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Jan 26. 2019

지극히 주관적 아마추어적인 축구 평

아시안컵 종료, 축구 빙하기에 들어가며

아시안컵을 마무리하면서 감독의 생각을 따라가 보는 걸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보고 이해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국가대표는 클럽처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기 힘들어서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축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국가대표 감독 입장에서(특히 토너먼트 상황에서의 약팀이면 더욱) 일단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 당연히 수비를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골대 앞에 선수들을 바글바글하게 세워놓고 아주 바늘 하나 들어가기 힘들게 만들어 놓는다. 전략적으로 모든 자원을 수비에 몰빵(?)하고 일부 자원만 전방에 나름 역습 능력이 있는 선수를 배치한다. 그래서 역습 상황의 한 골을 노린다. 일단 그렇게 해서 지지 않는 축구를 하다가 연장전을 지나 승부차기까지 간다. 정공법으로 붙는 것보다 이길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나는 이걸 '로또 축구'라 부르고 싶다.(ㅎㅎ)


지난 평가전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보다 더 강한 팀을 만났고,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면서 상대의 압박을 통해 공간을 종으로 넓히게 유도한 다음 빠른 볼 전달을 통해 공격을 시도하는 축구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시안컵은 다르다. 우리가 강팀이고 상대들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고 싶어도 전방으로 압박을 들어오지 않으니 공간을 종으로 넓힐 수 없다.(축구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다 보니 적당한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벤투 감독이 택한 방법이 횡으로 넓히는 측면 공격이었던 같다.(홍철, 김진수, 이용 선수들이 고생이 많았다.) 이 측면 풀백들이 최대한 올라오고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노리거나 풀백의 전진으로 인해 측면으로 수비가 벌려지게 되면 그 사이 공간을 노리는 식의 풀잇법을 생각한 것이다. (지난 경기를 복기해보면 바레인과의 경기에서의 골이 모두 측면에서 시작된 공격을 통해 나왔다. 중국전 첫 골도 측면에서의 플레이로부터 나왔다.)


바레인전을 본 카타르 감독의 생각은 어땠을까? 카타르도 이번 아시안컵에서 나름 공격적인 면모를 보인 팀이다. 4경기에서 11골을 기록했다. 지난 경기까지만 해도 4-3-3의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던 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공격적인 축구에 대한 마음을 일단 접은 것 같다. 정공법으로 붙기에는 한국보다는 전력이 떨어지고, 그냥 수비에만 집중하면 측면으로 풀어내는 한국의 공격이 신경 쓰인다. 그래서 5백이 나오게 된 것이다. 5백을 통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공간 자체를 주지 않았다. 나는 오늘의 답답한 경기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박항서 감독의 베트남도 5백을 기본으로 깔고 젊은 선수들의 체력과 기동력으로 승부를 봤다. 그렇게 8강까지 진출한 것이다.)


아주 측면까지 틀어막은 버스 축구, 로또 축구를 본 벤투 감독의 생각은 어땠을까? 중앙도 막혔고, 측면도 막혔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전략으로 자원을 투입하자니 그럴만한 자원도 없었거니와 지난 이란-중국전처럼 순간적인 수비 실수로 한 번에 무너져버릴 수 있으니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경기를 풀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이건 마치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가 생각나는 전략이다. 일단 촉나라를 먹고 중원의 변고를 기다리며 착실히 기다리는 것이다. 즉, 카타르가 수비적으로 나올 것은 뻔히 보이니 일단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다 보면 후반에 카타르가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때 승부를 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벤투 감독님 맞나요? ㅎㅎ)


신태용 해설위원이 2대 1 패스, 돌려치기(?)를 경기 내내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하기 싫거나 몰라서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카타르가 공간을 중앙, 측면 할 것 없이 내주지 않았다. 손흥민이나 황의조가 공을 잡으면 최소 2명 정도가 커버를 하는 것 같더라. 측면을 틀어막으니 크로스도 잘 못 올리겠더라. 안정적인 운영 속에서 공격에 놓을 자원들이 막혀버리니 경기 자체가 상당히 답답해졌다.


그러면 황희찬 같은 선수가 들어가서 개인 역량을 통해 벽을 깨부수거나, 이재성같이 무브먼트가 좋은 선수가 없는 공간이라도 만들어주는 플레이를 해줘야 하는데 두 선수가 모두 컨디션이 뛸 상황이 안됐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감독도 어찌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면서 이해도 된다.


그래도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로 기회도 만들었고, 골대도 맞췄다. 후반 20분 정도부터는 카타르도 지쳤는지 발도 무거워 보였다. 조금씩 카타르에 금이 가고 변고가 생기는 것처럼 보였는데 카타르가 집중력이 좋았다. 체력적으로 떨어지면서 날린 어퍼컷 한방에 우리가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게 인생이고 축구다. 우리가 독일을 이겼는데, 카타르가 우리를 이기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더 슬픈 건 골을 넣은 이후에 카타르가 생각보다 침대축구도 별로 안 했다는 것이다..ㅜㅜ)


물론 몇몇 선수 선발이 참으로 아쉽고, 축협의 매니지먼트에서도 문제를 보였다. 고칠 점은 고쳐야 할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참으로 분위기 좋았던 한국 축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대의 수준을 보고 축구가 볼만하다, 볼만하지 않다를 판단한다. 성향이 그렇다. 계속해서 클럽축구 팬이 조금씩 느는 것 같긴 하지만 국대의 수준과 상황이 축구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위기를 어떻게 매니징 해나 가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PS : 국대가 잘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자면, 절대 JTBC가 중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징크스라는 것도 참 무서우니까..ㅎㅎ

PS2 : 꽁병지 TV를 보는데 결과와 상관없이 세대교체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맞다. 12년 올림픽 세대가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벤투 감독이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돈이 있다면 손혜원 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