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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Aug 20. 2021

골때리는 그녀들, 미치지 않고서야

어제 머 봤어? #20210820

골때리는 그녀들 : 축구, 이게 뭐라고

출처 : SBS 유튜브


파일럿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 될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고, 축구를 해본적 없는 여성들의 어설퍼 보이는 몸부림이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될까 싶었다.


파일럿을 보면서 주목한 점은 경기에 임하는 출연자들의 진심이었다. 연출진들은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공 쫒아다니면서 우당탕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라며 시작했을지 모르겠지만 전후반 각 10분, 총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위해 준비해 온 노력들을 보며 그녀들의 땀방울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축구 이게 뭐라고 발톱이 빠지고, 인대가 상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했을까. 그 진심이 통했기 때문에 정규 편성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봤던 축구 경기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는 고등학교 때 방과 후에 선생님들이 하던 조기축구였다. 공을 차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알다보니 더욱 몰입이 되었다. 아는 만큼 몰입할 수 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적절하게 인서트로 보여주는 것은 출연자에게 몰입되게 하는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꼭 프로그램들이 잘 나가기 시작하면 흐름을 늘어뜨리기 시작하는 안 좋은 습관이 여기서도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방송국 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과하게 흐름을 늘어뜨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 경기가 전후반 20분인데 20분을 거의 1시간 반으로 늘여서 보여주다 보니 점점 지루함이 느껴진다.(지난 파일럿에서는 총 4경기를 2회에 끝냈다.) 한 회에 경기 준비와 실제 경기를 보여주던 편집이 2회차까지 가는 것은 너무 과하다.(출연자의 스토리를 억지스럽게 뽑아내려는 연출도 너무 과하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4팀이 6팀이 되고 그 이상의 팀이 참가하게 되면서 골때녀 유니버스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과도하게 분량을 뽑으려다가 거위의 배를 가르는 실수를 하지 않기 바란다.


추천 요소 : 김연경의 포스가 느껴진 한혜진, 최강자 박선영 그리고 막걸리 최용수

비추천 요소 : 점점 늘어지는 연출

추천 여부 : 현재는 강추지만, 계속 늘어지면..?



미치지 않고서야 : 굳세어라 최반석

출처 : MBC 홈페이지


한 때 드라마에서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 미덕으로 보였던 시대가 지나가니 판타지가 대세가 되었고, 의학 드라마도 판타지가 결합되다 보니 '슬의생'같은 현실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매우 싫어한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중년판 '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르지만 직장에서의 고뇌와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 이 드라마는 미생보다도 여러 면에서 리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11회부터 14회까지가 이 드라마의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이 에피소드에는 명예퇴직 압박 앞에 선 직장인으로서 겪는 고통, 아픈 부모님을 모시는 생활인으로서의 고뇌가 담겨있는 회차를 보는 것이 썩 즐겁지는 않았지만 리얼함이 느껴져 몰입력이 있다.


나이 어린 후배 팀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커리어와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부서로 발령이 나고, 사람들이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방에서 퇴사를 종용당하며 수모를 당하고, 동기인 본부장의 수발을 드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최반석의 모습을 보면서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하며 직장에서 버텨가며 가정을 지켜왔던 나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물론 퇴사를 압박받는 나이에도 자신의 실력으로 꿋꿋하게 직장에서 살아남은 최반석은 상당히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현실세상에서 최반석과 같이 기지를 발휘해서 정리해고를 피해가는 사람은 없다. 팽수곤 팀장처럼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살아남는 경우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동기만큼 진급하지 못했어도,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능력과 실력으로 생존해나가는 최반석을 통해 직장인으로서의 생존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우리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되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오랜만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좋은 콘텐츠였다.


추천 요소 : 굳세어라 최반석, 미우면서도 밉지 않은 당자영.

비추천 요소 :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날 비현실적인 엔딩?(그래도 이 정도면 요즘은 매우 리얼한 드라마니까 봐주자.)

추천 여부 : 강추


별책부록 : 내과 박원장

슬의생을 보며 판타지에 질렸다면 이 웹툰로 정화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과 박원장은 판타지로 치장된 의료현장의 화장기를 모두 지우고 나면 보이는 현실을 웃프게 표현한다. 교회보다 더 많아보이는 개원가의 경쟁과 현실은 냉혹하다. 그래도 그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이 인상적이다. 박원장의 대머리는 슬픈 현실 속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작가의 비장의 무기가 아니었을까. 이 웹툰은 최근 네이버에 정식 연재가 결정되면서 기존에 올렸던 만화를 다음 웹툰에서만 볼 수 있다.(심지어 몇회 되지도 않았는데 드라마화까지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언제 막힐지 모르니 빨리 정주행 하시길.


https://webtoonleague.kakao.com/league/view/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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