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Dec 30. 2019

박나래의 대상 수상을 축하하며

전지적 유빠 시점에서 예능의 다양화를 확인하다.

1. 나는 유빠이다. 정확하게는 김태호+유재석 조합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릴적부터 무한도전을 보며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이 되었다. 무한도전은 내 인생 최소 3분의 1 이상을 채우고 있는 즐겁고 아련한 추억이다. 이 글도 결국 주관적인 유빠시점에서 적는 글이다.  


2. 올해 MBC 연예대상은 당연히 유재석이라고 생각하면서 밤 늦게까지 MBC 연예대상을 시청했다. 12시가 훌쩍넘은 시간, 대상은 박나래에게 돌아갔다. 네임 밸류, 토요일 프라임타임 예능 부활을 생각했을 때 당연히 대상은 유재석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약간은 실망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해보니 박나래가 대상을 받을만 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3. 올해 예능을 전반적으로 평가해보자면 강호동, 유재석이 지배하던 예능의 중앙집권화가 확실히약화되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진 한해였다. 올해 KBS의 최고 프로그램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였고,  SBS는 백종원이 나는 연예인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대상을 받았을 것이며, MBC도 이영자에 이어 박나래가 대상을 수상했다. 과거 유재석, 강호동으로 몰렸던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다양한 예능인에게 분산되어 가고 있으며, 올해는 그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4. 나는 유빠니까, 유재석과 MBC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던 '놀면 뭐하니'가 유플래쉬에 이어 '유산슬'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위 완전히 ‘흐름을 탔다’. 무한도전은 당시 젊은 층들은 좋아했지만 중장년층에게는 크게 인기가 없었다. 가요제 또한 젊은 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고 차트 1위를 했지만 관심도는 젊은층에게만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합정역 5번출구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따라 부를 수 있는 트로트곡이 되었다. 놀면 뭐하니는 트로트 도전을 통해 놀면 뭐하니에 대한 관심도를 장년층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향후 이어질 프로젝트들에 대한 지속적인 시청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를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때쯤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아이템이 추가되었다고 본다. 


유플래쉬에 이어 유산슬 프로젝트는 놀면 뭐하니를 전 세대가 인지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5. MBC로서는 놀면 뭐하니가 거둔 성과는 단순 시청률을 뛰어넘는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방송국으로서 6시에서 8시로 이어지는 토요일 프라임타임 시간에 간판 프로그램이 힘을 못쓴다는 것은 큰 문제이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일요일에는 복면가왕이 있긴 했지만) 무한도전 이후 MBC 토요 예능 그 빈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MBC의 적자폭이 어마하게 커졌다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적자 폭을 더욱 메꾸기 위해서 토요일 간판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나야만 했다. 그렇다고 무한도전을 다시 시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놀면 뭐하니가 거둔 성과는 바로 무한도전 없이도 MBC 토요 예능의 부활 시그널이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제목처럼 가볍게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몇 개월 만에 무한도전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정도로 성장해버렸다.(이로서 무한도전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6. 이런 점에서 MBC 토요일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쏜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 아니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데이터를 살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네이버 트렌드 검색에서 놀면 뭐하니와 나 혼자 산다 두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를 비교해보면 단연 나 혼자 산다가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놀면 뭐하니와 나 혼자 산다를 대상으로 한 3개월간의 네이버 트렌드 추이


특히 최근 트렌드를 선도하는 20대로 한정하여 다시 찾아봐도 나혼자 산다가 놀면 뭐하니를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이 데이터를 통해 나 혼자 산다는 확실히 MBC 간판 예능이라는 점과 세대가 바뀌면서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지배하고 있던 예능의 트렌드가 확실히 바뀌었음을 발견하였다.


20대로 한정하여 네이버 트렌드를 확인해도 나혼자산다가 놀면뭐하니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혼자 산다는 그간 무한도전이 사라지고 난 MBC 예능을 복면가왕과 함께 떠 받치고 있었으며 그 핵심에 박나래가 있었다. 한 네티즌은 전현무, 한혜진의 결별로 위기가 왔던 나 혼자 산다를 박나래가 비예능인 출신을 캐리하여 지금까지 끌고 왔다고 평가하였다. 


한혜진, 전현무 하차 직후 나 혼자 산다 녹화. 당시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의 존폐가 위협받았지만 박나래 등의 하드캐리를 통해 확실히 살아났다. 


이번 박나래에 대한 대상은 그녀가 그런 공로를 확실히 인정받았으며 예능의 주류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시상식은 확실히 세대가 바뀌고 예능의 트렌드도 바뀌며 예능을 주도하는 인물들도 더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TvN, 종편까지 포함하면 예능의 다양화가 더 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 개그맨에서 시작해서 예능 MC로 성장해나가는 길. 돌이켜보면 그 길 앞에 이경규, 이홍렬 등이 있었고 김용만, 박수홍 등이 뒤를 따랐다. 수 많은 개그맨들이 걸은 길이지만 유재석 만큼 그 길을 모범적이고 충실하게 걸어온 개그맨이 있을까. 그러면서도 자신을 넘어 후배들이 설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늘 이야기하던 그였다. 어제 시상식에서 박나래의 대상 수상을 보면서 그의 미소가 더 깊이 다가온다. 그가 항상 바래왔던 대로 예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많은 신선한 인물들이 발굴되고 있다. 그가 신인상을 받긴 했지만 웃을 수 있는 이유였을 것이다. 내년이면 유재석의 데뷔 30주년이라고 한다. 트렌드가 바뀌고 예능의 주류가 결국은 더 확실히 바뀌겠지만 오랫동안 굳건한 그의 모습을 더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PS : 재미있는 점은 구글 트렌드로 유재석과 박나래를 검색했을 때 아직 박나래가 유재석을 넘어서려면 멀었지만 6:4 정도의 비율로 따라잡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유재석을 넘어서는 예능인들이 나올 것이고 그 중 한명이 박나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해보았다. 개그맨 바닥부터 성실하게 지금의 자리까지 온 그녀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MC로 오래 사랑 받기를 기원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