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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콧 Oct 22. 2022

221022 성수동 지킴이

모든 게 걸어서 10분인 삶.

저번 달부터 집과 회사가 모두 성수동에 위치하게 되었다.

2년 정도 살고 있는 이 집에서 출퇴근이 걸어서 10분, 아.. 이건 완전 신세계다.


모두가 광야라고 부르는 그곳에는 로비에도, 사내 카페에도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끊임없이 플레이된다. 덕분에 강타의 솔로 소식을 알게 되었달까. 근데 가장 중요한 건, 커피가 맛이 없다. 뭐... 뷰는 좋다.


회사에서 바라본 서울숲은 생각보다 울창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농구장이 하나 있는데, NCT의 마크가 서울숲에서 농구를 자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쪽을 힐끔힐끔 내려보는 게 버릇처럼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보아는 한 번, 아니 한 세 번 정도 보고 싶다. 요즘 왜 이렇게 only one을 자주 듣는지.


작년, 재작년쯤에는 직업과 커리어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등으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세상이 흔들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아보니 나는 어쨌든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막연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 그니까.. 그래도 난 잘 되겠지, 같은 막연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나를 배신한 적은 없다.


덕분에 여유를 좀 가지고 있다. 축구팀을 하나 꾸려서 격주로 축구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어를 시작했다. 히라가나를 아주 열심히 외우는 단계. 이자까야에서 일본어로 주문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일본어 다음은 독일어를 해볼 생각이다.


사실 일본어를 하는 건 뭐랄까, 내 안의 '대상에 대한 열정'이 많이 사라졌음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대상에 불타는 열정을 가졌던 건 대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나를 무언가에 무척 몰두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어딘가 모를 상실감을 많이 느꼈다.


30이라는 나이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은 은근히 30대 초반의 내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생각들이, 결혼과 같은, 전에는 좀 두려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오히려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하다. 그리고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다.

오히려 20대에는 남들과의 관계,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와 이미지 메이킹.. 같은 것에 상당히 시간과 정신을 많이 할애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관계가 굳어졌고, 단단한 관계들 위에서 나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뭐 암튼 그렇다.


이제 내일 첫 일본어 수업을 위해 히라가나를 외우러 가야 한다.

아직 아이우에오 카키쿠케코 사시스세소 타치츠테토 까지 밖에 못 외웠다. 브런치가 240일인가 글을 안 썼다고 구박하는 바람에..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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