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5 11:19
나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다.
다 해보고 싶다.
전부 습득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도전해 본 취미들.
나는 스무 살 전까지는 자아가 없는 인간이었다.
열일곱(고1) 까지는 꿈도 딱히 없었다.
있긴 했는데,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다가
고1 때, 내 인생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 뒤로 나는 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지?
이 신비로우며 볼품없는 삶을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
그렇게 스물이 되었다.
스물한 살 즈음엔,
가장 친한 친구가 해외여행 다니는 것을 보고
특가로 나온 비행기를 덜컥 구매했다.
그 나이 때, 그 시절엔 만만한 게 일본이었는데
나 또한 당연히 그 루트를 따랐다.
오사카에 가서 글리코상을 보고,
다코야키와 생맥주를 먹고,
돈키호테에서 두 손 가득 기념품을 구매해 돌아오기.
나의 첫 취미 여행이다.
그 뒤로는 매년 (혹은 매달) 취미가 바뀌었는데
필름 카메라 사서 출사 다니기.
하루에 영화 5편씩 챙겨 보고 포스터 수집하기.
한 달 내내 2천 피스 퍼즐을 수 개 맞추기.
캔들을 만들겠다며 왁스 사서 연구.
하루 종일 캘리그라피 연습.
손으로 하는 것을 참 좋아해서
실뭉치로 에어팟 뜨개질을 하다가
식물에 빠져 화분만 50개 들이기.
그러고는 밤늦게 화분 커버 뜨개질.
여태까지는 모두 집에서 하는 것들이고,
산에 빠진 뒤로는 매주 전국의 산 오르기.
체력을 강화하겠다고 시작한 주 6일제 헬스.
위 층에 있던 요가원 다니기.
사람들과 한강 러닝.
캠핑. 백패킹. 종주.
밖에서 취미를 하니 좋긴 한데
사람을 만나다 보면 취미 외에 쓰는 비용이 너무 많아.
(밥값, 커피값, 품위유지비 ..)
그래서 다시 집으로 들어온 취미
미싱기를 사서 시작한 백패킹 장비 제작.
하루 종일 글쓰기.
듀오링고로 언어 배우기.
하루 한 줄 필사하기.
독서, 스도쿠, 큐브.
취미가 너무 자주 바뀌니 언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가벼운 사람인가?
좋아하는 게 있는 건가, 없는 건가?
그 고민을 거의 9년.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잠깐 스치는 모든 것이 현재 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내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은
그냥 세상에 펼쳐진 것들을 기꺼이 즐겨보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끝장 보지 않아도 되고.
그냥 해볼 수 있는 거고,
아니면 마음을 돌려도 되는 거고.
금세 흥미를 잃어도 되고, 몇 년 뒤에 되찾아도 되고.
씨앗을 뿌린다고 하더라.
내 취미의 씨앗도 움트는 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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