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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May 20. 2020

수축사회 독서감상문

위기 앞에선 인류가 새로운 문명을 열기 위해서는

바쁘신분들을 위해 주관적으로 매긴 독서 추천 지수 : 9점(10점 만점)

세계 경제가 어떻게 수축하고 있으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상호 존중, 타협과 양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자본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축사회 : 기술은 무한으로 발전하지만 부의 파이는 점차 축소된다.
이 책의 저자 홍성국은 이전 책인 '세계가 일본된다'를 통해 전 세계의 경제가 일본과 같은 저성장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거기에 이제는 '수축사회'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의 부가 점점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4차산업혁명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왜 저자는 우리 사회가 점차 수축할 것이라고 전망했을까?
그것은 함께 나눌 수 있는 부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는 가운데 국가와 개인이 빚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이니셔티브를 쥔 미국,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 모두 그 성장세가 감소하고 있다. 복지 유토피아로 비쳐지던 유럽은 이미 경제가 쇠퇴하고 있으며, 그리스, 이탈리아 등은 심각한 재정적자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지만, 그 열매를 플랫폼을 장악한 일부가 대부분 가져가버리고 개인의 개인의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다보니 출산율이 감소한다. 인구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소비가 줄어들고 경제는 더욱 수축한다. 이러한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이 부채로 지은 모래위의 집인 상황에서 경제가 수축할 경우 한순간에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촉발된 실물경제의 위기가 모래위의 집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수축사회는 인류의 존립을 어렵게 한다.
수축사회, 즉 마이너스섬 사회로 접어들면서 개인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진다. 얼마 남지 않은 일자리를 놓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일어난다. 이러한 경쟁은 교육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교육은 전인적 인간을 완성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생존을 위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목적을 중심으로 교육이 돌아가다보니 어릴 때 부터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 생존을 위한 교육으로 인간을 성장시키다 보니 인간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N번방 사건의 경우 나는 전인적 인간을 목표로 아이들을 키우지 못한 교육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을 교육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더 깊게 들어가면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이며, 근본적으로는 경쟁을 심화시키는 수축사회화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을 강요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얼마나 건강한 시민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건강하지 못한 시민들이 가득한 사회는 존립이 어렵다.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수축사회가 우리 모두의 존립을 어렵게 할 것이다. 우리 사회, 나아가 전 지구를 정글과 같은 생존경쟁으로 몰고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길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저자는 부채는 더 늘어나고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며, 국가재정은 더 어려워지고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현상이 점차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게 되면 남는 것은 공존을 위한 양보와 타협 또는 전쟁뿐이다.
식민지를 놓고 벌인 갈등이 세계 1차대전을 가져왔고, 경제 공황으로 인한 사회 혼란이 세계 2차대전을 가져왔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갈등 앞에서 전쟁이 아닌 양보와 타협을 이뤄본 적이 없다. 오히려 트럼프의 등장으로 촉발된 자국보호주의, 이기주의로 인해 전 세계가  적자생존의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거 전쟁은 전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전쟁은 전 지구적인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거에는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모방할 모델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더 이상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길을 찾아내는 수 밖에는 없다. 저자는 우리의 길은 사회적 자본을 확보하고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는 실용적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저자의 해답을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났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의 마인드셋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이것은 수축사회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참고점이 된다. 날카로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되 그것을 현실에서 풀어내는 것은 실용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을 키우기 위한 노력
저자는 특히 수축사회를 버텨내고 결국 돌파할 힘은 사회적 자본에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자본은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내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이야기하며 사회적 자본이 충만할 때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공정한 열린 사회가 가능해지며 시민들은 주인의식을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거두고 있는 중국의 경우 양극화, 사회 안전망 미비 등 사회적 자본의 부족으로 성장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 양극화, 권위 상실, 도덕적 해이 등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 확충을 어렵게 한다. 결국 상호 양보, 타협, 신뢰를 기반으로 공존의 가치를 함께 공유 할 때 사회적 자본의 장기적인 확충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생존을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필수가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안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코로나19 사태라고 생각한다. 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은 정부와 서로를 믿고 사재기하지 않았으며 질서정연하게 상호 협력해왔다. 거기에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의료체계 시스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노력하는 정부가 이번 코로나19사태에 역할을 제대로 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사회적 자본의 저력을 이번 사태에서 확인하였으며, 앞으로 이것을 계기로 더욱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뽕속에 숨겨진 수축사회의 그림자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 성공함에 따라 한국이 코로나19시대에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되고, KPOP에 이어 K야구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우리는 소위 말하는 '국뽕'을 느낀다. 앞서 우리가 가진 사회적 자본의 저력을 이야기하였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안에 숨겨진 수축사회의 어두운 면을 짚어야 한다.

