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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Jun 15. 2021

언더커버, 로스쿨

어제 머 봤어? #20210615

언젠가 한번은 콘텐츠를 리뷰하는 유튜브를 해보고 싶었다. 싸이월드 시절 예능 리뷰를 해서 조회수가 몇만회가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PD가 꿈이어서 콘텐츠를 리뷰하는 것이 즐거웠다. 어쨌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어제 뭐 봤어? 하면서 가볍게 콘텐츠 이야기를 하는 컨셉의 유튜브를 해보고 싶었으나 그렇게 모을 친구들이 별로 없었고(세상 헛살았나..) 직장인이 영상을 만든다는게 솔직히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어떤 작가님께서 영상보다는 글이 더욱 내 생각을 전달하기에는 효율적이라고 하시길래 일단 글로 내가 생각했던 컨셉의 콘텐츠를 시작해보려 한다.(하다가 또 안할 수도 있고..)


드라마는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끊기가 어려워서 왠만하면 시작을 안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작하면 그 드라마가 괜찮든 별로든 중간에 보기를 포기하는 것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 마는 느낌과 비슷해서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드라마 2개를 연달아 끝까지 봐버렸다. 공교롭게도 방송사는 모두 JTBC.


(스포가 다량 있습니다.)


언더커버

이 드라마는 전직 언더커버 요원였던 주인공이 공수처장 후보인 아내를 오지랖 넓게 돕기 시작하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나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면 인물은 입체적이어야 하고 주인공은 시청자들의 바램과 다르게 비극적인 결말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극은 인간에게 더욱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는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 결국 안타깝게 저승으로 돌아갔을 때 여운이 너무 크게 남았다. 그 덕에 며칠간 힘들었지만 그래도 '거 참 드라마 참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보고싶다 장만월. ㅜㅜ


그런데 솔직히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다. 남편 한정현(지진희)은 너무 지고지순하게 가족만 끔찍하게 생각하는 최수종 이상의 남편이다. 뭔가 구린게 그래도 있겠지 싶었는데 끝까지 이 남자는 너무 착한 남자였다.(아내가 끔찍히 따랐던 선배인 김태열을 죽인게 한정현이었으면 드라마가 더 재미있었을 텐데..) 약간 막판에 뒷통수 칠만한 악역으로 기대했던게 공수처 비서실장이었던 추동우(최대철)였는데 추동우도 너무 초반에 정의의 사도로 변모하더니 너무 뻔하게 예상되는 뒤통수를 쳐서 싱거웠다.


거기에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결말도 없었다. 그냥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더라. 이 멜로디 다음에 저 멜로디가 나오지 않을까 하면 생각한 대로 흘러나오는 뻔한 노래처럼. 캐릭터가 평면적이면 스토리에 예상을 뛰어넘는 비극이나 반전을 주던가 스토리가 뻔하면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든가. 너무 뻔한 캐릭터에, 뻔한 스토리에, 뻔한 주변인들의 죽음까지 그다지 내 입장에 잘 만든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 드라마를 왜 끝까지 봤느냐. 일단 최종 빌런이었던 임형락(허준호)이 너무 막강해서 과연 저 인간이 도무지 어떻게 망하게 되는 걸까 궁금했다. 그는 누구든지 자살하게 하거나 죽게 만들 수 있고, 거액의 돈을 쥐고 국가를 흔들어 댈 수 있는 인물이었다. 국정원에서 퇴사한 전 직원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막강한 상대였는데 마지막엔 너무 허술했고, 허무하게 몰락해버려서 안타깝기까지 하더라.


그리고 한정현이 과연 끝까지 살아있을까 궁금해서 끝까지 봤다. 한정현은 오지랖넓게 아내의 일을 도왔는데 칼에 베이고, 물에 추를 매달아 빠지고, 독극물 주사를 맞아도 끝까지 죽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뭔가 안타깝게 죽으면서 끝나겠지 싶었는데 안죽더라.(죽였어야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정현의 아들 승구(유선호)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봤다. 이 역할을 맡은 유선호는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적 있는 가수이자 배우라고 하는데 이 젊은 친구가 자폐증 환자 역할을 왜 이리 잘하는지 깜짝 깜짝 놀랬었다. 말아톤에서 연기한 조승우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아. 하나 더. 최대철 배우는 정말 먹는 연기를 잘했다. 앞으로 하정우를 뛰어 넘는 먹방 요정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그래서 봤지. 누구한테 보라고 추천해주긴 좀 미안할거 같다.


