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5 20:31
주말에는 처음으로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엄마를 모시고 여행 해본 적은 없길래
늦어서 후회하기 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 겸
사실은 고해성사 비슷한 것을 할 겸
시간을 냈다.
생선구이 한 상에 솥밥, 누룽지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바다에 돗자리 펼치고 삼십분 이야기를 나누고,
호텔로 들어와 낮잠을 늘어지게 자다가
깜깜한 밤에서야 컵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며
나는 슬며시 운을 뗐다.
앞으로 내가 하려는 것들에 대해서.
엄마는 의외로 놀라지 않고
대부분 이해해 주셨으나 (하려 노력하셨으나)
내 계획에 동의는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
난 그게 잘 안되는 인간이고.
엄마의 기준에서, 그리고 세상의 기준에서
내 나이 정도면 갖춰야 할 이런저런 항목들이 있는데
자꾸 그걸 잡지 않고 다른 걸 하려는 게,
그렇게 방황하다 혹여 실패해서 인생이 망할까 봐 (?)
남들보다 못 살까 봐 걱정이 참 많으시다.
아 나는 남들보다 좀 못 살아도 되는데
(아니 나 하나 정도는 무조건 먹여살릴 자신 있는데…..)
내가 못 사는 모습을 보고 같이 주눅 들 엄마 생각에
마음에 큰 돌덩이가 들어찬 기분이다.
눈치 보지 않고 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느라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애닳게 하는 것도
너무 이기적인 태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동의하는 계획이란 없고,
동의를 구하고자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지만.
가장 지지 받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직은 속상하다.
엄마는 내게
정상적으로 지내다가 안정적으로 살라고 했다.
나는 정상과 안정이 무엇인지 되물었다.
다수의 행동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비정상이고 불안한 인간인지
자아 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를 원하는지
도돌이표처럼 돌고도는 대화.
대화를 하다 보면 사실, 우려의 목소리에
아직은 뚜렷하게 답하기 어려운 내가
나조차 내 미래에 확신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내 마음을 더 짓누르는 돌일지도 모른다.
나는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고 싶은데,
그 과정을 지금 빨리 많이 거쳐 성장하고 싶은데,
실패도 내가 하고, 타인의 눈치도 내가 보고
씁쓸할 마음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웃프다.
(아님 타인의 시선, 마음은 뻔뻔하게 배제해야하는지?)
대화가 끝난 여행의 끝자락에.
조금 시큰둥한 표정으로 열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엄마의 휴대폰을 봤다.
엄마는 내가 꺼낸 단어들을
검색해놓고 졸고 계셨다.
뭐야 결국 지지해줄거면서.
그래도 엄마는 내 편이지
믿어주는 만큼 보답하고 싶다. 정말로.
21:24
멀쩡하지 않은 딸이라 정말 미안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제목 정하기가 참 어렵다.
여행은 너무 즐거웠다. 앞으로 더 자주 놀러 가야지.
엄마는 돌아오는 기차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