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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Feb 17. 2021

우리의 SF, 슈퍼히어로 영화는 이제 시작이다.

영화 '승리호' 감상평

승리호를 개봉 첫 날 보았다.


이런 영화를 볼 때 나의 기준은 간단하고 확고하다. 바로 '볼거리가 많았으면 그걸로 됐다.'이다. 이미 처음부터 승리호는 SF영화이며 볼거리가 화려하다고 예고를 했다. 그것을 충족시켜줬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 초반 철수가 초고속 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기를 돌파하는 순간 '이걸로 충분하다'라고 생각했다. 대형 엘리베이터라는 아이디어가 신선했고, 그것을 표현한 수준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무중력 상태에서 인공 중력이 작동하는 순간 더할나위 없었다.) 그 다음부터는 사실 나에게는 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었다.(출처 : 중앙일보)


SF영화가 가진 기본적인 세계관(황폐해진 지구, 우주 콜로니)에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부라는 소재는 어색하면서도 신선했다. 거기에 철수가 가진 한국영화만의 서사가 아주 적절하게 가미되었다고 생각한다. 승리호는 세계관적 보편성과 우리만의 신파성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어느 한쪽이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 보기 편했던 것 같다.


물론 뭔가 보여줄 것 같았던 캐릭터들이 알고보니 생각보다 큰 능력치가 없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쟤네가 다음 편에서 뭔가 더 시원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건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였다. 말로는 각자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 같이 말해놓고는 실제로는 최종 빌런이 아닌 중간 빌런한테 손도 제대로 못대고 두들겨 맞는 모습이 아쉬웠다. 이건 슈퍼히어로영화에 익숙해진 내가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 저 험한 유니버스를 헤쳐나가려면 좀 더 나은 능력치들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미사일을 총으로 잡다니.. 더 멋있는건 없었을까. 승리호가 알고보니 온갖 최첨단 무기를 가진 전함이었다거나..)


어쨌든 그 동안 SF영화는 서양인들만의 장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중국 자본이 투자된 SF영화들이 종종 개봉했었지만 너무 중뽕이 심하게 느껴져서 거부감이 있었다. 승리호에서는 서양인이 아닌 다양한 인종이 비중있게 다뤄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최종 빌런이 서양인이라는 점에서 뭔가 기존 SF영화의 세계관과 대립하는 것만 같다는 느낌도 있었다.


한국 사람이 서사의 중심에 서 있는 SF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어색하지 않음을 느끼는 것은 영화 자체가 평균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개개인의 자존감도 올라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무슨 SF를 만들어'에서 '우리도 SF를 충분히 잘 만들 수 있다'로 일반 대중의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자존감의 총량이 이전보다는 더 올라간 것이 아닐까.


승리호는 우리만의 SF, 슈퍼히어로 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출처 : 네이버)


승리호는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에 개봉과 동시에 생각보다 높은 순위에 랭크되어 가능성을 어느정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제작한 메리크리스마스 영화사는 위즈윅스튜디오의 자회사 인데 위즈윅스튜디오는 '슈퍼스트링'이라는 슈퍼히어로 IP를 보유한 Y-LAB의 지분을 일부 취득하여 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슈퍼스트링'은 테러맨, 심연의 하늘, 신암행어사와 같이 우리나라의 슈퍼히어로 만화를 하나로 이어주는 세계관으로 마블의 '어벤져스'와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승리호를 통해 보여준 기술력을 통해 충분히 '슈퍼스트링' 세계관의 영화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리호가 보여준 성과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SF영화, 슈퍼히어로 영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승리호는 이런 새로운 도전이 성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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