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에 대하여

by 김산난



25.09.03 22:18

다들 수집 좋아하십니까?



이 전에 쓴 글에서 잠깐 언급했다만,

인간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수집욕이 강한 것 같다.

나 또한 그러하고.



예를 들어 내가 수집하는 것들은 이렇다. 음,

심심하면 카메라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집을 만든다.

메모장에 써둔 글을 모아서 책으로 제본해서 소장한다.



모바일로 완독했지만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은

굳이 굳이 종이책으로 사서 내 옆에 둔다.

(딱히 다시 읽어보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굿즈는 큰 인형부터,

작은 카드까지 보이는 족족 모은다.

(그것들과 딱히 뭘 하는 건 아니다.

구매 즉시 흐뭇하게 바라보고 서랍장에 들어간다.)



내 손 때가 잔뜩 묻은 두툼한 자격증 서적은

쓸모를 다 했지만 이사시즌에 절대 탈락시키지 않고,

(추억과 노력을 어떻게 탈락시키나.)



카메라에 막 관심이 가기 시작할 즈음에는

필름도 구하기 힘든 카메라를 구매해 '전시'하거나

다 쓴 필름 통도 추억이랍시고 한편에 블록처럼 쌓아 올렸다.

인화를 하면 필름과 빈 필름 통도 회수하는 게 당연.

나중엔 필름을 직접 감겠다고 필름 로더기까지 구매했다. (안 씀)



마음에 드는 달력은 2018년, 2022년이라도

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몇 년이고 함께 해야 하고.

아, 전시에 다녀오면 그것을 기념할 무언가 (작은 엽서,

아니 연필 한 자루라도.) 꼭 하나 챙겨서 돌아와야만 한다.



식물을 기를 때는, 떨어지는 잎을 버리기가 아까워

압화를 해서 책갈피로 쓰곤 했는데

이젠 그게 습관이 되어 책을 새로 사면

집 주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줍는 지경이 되었다.



새로 산 신발의 박스며,

브랜드 택이며,

친구가 뽑아준 믹스커피 종이컵이며,

전전 남자친구가 써준 편지 뭉치까지(?)



아, 이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여태 살아왔는데

요즘, 모든 것을 처분하는 중이다.



무언가 다른 결심이 선 것은 아니다.

아니, 결심이 선 게 맞을 수도 있고.



곧 서울살이를 접는다.

예전엔 꼭 서울에서 살겠다고 그렇게 아등바등 했는데

십여 년 살아보니 이젠 떠나고 싶군요.



방을 빼려니 짐을 줄여야 하고.

짐을 절반으로만 줄이려고 해도

위에 언급한 대부분을 처분해야만 한다.



수집한 모든 것과 이별하는 요즘

슬픕니다. 슬퍼요.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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