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사원 Oct 23. 2016

[김 사원 #12] 그래도 아군이라 생각했는데

사업부의 전년도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 김 사원이 속한 사업부의 황 이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발표의 요지는 '전년도에는 목표 달성이 조금 부진했지만 올해에는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하겠다.'였다.


발표가 끝나가나 싶더니 영어 문구 한 줄이 적힌 화면이 나타난다. 

Good is the enemy of great.

프레젠테이션은 인상적인 맺음말로 끝내야 한다는 신념이라도 있는 걸까?



황 이사가 말을 이었다. 

"고객사에서 우리와 계약을 할지 말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는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계약을 하고 나면 무조건 일을 빨리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우리는 품질에서 타협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굳 이즈 더 에너미 오브 그레이트입니다. 적당히 해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처음 두 문장을 들었을 때는 지난 한 해 사업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려는 의도인가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다음 문장을 들었을 때는 뭔가 방책이라도 내놓으려나 궁금했다. 고객사의 비합리적인 태도에 대응하거나 대비할 수 있는 나름의 전략 같은 거라도 들고 왔나? 그 찰나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역시나. 방책이라면 방책이었다. 비합리에 대응하는 방법은 역시 비합리다.


Good is the enemy of great.(좋음은 훌륭함의 적이다.)

야근에 주말 근무를 하며 좋은 품질을 만들어낸 실무자들에게는 '수고했다'는 인사치레도 사치인가 보다.

그래도 아군이라 생각했는데 어차피 다 적군(enemy)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 사원 #11] 월요병과 변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