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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사원 Apr 28. 2016

[김 사원 #07] 뭔 소리야, 뭔 소리야?

'소통의 의지'에 대한 별 볼 일 없는 수다 한 토막

“대리님, 이거 이렇게 하면 되죠?”

“뭔 소리야~ 이건 저렇게 해야지”

“뭔 소리예요 대리님~ 아까 팀장님이 이렇게 하랬잖아요”

“뭔 소리야~ 팀장님이 말한 건 다른 거고”

“뭔 소리예요~ 아까 다 같이 얘기했잖아요”  


믿기 어렵겠지만 둘은 절대 다투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둘은 평소 친한 사이이며 지금은 아주 일상적인 업무 얘기를 나누는 중이다. 그저 ‘뭔 소리야’가 말버릇인 권 대리와 그 말투가 옮아버린 김 사원의 대화일 뿐이다. 


서로 무슨 소리인지 묻기 바쁜 대화를 하다가 김 사원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아, 우리는 참 소통의 의지가 없구나.  


오랜만에 만난 선배에게 김 사원은 권 대리와 자신의 대화 방식을 이야기해주며 정말이지 소통의 의지가 없지 않냐고 물었다. 하기사 회사라는 데가 원래 소통과는 거리가 멀지 않냐고 짐짓 사회 생활을 다 아는 척도 했다. 선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뭔 소리야’는 그래도 무슨 말인지 묻고 있네. 그럼 소통의 의지가 있는 거지. ‘어쩌라고’ 정도는 돼야 소통의 의지가 없는 거지.”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입을 열었다.  

"아니지~ '뭔 소리야↗'하고 위로 올리면 소통의 의지가 있는 건데 '뭔 소리야↘'하고 아래로 내리면 소통의 의지가 없는 거지"

손 끝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뭔 소리야↗'와 '뭔 소리야↘'를 비교하는 선배의 모습에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별볼일 없는 수다와 웃음 속에서 김 사원은 생각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소통의 의지가 있는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이렇게.

‘대리님, 뭔 소리에요↗. 그럼 팀장님 오시면 다시 확인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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