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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사원 Apr 06. 2016

[김 사원 #05] 제안서 작성 중


모니터에 파워포인트가 떠 있다. 슬라이드 상단에는 '제안 배경'이라고 쓰여 있다. 본문 영역에서 커서가 하염없이 깜박인다. 김 사원은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생각했다. 왜 이런 제안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라는 거지. 아니면 왜 이런 뻔한 제안을 하는지 해명하라는 건가. 


팀장님이 시켜서요. 김 사원의 속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차 팀장이 김 사원에게 제안서 일부를 써보라고 했을 때는 조금 설렜다. 그동안 제안 작업은 과장 이상이 해왔는데, 그들이 업무 시간이나 회의 때 '제안서를 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그러나 차 팀장에게 제안서에 들어갈 내용을 설명받고 참고 자료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고객사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관심이 없고, 적당히 돈을 받아내겠다는 다소 절박한 심정만 느껴졌다.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란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분과 비슷했다. 

커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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