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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Jan 29. 2019

아시안컵 마지막 사족 - 이승우를 이승우답게

나답게 살 권리를 인정하라

나는 이승우를 좋아한다.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저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는 꼭 필요하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서 이승우가 출전 문제 때문에 수건을 던지고, 물병을 걷어찼다고 한다.(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는 사람도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나는 묻고 싶다.


'물병 좀 차면 어떤가?'


우리 사회는 사람을 너무 사회 안에 고분고분하게 만드려고만 한다. 물론 일정 수준까지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짜인 규격과 시스템을 갖추고 거기에 대부분을 따라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일정 수준에 올라섰고, 그 이상의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창의성으로 대표되는 더 높은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한도에서 어떤 상상이든 할 수 있게 할 때 나타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도록 권장하고 권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 결국 우리는 밀집수비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풀어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이 해법은 창의적이고 저돌적인 플레이로부터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황희찬, 이승우와 같은 창의적이고 저돌적인 선수들이 필요하다.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부딪치고 드리블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이승우에게 물병을 걷어찼다고 결국 사과를 하게 만든다. 특히 언론이 그런 것 같다.


벤투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언론은 한국 지도자들을 만나라느니, 전술적 융통성을 발휘하라느니 다양한 자신만의 해답을 꺼낸다. 그러나 내 눈에는 언론이 이 참에 벤투 감독을 자신들에게 길들이고 싶은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내가 본 벤투 감독의 철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을 확고하게 하되, 기본 안에서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이 더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틀에 가둬지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상황의 다양성을 파악하고, 문제의 핵심을 정의하며, 해결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을 길들이고, 틀 안에 가두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6년 OEC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의 ‘문제 해결 능력’이 OECD 평균보다 낮은 1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3809.html#csidxb60476931bd654ebae8ddf4fd3daedd) 나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세계 상위권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신기하다. 틀 속에서 길들여진 사고에서는 더 나은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도 결국 승리를 위해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감독과 선수의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한 스포츠이다. 그래서 우리 축구가 아시아 속에서 풀어나가야 할 밀집수비에 대한 해답도 결국 이승우가 마음껏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이해해주고, 벤투 감독이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런 풍토를 통해 한번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그 효과가 사회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작은 사회가 모든 사람이 나답게 살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PS : 이승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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