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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r 29. 2020

도서 '돈의 역사' 감상문

미래는 지금을 어떤 돈의 역사로 기록할까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

군대에서 만난 선배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세상의 모든 일을 돈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 때는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갔다. 이 책에서는 역사의 모든 변곡점에 경제문제가 있었음을 돈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중국 명나라의 쇠퇴, 영국의 산업혁명, 청의 아편 전쟁 등 역사의 수레를 돌린 큰 톱니바퀴가 돈이었음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돈의 정의

"돈은 무엇인가? 돈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으로, 곧 화폐다. 화폐에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이 있다. 교환의 매개, 가치의 측정, 가치의 저장이다. 화폐의 형태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조개껍데기, 돌덩어리, 곡식, 가축, 비단, 향신료, 금속, 은행의 직인이 찍힌 종이, 전자 데이터 등으로 진화해 왔다. 변하지 않는 화폐의 본질이 있다면 화폐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상호 간 신뢰가 형성된다면 형태와는 무관하게 그 어떤 것도 화폐가 될 수 있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북저널리즘) 


이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돈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약속이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듯이 무언가를 두고 서로가 돈으로 약속하는 순간 그것은 돈이 된다. 가치가 부여되고 물건을 주고 받는 수단이 된다. 돈이라는 것 자체는 실체적 가치가 없는 존재지만, 모두의 약속을 통해 생명을 부여받는 존재이다.   



달러가 지배하는 세상

달러는 전 세계인이 함께 쓰기로 약속한 기축통화이다. 한때는 영국의 파운드가 세계 경제를 지배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화폐의 패권은 달러로 넘어갔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국제적 금융 거래에 달러를 사용한다. 심지어 에너지 생산의 핵심인 석유도 달러로 구입해야 한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는 다양한 서비스와 재화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하며, 이러한 통화를 활용하기 위한 발달한 외환시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전 세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정치, 군사적 힘도 필요하다. 미국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로서 모든 조건을 가진 유일한 최강대국이다. 이러한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가 플라자 합의이다.


"미국은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나 행동에 나서 상대국 화폐를 묵사발로 만들었다. 1985년 플라자 합의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의 재무 장관을 소집했고 환율 문제로 인해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미국은 당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경제 대국의 지위를 넘보던 일본을 겨냥했다.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국은 일본 엔화의 가치를 대폭 평가 절상하도록 했다. 말이 합의지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일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에 빠져 버렸다."(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북저널리즘)


즉 미국은 정치, 군사, 경제적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현재까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서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패권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이다.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미국의 양적완화. 그 차이는 무엇일까?

무너져가는 실물경제에 대한 미국의 해답은 양적완화였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양적완화는 미국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부양했다. 양적완화는 결국 돈을 찍어내어 채권 등을 구매함으로서 시중에 현금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도 같은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독일의 경제는 돈의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고, 2008년 금융위기에서는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를 구해내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양적완화와 관련하여 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지에 대해서 검색해봤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실물이 달러라는 점이 있었다. 통화량이 아무리 급증해도 전 세계 경제 주체들이 달러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의 가치가 폭락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올 수 없다.


또한 돈을 푼다고 통화량이 급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중앙은행이 은행에 돈을 공급하면 돈이 돈을 낳는 신용창조 정도에 따라 시중 통화량이 달라지는데 FED의 통계에 따르면 1953~83년 통화 유통속도는 평균 1.74였으나 2018년 4분기에는 1.4598이었다. 그만큼 돈을 풀었을 때 실제 시중에 돈이 풀리는 정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통화가 안정적인 통화라는 믿음이 있다면 화폐를 많이 찍어낸다 해도 가치가 폭락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안정적인 통화의 비밀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신뢰 자산이다. 혁신을 통해 탄생한 다양한 플랫폼 제국들, 풍부한 자원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이상 달러를 많이 찍어내도 달러의 가치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독일은 세계 1차대전에서 패배한 후 그런 힘이 없는 상태에서 당장의 부채를 해결하고자 돈을 찍어내다 결국 돈의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독일은 미국과 같은 다양한 신뢰자본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역사는 돌고 돈다. 스페인이 가지고 있던 패권을 영국이 빼앗아왔으며, 그 영국의 패권을 미국이 가져왔다. 스페인은 남아도는 화폐인 금을 적절한 수요를 통해 소화시키지 못하다가 결국 파산에 이르렀고,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정치, 군사적인 패권을 내주면서 경제 패권도 함께 내주고 말았다. 한때는 일본이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하려다 '잃어버린 20년'을 맞았고,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아직은 미국이 중국보다는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미국의 힘이 계속되는 한 달러의 힘도 계속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오자 미국은 곧바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하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금리를 낮출만큼 낮추고 국채 등을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전례없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2008년 위기를 극복했듯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도 미국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역사적으로도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 경제가 위기상황을 벗어나 왔기 때문이다. 만약 증기기관을 통해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다양한 혁신을 통해 세계 경제가 성장했듯이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마인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재화를 계속해서 창출해낼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년대 대공황이, 87년 블랙먼데이가 갑작스레 찾아왔듯이 미국의 경제가 어느 순간 붕괴해버릴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올인(All in)’을 선언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역사는 돌고도는 것이지만 이러한 미국의 선택은 역사적으로 있었던 적이 없는, '전례'가 없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돈의 역사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과연 미래의 역사책의 앞으로의 상황이 어떠한 전례로 남겨지게 될까.


PS : 이런 와중에 소위 '개미'들은 있는 돈과 없는 돈을 싸들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계속해서 주식을 팔고 있고, 개미들은 주식을 계속 매입하면서도 주가가 다시 올라가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과연 이 새로운 역사의 끝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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