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옆자리의 대화 소리가 김 사원의 귀에 들어왔다. 옆자리 차장이 쓴 제안서를 이사와 둘이서 검토 중인 모양이었다.
"‘결과가 발견되는 즉시~’ 이 문장에서 ‘결과가’가 아니라 ‘결과로’가 맞겠네요."
"‘로’가 더 이상한데요?"
"아니죠. '결과가'는 능동적으로 발견한 거고 '결과로'는 우연히 발견한 거니까 '로'가 맞아요!"
"예예...(수정한다)"
김 사원은 조용히 네이버에 ‘로’를 검색해본다.
그래, 조사 ‘로’는 뜻이 13가지 있구나.
이번에는 ‘로 발견되다’를 검색해본다.
음, ‘죽은 채로 발견되다’라고 쓸 수도 있구나.
제안서에 쓰여있던 문제의 부분은 아마 ‘장애를 발견하는 즉시 처리하겠다’라는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사가 고친 '결과로 발견되는 즉시~'는 어딘지 모르게 걸리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장애가 나타난 상황에서 절대 능동적인 입장에 서고 싶지 않다는, 이사의 그 확고한 바람 하나는 잘 전해지는 문장이라고 김 사원은 생각했다.
아마 제안서를 받아볼 누군가는 ‘결과가’인지 ‘결과로’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무도 못 보고 지나치는 문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면 이사의 절절한 마음만은 문서를 넘어 전해질지도 모르겠다고 김 사원은 아주 잠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