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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Jan 21. 2019

돈이 있다면 손혜원 처럼

모종린의 골목길 자본론 독서감상문

잊혀진 거리, 골목길의 성공 법칙?

최근 화두가 된 도시 재생과 관련하여 모종린 교수의 골목길 자본론이라는 책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골목길이 가진 경제, 문화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골목길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골목길 발전 모델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골목길의 성공 법칙의 첫 부분은 바로 골목 장인의 등장이다. 한 때는 주거와 상업의 중심이었으나 도시 발전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노후화 된 골목길에 개척정신을 가진 골목 장인이 등장한다. 거기에 낮은 지가를 찾아 흘러들어온 예술가들이 해당 지역과 결합되기 시작하면 입소문을 타고 골목길이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발전한 곳이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이다.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러나 발전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로수길, 경리단길은 이미 해당 상권이 많이 죽어버렸다.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보통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하면 쉽게 말해 노후화된 지역이 새롭게 상류층이 살만한 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원주민들이 쫒겨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상권에 원래 있던 상인들이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사람은 당연히 이기적인 존재이다. 죽어있던 지역이 살아나면서 자신의 재산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돈을 벌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유시민 작가도 젠트리피케이션은 답이 없다고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답은 공동체에 있다.

이 책에서 모종린 교수는 성공한 골목상권의 조건으로 C-READI 모형을 제안한다. 이것은 문화인프라(C), 낮은 임대료(R), 기업가 정신(E), 접근성(A), 도시 디자인(D), 정체성(I)를 이야기 한다. 골목상권의 발달은 2단계로 이뤄질 수 있는데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된 낮은 임대료 지역에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가가 들어오는 1단계, 접근성과 도시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 2단계로 진행되게 된다.

목포는 근대에 들어 발전하게 된 항구 도시다. 일제에 의해 개항되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생활 문화가 가장 먼저 유입된 곳 중 하나이다. 동아시아의 근대 항구 도시들은 가장 먼저 문물을 접한 곳이었다. 상하이만 해도 4개국의 조계지로서 아직까지도 4개국 문화가 남아있는 옛 건물들이 남아있다. 이번에 알았지만 목포에도 꽤 많은 근대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제는 쇠락한(?) 지방 도시로서 낮은 지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 논란이 된  지역은 구도심이니 그 중에서도 지가가 낮았을 것이다.(개인적으로 아주 잠깐 나주에 살았었는데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신도시와 구도심의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포는 나주보다도 더 KTX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니 더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여기에 기업가 정신을 가진 누군가의 창업이 일어난다면 모종린 교수가 이야기 하는 골목상권 발전의 1단계에 접어들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1단계에 들어서는 건 쉽지만, 2단계로 진행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1단계를 통해 골목상권의 발전이 이뤄지면 바로 따라 오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1단계 발전으로 인해 높아진 지가를 자신의 수익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나는 그것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경제적으로 이기적인 것은 당연한 거니까) 애써 만들어진 골목의 정체성이 흐트러지고 오히려 골목길이 성공하기 전보다 더 못한 상태로 돌아가 빈 껍데기만 남은 골목이 되어버리기 쉽다. 그렇게 경리단길이 빈껍데기만 남았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종린 교수가 이야기하는 6가지 조건 중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이 바로 정체성이다.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골목 상권 발전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골목길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임대료의 문제, 정체성 유지의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지역 주민부터 상인, 건물주까지 모두 하나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해당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만을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가운데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손혜원의 생각을 읽어보다

나는 손혜원 의원이 진정으로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고, 이를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렇지 않는 이상 나전칠기로 된 장롱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는 요즘 수십억 어치의 나전칠기를 사들이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니 밥상에 관심도 없는 요즘 통영의 소반장의 공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자기의 물질을 동원해서 지키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럴 돈이 있으면 괜찮은 땅이나 건물, 주식을 하나 더 샀을 것이다. 그게 당연한 인간의 생각이니까. 최소한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맥락을 살펴보면 그 행동이 진심으로 우러나왔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손혜원 의원의 생각을 한때 문화기획자를 꿈꿨던 입장에서, 그리고 모종린 교수의 C-READI 모델에 기반하여 해석해보고자 한다. 손혜원 의원은 2017년 목포를 처음갔다고 했고, 해당 지역의 근대 흔적들이 남아있는 거리를 보고 이 지역을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문화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낮은 땅값을 가진 지역에 자신이 가진 콘텐츠(나전칠기, 브랜딩 작품 등)를 쏟아 부으면 1단계 발전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 거기에 KTX가 목포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노후화된 도시의 경관과 시설을 개선하고 1단계 발전을 통해 확신을 가지게 된 지역 주민과 자신이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모아 공동체를 제대로 형성하게 되면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다.(그러니 리모델링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강조했을 것이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목포의 해당 지역 건물을 매입하고 같이 내려가자는 제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따라가지 않았고, 그래서 아마 자기가 가진 인적 자산중의 하나인 조카들까지 내려보내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본다.) 상당히 도시 재생을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 아닌가?


