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 대하여

by 김산난


25.09.17 19:38

흠.

길게 적은 글을 지웠다.

적고 싶은 내용이 있지만 정리가 잘 안된다.



다른 글을 쓰기로 해본다.

무슨 글을 쓸까.

글감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글도 안 써지는 김에 드디어 그거나 얘기해 볼까?



바로 내 인생을 거세게 흔들고 있는 (아주 송두리째)

등산이다.



잡지 글을 읽은 사람들은 대충 알 테지만.

여전히, 아직도 나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등산이 왜 좋으신가요?’



그러게요.

난 왜 그걸 좋아할까?

이왕 답하는 김에 멋진 단어들만 골라다가

휘황찬란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래서 당신들을 산으로 꼬시고 싶은데)

불쑥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앗. 그게 왜냐면. 하며

허둥지둥 이유를 쏟아내곤 했다.



산에 가면 재촉하는 사람이 없고 ..

산 사람들은 다 착해서 ..

가면 사람들이 맛있는 거 나눠줘 ..

난 그냥 자연이 좋아

모르겠네? 중독인가.



대화를 어물쩡 끝내면 그제야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산을 오를 때는 나에게만 집중하면 되니까?

내 숨소리나 다리 근육 떨림,

침이 마르는 갈증의 정도, 당장 벌러덩 눕고 싶은 욕구.

가장 본능적인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 같아서 좋아. 하는 것 같다.



또는.

아주 멍 때리기 좋은 장소라서.

산에서는 고민이 저항 없이 훌훌 털리니까.



또는?

혼자 생각에 푹 빠지기 좋은 장소라서.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또는!

도시의 퍽퍽함이 산에선 좀 덜 하니까.

돌 위에 누워있으면 자유인이 된 기분이라?

거기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이 좋아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이 참 다양해서.

아주 울상을 짓더라도 말이지.



산의 덩치랑 내 덩치를 비교해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작고 나약한 지 보이는데,

하물며 내가 가진 고민은 얼마나 거창할 것이라고

머리를 끙끙 싸매나 싶어서.



복잡한 나를 단순하게 만들어줘서?

고민을 별 볼일 없이 만들어줘서

물렁한 내 몸에 단단한 근육을 붙여줘서

이렇게 적는데도 적을게 더 남아서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진짜 모르겠네요. 중독인가 봐

22:46



근데 산을 안 탄지 좀 됐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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