추천 요소 : 늙지 않는 김현주, 먹방 요정 추동우, 막강 빌런 임형락

비추천 요소 : 뻔한 주인공, 뻔한 스토리, 뻔한 결말

추천 여부 : 비추


미안하다. 추천 안한다.(그나저나 김현주 배우는 늙지를 않네..)


로스쿨

김명민 배우를 좋아한다. 악하지만 미워할 수 없던 장준혁. 시크하지만 츤데레 였던 강마에. 엉뚱하고 허술하지만 사건 해결은 잘하던 탐정 김민. 그가 맡은 캐릭터들은 스토리 전개상 개연성이 없어 보여도 그의 연기로 인해 개연성이 있게 느껴진다.(아.. 저럴 수도 있겠다 싶어지게 하는 연기..) 그리고 발성이 작품마다 큰 변화가 있진 않지만 한번도 연기가 뻔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워낙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기 때문이 아닐까.(괜히 믿고 보는 김명민이 아니다.)


이번에 김명민 배우가 맡은 양종훈 교수는 장준혁, 강마에, 김민 그 어딘가 사이 지점에 있는 캐릭터 같았다. 시크하고 츤데레이면서도 자기 생각대로 눈치 안보고 살아가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는 양종훈을 김명민은 이번에도 뻔한 것 같으면서도 뻔하지 않게 소화해냈다.(김명민에게는 캐릭터 성격을 조정할 수 있는 레버가 있나 싶다. 시크함 97에 따뜻함 10 엉뚱함 87 이런 식으로..)


이 드라마의 전반부는 서교수 사망사건을 중심으로 진짜 용의자가 누구인지를 쫒아가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반부는 모든 사건의 흑막이 밝혀지면서 그를 응징해나가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 주변 곁가지로 데이트 폭력, 입시 비리, 피의사실 공표,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에 대한 서브 스토리가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했던 서교수 사망사건의 용의자 찾기,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의 촘촘함, 주인공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끝까지 보게 만든 괜찮은 드라마였다. 아쉬운건 초반의 스토리가 워낙 반전이 있고 중반까지도 서브 스토리들이 메인 스토리와 잘 엮여 있다보니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는 후반부에서 최종 빌런이 너무 쉽게 무너져내려서 긴장감이 확 풀려버렸다는 것이었다.(솔직히 로스쿨생들이 댓글부대를 어떻게 잡냐..) 어려운 법정 용어를 따라가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깔끔하게 소화해내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만 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드라마다.


추천요소 : 믿고보는 김명민, 반전을 거듭하는 서교수 사망사건 스토리, 다양한 사회이슈를 다룬 서브 스토리

비추천요소 : 긴장감이 확 빠지는 후반부, 약간은 뻔해보이는 츤데레 김명민, 로스쿨판 SKY캐슬을 보는 것 같은 불편함

추천 여부 : 추천


서스펜스로 시작해서 권선징악으로 끝나버렸지만 나름 볼만했다.


사실 두 드라마 모두 결말이 예상되는 쪽으로 마무리 되었다. 보통 드라마의 결말은 뻔하다. 수천년전부터 지금까지 스토리의 결말은 모두 뻔해왔다. 다만 언더커버의 한정현은 너무 착하기만 하고, 은퇴한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싸움은 탑 랭크이며, 불로불사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고 로스쿨의 양종훈은 목적을 위해 대립하는 캐릭터와도 손잡을 줄 알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줄도 알았다(예를 들어 피의사실 공표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검사를 피의사실 공표로 고발하거나). 해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는데 스토리도 모두 뻔할 뻔자이긴 하다. 그러나 뻔한 결말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더 조금은 신선함을 줄 수 있느냐가 결정적인 차이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더커버는 소재가 신선했지만 과정과 결말이 뻔했고, 로스쿨은 결말은 결국 뻔했지만 그 과정이 뻔하지 않았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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