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화가 '돈 벌고 싶다'라면

유럽으로 떠난 아내가 남긴 마지막 말은

아내가 오랜만에 학회 참석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나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아내는 벌써 여러번 다녀왔다. 대학 시절에는 배낭여행 비슷하게도, 간호사로서는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러, 한번은 연수를 위해 3주가 넘게 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내가 유럽행 비행기를 탈 때마다 괜히 질투가 났다.


아이가 생긴 이후에도 아내는 유럽에 갔다. 첫째가 폐렴으로 입원한 바로 다음 날, 캐리어를 끌고 나가던 아내의 모습이 선하다. 가끔 이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뒷끝이 길다며 핀잔을 준다.


요즘 우리 부부의 대화 주제는 대체로 투자 이야기이다. 몇 년째 바닥을 다지는건지 헤매는건지 모르는 주식, 그로 인해 갚아야 하는 대출. 남들은 주식이니 코인이니 부동산이니 하면서 돈을 벌었다는데 왜 우리는 빗겨가는 걸까. 그러다 보니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저녁 여유시간에도 아쉬움이 섞인 돈 이야기를 나눈다.


출국 당일에도 그랬다. 아내가 출국하기 직전 공항에서 메신저로 남긴 마지막 남긴 말은 '돈 벌고 싶다....ㅋㅋㅋ'였다. 웃자고 하는 소리였는데, 비행기가 떠난 후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둘이 나눈 마지막 대화는 '고마워', '사랑해'도 아닌 '돈 벌고 싶다....ㅋㅋㅋ'가 되는 것이다. 뉴스에 나온다면 사람들은 울다가도 웃을 것이다. 웃기면서도, 참 서글픈 생각이 났다.


나는 괜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비행기 위치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며 밤을 보냈다. 화면 속 작은 비행기는 중국을 넘어, 몽골을 지나, 터키 상공을 날아 오스트리아 빈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음 주 초면 아내가 돌아온다. 집을 나서기 전날 아내는 아이들을 두고 가는게 미안한지 나에게 3년치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아마 한 3번 정도 한 것 같다.).


다음 주 아내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돈 벌고 싶다'가 아니라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나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