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에 대하여

by 김산난

25.10.13 22:51

음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중요한 시기

나를 표출하기보다

타인의 무언가를 흡수하는 시기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

미뤄오던 무언가를

당장 시작해야 할 시기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멈춰서 버텨내야 하는 시기

몽상보다 현실을 마주하는 시기

글맛이 조금 떨어지는 시기

나를 보채지 않으면 끝없이 게을러지는 시기

타인을 위한 배려보다

나를 위한 이기심이 더 필요한 시기

내일 보다 오늘을

혹은 오늘보다 내일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

요새 나는

여러 사람을 더 만나기보단

당분간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야 할 시기임을 느낀다.

나를 좀 더 뾰족하게, 단단하게 다듬고 싶다.

우울한 무드는 아니고,

나를 위한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무아지경으로 해버리고 싶다.

어느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옆으로 미뤄두지 말고

배려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내일, 모레로 방치하지 않고

착한 놈이 되느라 할 일을 못하지 말고

싫은 소리가 싫어서 정말 싫은 것을 하는 데 시간 쏟지 말고

잘 하겠지만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

기복이 없을 수 없지만

부디 얕았으면 하는 바람.

방황과 게으름은 부디 주춤하고

불필요한 걱정 떨쳐내고

어깨 쭉 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기를.

이 시기를 잘 보내기를 스스로 응원하는 중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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