌도 되나?
이렇게 느리면 나의 분야가 아닐 수도 있겠어.
속도라는 것은 나의 수치로만 판단할 수 없고
주변의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는 법.
주위의 속도, 달리 말해 그들의 성과들을 살피다 보면
내가 정말 증명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이 바뀌어있다.
이 시대는 꼭 빨라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
(인정, 그게 뭐길래.)
느리지만 하고 싶은걸 해보는 게 미련하고 멍청한가?
꼭 빠르게 목표지점에 닿아야만 하냐고.
우리는 왜 처음부터 잘해야만 하지?
이런 질문에 푹 빠지다 보면 가치관이 조금씩 바뀐다.
타인의 증명에 목매지 말자고.
그 증명과 시선이 두려우면 그냥 보여주지 말자고.
몰래 해버리자고. (ㅋㅋㅋ)
에라이, 그냥 부족하고 모자란 채로 살자고 ...
맞는 방향인진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 맞는 결론을 얼렁뚱땅 짓는다.
매일 내 결론을 들여다보며 의심하지만.
아, 속 편하게 살고 싶다.
부족함을 인정하면 속이 편해질까요?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