(임계장 이야기를 쓴 이정진씨, 출처 : 씨리얼)


임계장이라 불리던 이정진씨. 여기서 임계장은 직책이 아닌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약자이다. 그는 30년간 정규직으로 일하다 은퇴했다.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었지만 생계가 어려워지자 시급 노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노동 현장에서 인간 소외를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층에서 투신 자살한 시체를 치워야 했고, 화단에 물주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며 해고를 당해야 했으며, 노동 중 상해를 당하고 큰 수술을 마치자 마자 해고를 당해야 했다. 그를 포함한 임시직들은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운 존재였을 뿐이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인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수축사회 속에서 서로 짓밟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 없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없는,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하며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생존 동기부여의 장작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부모에게 '공부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라고 배운 아이들이 자라서 이 사회를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이너스섬 게임 상황에서 경쟁만을 강요받는 인간들만이 사회에 가득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근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완전하게 건강한 사회로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신뢰, 양보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품격,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돕는 사회 시스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완전히 갖춰지기 위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한참 남았다. 결국 세계가 수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 '국뽕'에 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뽕'이 우리안에 남아 있던 낮은 국가적 자존감을 높이는데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높아진 국격에 맞는 사회적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진다.
다시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본인은 IT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없었지만, 빌 게이츠의 조언을 듣고 IT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에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전국민에 대한 IT 교육을 강조했다. 학교마다 컴퓨터실이 생기고 컴퓨터 학원들이 성행하던 때가 김대중 대통령 시기였다. 미래를 내다본 김대중 대통령 덕분에 우리는 ICT 발전 지수 1위(2016)에 도달하였고, 탄탄하게 구축된 정보 인프라 위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확진자의 동선을 10분만에 찾아내는 시스템과 같이 IT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들은 대한민국이 IT 강국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수축사회 가운데 나아가야 할 5가지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1.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공감대 형성  양보와 타협, 기존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2. 위. 아래 옆 전방위적인 혁명.
3. 상호 연계성 기반 문제 해결 (이해관계자 참여), 생태계를 고려한 근본적 문제해결
4. 미래 변화에 선제적, 장기적 대응.
5.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 제시 필요.

수축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전방위적인 혁명을 일으키며, 미래에 대한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비전 제시를 할 수 있는 것은 리더십이며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법치, 계약, 상호부조, 다양성을 상식적으로 유지하면서 인간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을 늘려나갈 수 있는 것(P.274)도 결국 리더십이다. 인간 중심의 철학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진 리더만이 우리 사회를 수축사회로부터 구원해낼 수 있을 것이다. 수축사회라는 미래를 바라보며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기존의 꼰대 리더십으로는 미래를 돌파하기 힘들다.
앞으로의 리더는 솔선수범, 자기희생이라는 과거의 전통적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거기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실력도 갖춰야 한다.(P.239) 열린 시각과 미래에 대한 철학을 가진 격이 다른 새로운 리더십들의 등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며 풍부한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전인적 인간을 양성해나갈 때만이 이러한 리더십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 새로운 문명의 시작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는 인류 문명의 시작을 '치유된 넓적다리뼈'라고 이야기한다. 넓적다리뼈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를 도와주었을 것이며, 누군가 곤경에 빠졌을 때 그 사람을 돕는 것이 문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여러번의 기술, 산업 혁명을 거쳐오며 점점 부유해져왔다. 그러나 기존의 성장동력에 한계가 왔고, 우리가 쌓아온 부유의 성이 모래위에 서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모래는 서서히 부스러져 가고 있으며, 우리 모두의 부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앞에 놓여지게 되었다. 거기에 코로나19 사태는 위기를 더욱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사회적 연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위기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협력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초유의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존중, 상호 신뢰와 협력, 양보와 타협, 올바른 리더십 등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좌충우돌하고 있는 트럼프, 위기의 아베, 갈길을 잃은 여러 선진국 정상들에게 한 권씩 보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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