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Sep 16. 2020

이수근의 대리운전은 PPL이었을까

광고시장의 변화와 PPL에 대하여

앞뒤가 똑같은 이수근의 대리운전은 PPL이었을까?

최근 jtbc의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를 즐겨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그맨 부부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주에는 박준형, 김지혜 부부가 후배 개그맨의 공연장에 방문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이 에피소드에서 박준형, 김지혜 부부도 무대에 오르기로 하고 개그를 짜고 있었다. 김지혜의 '가슴이~'라는 유행어를 활용한 언어개그를 짜는 도중 윤형빈이 '이수근의 대리운전이에요.'라는 소재를 던졌다.(앞뒤가 똑같다라나...) 순간 나는 저게 PPL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저게 PPL이라면 작가가 엄청난 고단수가 분명하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건 PPL이었을까?(출처 : jtbc '1호가 될 순 없어')



PPL은 무엇일까?

PPL은 콘텐츠에 기업의 상품을 배치하여 시청자의 무의식속에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간접광고를 통한 마케팅 기법이다. PPL는 주로 드라마나 예능 소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국방공광고진흥공사(KOBAKO)의 2019년 소비자행태조사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제품 구매와 관련하여 PPL은 제품을 인지하고 매력을 형성하는 단계에서의 영향력 3위를 차지하여 높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PPL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주로는 사무실에서 타먹는 커피,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 함께 먹는 식사, 주인공이 사용하는 화장품 등으로 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아예 '놀면뭐하니'의 싹쓰리 에피소드처럼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PPL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대놓고 음료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면서)


이렇게 당당한 PPL을 보았는가?(출처 : MBC '놀면뭐하니')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자료에 의하면 PPL 취급액은 2017년 1108억으로 전년 837억 대비 32.5%증가하였다. 상승률이 30퍼센트가 넘은 것을 반영하면 현재 PPL에 쏠리는 광고비는 그 이상일 것이다.


광고비가 PPL에 집중됨에 따라 PPL이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 상당해졌다. 예를 들어 2019년에 한 일일드라마의 PPL은 메인집업군이 5억원, 서브직업군이 3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제는 콘텐츠에 PPL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PPL에 콘텐츠를 맞춘다. 즉, 자연스럽게 홍삼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나 서브 조연의 회사가 홍삼 회사로 설정되는 것이다. PPL이 콘텐츠를 결정하는 상황으로 인해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일도 자주 일어나게 되었다.



왜 PPL에 집착하는가? - 광고시장의 변화는?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억지스러워도 PPL을 어떻게든 삽입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방송 광고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발표한 2019년 방송통신광고비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광고비 약 14조 가운데 온라인광고비는 6.5조, 방송광고비는 3.4조로 방송광고비는 거의 온라인광고비의 절반수준이 되었다.


연도별 데이터로 살펴보면 방송시장의 광고수입이 생각보다도 더 처참하게 줄어들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지상파TV의 광고수입은 약 2조원에 달했는데 2019년에는 1.2조원으로 줄어들었으며, 2020년에는 95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상파의 광고수입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편, 케이블의 광고수입이 2019년 약 1.7조로 2014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지상파는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지 않을까?(출처 : 코바코 '방송통신광고비조사' 자료)


이것은 콘텐츠 제공과 선택의 주도권이 시청자에게 넘어갔으며 그만큼 모바일이 사람들의 시간을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필수매체 인식 변화에서 50대도 TV보다 스마트폰이 필수가 되었으며(TV : 39.4, 모바일 57.1)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이 50%가 넘어간다.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공중파, 케이블 등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 매체로서 지상파가 가진 매력도가 상당수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과거처럼 지상파를 본방사수 하지 않으니 방송광고 시장이 축소되고, 콘텐츠 자체에 광고를 집어넣는 PPL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된 것이다.



PPL도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PPL은 콘텐츠와 제품 모두에게 득이 된다. 영화 킹스맨에서 악당인 발렌타인은 MLB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이것도 PPL이었다고 한다.(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다.) PPL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PPL은 콘텐츠와 제품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억지스러운 PPL 삽입은 콘텐츠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제품 선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PPL은 결정적인 구매결정단계에서는 1위인 주변사람추천의 영향력(68) 비해 3분의 1의 영향력(20)을 보였다. 이것은 과도한 PPL이 오히려 제품 구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1호가 될 수 없어'에서 나왔던 '이수근의 대리운전'은 PPL이었을까? 개그를 짜고 무대위에 올리는 과정에서 '이수근의 대리운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온 소재였다. 만약 이게 PPL이었다면 방송 작가에게 칭찬을 보내고 싶다. 아마 다음 날 저녁 이수근의 대리운전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 더 늘지 않았을까?



참고자료


TV 속 큰 손 ‘외식업체’, PPL에 얼마 쓸까?

https://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43


코바코 2019 소비자행태조사보고서

https://adstat.kobaco.co.kr/mcr/portal/dataSet/fileInfoPage.do?pageIndex=0&pageSize=0&searchItem=&searchText=&datasetId=DS_MST_0000000442#


방송통신광고비조사

https://adstat.kobaco.co.kr/sub/expenditure_report_view.do?MENU=ad_data&BBS_ID=688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방송통신위원회)

https://www.kisdi.re.kr/kisdi/fp/kr/board/listSingleBoard.do?cmd=listSingleBoard&sBoardId=BCAST_DB3

매거진의 이전글 북저널리즘 '갈등하는 케이,팝' 감상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