돈이 있다면 손혜원처럼

사실 지금 손혜원 의원이 하고 있는 일은 내가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이다. 제인 제이콥스가 뉴욕에서 몸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도시 재생을 강조했다면 손혜원 의원은 자기가 가진 돈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인 이후의 시간을 거의 신촌에서 보냈다. 그만큼 신촌에 대한 애정(이제는 애증인 것 같지만)이 높다. 신촌이 대학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내가 처음 대학에 왔을 때만 해도 민들레 영토의 본점이 있었고,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자주 들르던 핸드드립 커피집도 있었다. 그런 신촌이 많이 쇠퇴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항상 아팠다.

내가 돈이 있다면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사실 아주 많아야 할 수 있겠지만) 신촌 지역 건물 중 하나를 매입해서 지역 문화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예술가, 요식업을 하려는 자영업자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를 해주는 것 것이었다. 신촌에는 대중교통 전용구역 지정도, 대학문화를 살리기 위한 여러 건물 건축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적 콘텐츠를 육성하는 것이다. 신촌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신촌을 대표하는 음식점 등 신촌을 상징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가장 필요하다. 신촌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제대로 된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일 플랫폼(건물)을 구축해준다면,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신촌 지역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1년에 한번하는 축제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투기라는 것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하는 거래를 의미한다고 한다. 만약 10채가 넘는 건물을 매입했다는 손혜원 의원이 그 건물 중 하나라도 팔아 시세 차익을 발생시켰다면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물론 시세차익을 노릴 거였으면 최근 이슈가 되는 누구 의원 처럼 서울에 있는 빌딩 사서 팔아 차익을 남기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손혜원 의원이 지금 10채가 넘는 건물을 매입했다는 팩트는 있어도 그것을 팔아서 차익 실현을 했다는 팩트는 전혀 없다.(집 한채 가진 사람이 보통 집값 올랐다고 축하하면 하는 말이 ‘팔아야 돈이 되지요’라는것이다.) 어쨌든 수요 공급 법칙이 있으니 사는 사람이 생겨서 해당 지역 가격은 올라갔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만약 해당 지역의 건물을 매도해서 차익을 실현했다고 하면 나 또한 투기라고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10년 넘게 지낸 지역의 쇠락을 보고 최근 주변 지역인 연남동, 연희동의 위태로운 발전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정부 지원이 아닌 자기 돈으로 도시 브랜딩과 도시 재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부럽다. 그런 능력을 가졌음이 부럽고 대단하다. 도시 재생이라는 이슈가 최근 이렇게 화두가 된 적이 있었을까? 돈이 있다면 손혜원 의원처럼 쓰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그런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


PS1. 사실 글을 쓰고 반 정도를 들어냈다. 내가 고민하는 석사 논문 주제 중 하나가 지역의 브랜딩과 도시재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도시 재생 방향성의 해답을 쓰면 더 글이 뒷받침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석사 논문도 써야 하니 그 내용은 나중에 논문이 끝나고 나면 AS를 하려 한다.


PS2. 손혜원 의원 기자회견을 봤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며 목포에는 더더욱 출마하지 않겠으나 그 누군가를 꺾을 사람이 나타나면 돕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다음 총선에서 목포에 전국구 수준의 화력 지원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국내 최고 브랜딩 전문가의 지원을 받은 후보와 기존 강자의 싸움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 참에 손혜원 의원이 직접 목포에서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신대로 목포를 위해서 문화적 능력을 펼쳐보고 그 결과를 다음 총선에서 평가받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게 지역을 대표하여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중앙에서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진짜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목포시민에게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 심판의 중심에 손혜원 의원이 있어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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